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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도망가지 마라, 압박감 앞에서... 결정적 순간 '멘탈갑' 되려면

  • 김지수 문화부장
  • 입력 : 2017.07.08 07:00


    대영제국 훈장 받은 최정상의 스포츠 코치 데이브 알레드 박사의 ‘압박감' 다스리기
    편안한 ‘컴포트 존'에서 낯선 ‘어글리 존'으로 움직여야 성장
    회피는 무한한 잠재력 갉아 먹어, 힘들어도 정면 돌파하라
    압박감 느껴지면, 소리 내서 상황을 말하고, 다음 단계에만 집중
    인생은 성공 실패 이분법 아냐, 한계치 넘어서고 최대치 실현한다고 생각해야

    결정적인 순간에 해내는 사람들을 분석한 책 ‘포텐셜'의 저자 데이브 알레드(Dave Alred) 박사./사진 제공=데이브 알레드
    결정적인 순간에 해내는 사람들을 분석한 책 ‘포텐셜'의 저자 데이브 알레드(Dave Alred) 박사./사진 제공=데이브 알레드
    얼마 전에 출간된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이라는 책을 보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시모어 번스타인이 영화배우 에단 호크와 함께 ‘무대 공포' 즉 자신이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어마어마한 압박감에 대해서 나눈 이야기가 나온다. 시모어 번스타인은 말했다.

    “음악가는 엄청나게 복잡한 음악 작품을 많은 사람 앞에서 외워서 연주해야 해요. 배우의 경우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대본을 외워야 할 뿐 아니라 감정을 한껏 살려야 합니다… 그 책임감이란 말로 다 할 수 없어요… 미천한 인간은 그래서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쉽게 말해서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는 거죠… 이겨내려면 열심히 연습해서 무대 공포증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연주를 하면 됩니다. 이걸 없앨 수는 없어요. 자신이 하는 일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러분은 초인적인 무엇을 해야 해요.”

    시모어는 몇 가지 예화를 더 이야기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마이클 래빈은 무대에서 활을 떨어뜨릴 거라는 공포에 시달렸다. 그렇게 시달리던 어느 날 그는 무대에서 의도적으로 활을 놓쳤다. 청중이 깜짝 놀라 얼어붙자, 그는 허리를 숙여 활을 잡고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거봐, 나는 아직 건재해.” 그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완벽한 연주를 해냈고,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이후 다시는 무대 공포에 시달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에단 호크는 몇 주 후 무대에서 대사를 잊어버렸을 때, 비슷한 대응을 했다고 한다. “연극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사가 생각나지 않아 소름 끼치는 비명을 내질렀습니다. 그러고 다시 연극에 돌입했죠. 청중 모두 내 비명이 연극의 일부라고 생각했죠. 아무도 내가 대사를 잊었다는 것을 모르더군요. 이제 공포증이 사라진 것 같아요.”

    스포츠 무대에서도 압박감은 무척 중요한 성패의 요소로 이야기되어 왔다. 얼마 전 은퇴를 선언해 주목받은 일본의 피겨 요정 아사다 마오. 그는 2014 소치 올림픽에서 계속되는 실수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심리적 압박감 탓이다. 반면 아사다 마오와 라이벌이었던 김연아 선수는 어떤 심리적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매 경기 탁월한 기량을 선보였다. 그의 이름에는 언제나 ‘강심장’이란 별명이 따른다.

    예술가나 스포츠 선수는 아니지만 매일 아침 우리도 100m 달리기의 스타트라인에 서는 기분이다. 앞날은 예측할 수 없는 변수로 가득하고, 평범한 우리 ‘소심장'들은 늘 긴장하며 산다. 일상적으로 ‘늦으면 어쩌나'하는 사소한 걱정에서부터,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거나 남들 앞에서 ‘창피를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종종 우리를 지배한다. 가장 최악은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 통제력을 잃고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면접에 대한 긴장감,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공포, 성과에 대한 부담감 등 많은 이들이 다양한 이유로 압박감에 시달린다.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평범한 우리도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아하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영국의 ‘압박감' 전문가 데이브 알레드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세계 최정상의 스포츠 코치이기도 한 데이브 알레드는 유명 선수들의 훈련을 전담하며 ‘직접 압박이 가해지는 순간 당장은 고통스러워도 정면으로 경쟁하는 선수들이 도망치며 편한 길을 택한 선수에 비해 성과가 높다’고 말한다.

    그는 압박감을 다룬 최근의 저서 ‘포텐셜'에서 ‘중요한 건 당장 보이는 실력이 아니라 압박감 속에서 잠재력을 발휘하는 힘’이라고 설파했다. 데이브 알레드는 잉글랜드 영국 코치 명예의 전당에서 수여하는 무사비니 메달과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고,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서의 수행'이라는 주제로 러프버러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생에서 압박감은 필연적인가?

    “무엇인가 도전 과제가 있고 그것을 달성하려고 할 때 동반되는 에너지의 격렬한 회오리가 압박감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상황에서 다종다양한 압박감과 맞닥뜨린다. 어린아이라면 새 친구를 사귀어야 할 때, 부모라면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신규 고객 유치를 해야 하는 영업 사원, 사업 확장을 앞둔 경영자도 압박감에 시달린다.”

    “우리를 압박하는 불안감을 극복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우리는 내면에 잠들어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깨워 더 멋지게 성취할 수 있다.”/사진 제공=데이브 알레드.
    “우리를 압박하는 불안감을 극복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우리는 내면에 잠들어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깨워 더 멋지게 성취할 수 있다.”/사진 제공=데이브 알레드.

    -기질적으로 압박감을 잘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지 않나?

    “심리적 압박을 더 많이 느끼고 못 느끼고는 그 사람의 성향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들이 처한 환경이다. 인간은 기질적으로 안전하고 편안한 컴포트존에 머무르길 좋아하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어글리존에서의 불안과 좌절,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압박감이 닥쳐오면 본능적으로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일반적이다.

    “회피는 항상 더 큰 문제를 만든다. 가령 당신이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이라고 치자. 만약 당신이 회피 동기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남 앞에 서는 것 일 자체를 피하려고 들 것이다. 회피 동기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일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자신의 잠재력에 대한 불신감도 그만큼 커진다. 삶의 반경이 줄어든다.”

    -회피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그 상황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겠지. 미리 어떤 이야기를 할지 시나리오를 짜서 여러 번 리허설을 한 후 상황에 임할 수도 있다. 목표의식이 뚜렷하면 훈련의 성과도 높다. 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운동선수들의 코치로 오래 일해왔지만, 노련한 선수도 매 경기에 앞서 압박감에 시달린다.

    놀라운 것은 아드레날린이 증가할 때 동반되는 심박 수 증가, 발한, 근육 긴장 등의 신체 증상은 킥 거리를 늘리거나 속도를 올리고, 펀치력을 강화하는 등 최상의 기량을 끌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 사실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용감해질 수 있겠는가. 우리를 압박하는 불안감을 극복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우리는 내면에 잠들어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깨워 더 멋지게 성취할 수 있다.”

    -압박감이 그렇게 쉽게 다뤄질 수 있는 감정은 아닌 것 같은데...

    “물론이다. 압박감은 완전히 제거될 수 없다.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뿐이다.”

    압박 상황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낼 수 있는 8가지 방법을 제시하는 책 ‘포텐셜'.
    압박 상황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낼 수 있는 8가지 방법을 제시하는 책 ‘포텐셜'.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우선 압박감에 대해서 새롭게 정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보겠다. 2011년 말, 영국 골프 선수 루크 도널드가 유러피언 투어에서 상금왕을 타기 직전이었다. 도널드는 이미 두바이 월드 챔피언십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경기 직전 도널드에게 짧은 편지를 썼다. 그 편지의 끝은 이렇다. “초조하고 불안할 거야.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지. 그건 멋진 감정이야. 그 감정이야말로 훌륭한 경기, 명승부를 펼치게 해줄 에너지원이야.” 다행히도 도널드는 정말 중요할 때 제 실력을 발휘했다. 놀라운 성취였다.”

    -우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당신같이 ‘멋진 조언'을 해주는 좋은 코치를 곁에 두지 못했다.

    “가장 근본적인 기술은 ‘긍정적인 언어'다. 근거 없는 칭찬이나 모호한 단어를 쓰지 말고 ‘만약 내가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와 같이 현재 시제로 써보라. 강력한 말로 감정을 자극하는 자기만의 ‘확신의 문장’을 만들어보길 권한다. 나는 그것을 나만의 ‘길잡이 언어'라고 부른다.

    계속 속삭여야 한다. “나는 천천히 성과를 거두고 있고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걸 알아”라고. 믿을만한 친구나 동료를 격려자로 두는 것도 방법이다. 가령 혼자서 운동을 하고 있다면 당신이 약해질 때 다그치고 격려할 트레이너를 두는 것이 방법이다.

    월드컵 결승전을 앞둔 골 키커라면, ‘나는 대부분의 선수보다 더 열심히, 더 집중해서 훈련해 왔고 이렇게 강도 높게 연습한 이상 나는 성공할 자격이 있다, 나는 이 경기를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충분히 이길 만하다’라는 문장을 외워두는 식이다.”

    -실패에 대한 예감이 압박감을 부추기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마크 트웨인은 “골프는 산책 잘하고 기분 망치는 운동”이라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골프 선수들이야말로 공을 향해 걸어가는 시간 동안, 너무 많은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

    쓸데없는 걱정을 대체할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셀 수도 있고,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릴 수도 있다. 혹은 하고 있는 일의 가장 사소한 특징에 몰두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골프공을 치려 한다면, 당신이 마주한 공의 재질이나 동그란 무늬 등에 집중하는 것이다.

    벤 리틀턴이 쓴 ‘12야드’라는 글을 보면 독일 축구선수 슈테판 쿤츠가 잉글랜드를 상대로 한 1996년 유럽축구 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다섯 번째 선수로 승부차기를 준비하는 순간이 나온다. 쿤츠는 당시 다섯 살, 일곱 살이었던 아이들을 떠올리면서 자기가 승부차기에서 실축하면 학교 친구들이 아이들을 얼마나 놀릴지 생각했다. 그는 “가족들이 그런 꼴을 당하게 두지 않겠어!”라고 생각했다. 불안을 분노로 바꾼 순간 놀랍게도 집중력 있는 공격성이 나타났다. 그는 승부차기에 성공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쓸데없는 생각을 대체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 쿤츠의 경우에 그건 가족이었다.”

    -나처럼 글을 쓰는 사람은 원고 마감을 앞두고 극심한 압박감을 느낀다. 수많은 정보를 앞에 두고 카오스 상태에 빠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조언을 부탁한다.

    “모든 걸 좀 더 단순화해라. 기억해야 할 항목이 적을수록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을 더 잘 극복할 수 있다. DIY 조립 가구를 떠올려 보자. 구성 부품과 단계별 설명을 자세히 열거한 책자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가구를 조립할 때 설명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한 번에 조립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조각으로 나눠서 사용한다. 모든 일이 그렇다. 전체를 통제하려 하지 마라. 차근차근 한 단계를 완성하고 나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라.”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도망가지 마라, 압박감 앞에서... 결정적 순간 '멘탈갑' 되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를 준다면?

    “나는 해군항공대 조종사와 함께 탑승 체험을 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 번의 실수로 고꾸라질 수 있는 곡예비행을 하면서도 그는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할지 쉬지 않고 설명했다. 중력 가속도의 압력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커피 마시며 얘기하듯 담담한 어조로. 마치 자기와 대화하듯이.

    이런 스캐닝 절차를 통해 육체와 정신이 혼미해지는 감각 정지를 막을 수 있다. 처음 운전할 때 “여기에서 왼쪽으로 꺾고… 파란 불이 켜졌네" 이런 식으로 소리 내 말하라. 연사로 강연장에 섰다면 “원고 보고, 관중과 눈을 맞추고, 발언해야지" 순서를 상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단 자기가 처한 상황을 실시간 해설하면, 집중력을 높이고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마감 기한이 있는 중대한 프로젝트를 맡았다면 일상생활의 사소한 규칙을 벗어나면 안 된다. 정기적인 운동이나 이메일확인, 가족과 보내는 시간 등 평소의 잘 짜인 루틴을 수행해야,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이 유지될 수 있다.

    자세도 중요하다. 구부정한 자세 대신 몸집을 크게 만들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는 여유를 가져라. 출근 첫날이나 면접을 앞둔 상황에서도 이런 작은 행동이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한국은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라 압박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자살률도 높은 편이다. 특별히 성과주의에 매여있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인생을 실패나 성공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인생에서 어느 위치에 서 있든, 계속해서 더 나아질 거라고 믿어라. 죽어야 끝나는 것도 아니다. 죽음 이후에도 평판과 해석은 계속된다. 어떤 실패도 ‘완전한 실패'로 규정하지 말고, 기나긴 여정 중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즐겨보라.”

    -압박감을 잘 견뎌내면 어떤 사람이 되는가?

    “하고 싶은 일에 완전히 몰두할 수 있고 그 결과로부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인생의 목적이 성공이냐 실패냐가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던 ‘한계치'를 넘어서 자신의 몰랐던 ‘최대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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