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회사는 데이터 경제 시대에서 살아남을 만큼 경쟁력 있는 데이터 인프라를 갖고 있습니까.”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질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런 데이터 인프라가 없다”는 대답을 한다면, 당신의 회사는 데이터 경제 시대에서 더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데이터 인프라는 단순히 서버 구매, 데이터센터 설립, 클라우드 결제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교통을 예로 들면 교통법과 관련 보험, 면허시험과 인력 등 모든 운영절차와 법률, 인력 등이 데이터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 인프라는 개발방법론이나 새로운 운영절차 설계, 보안과 교육, 정보 유통과 사생활 보호까지 데이터에 관한 모든 것을 포함한다. 클라우드를 통해 데이터 인프라 기초를 다지고, 그 데이터를 통해 디지털 경제에서 살아남을 해답까지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데이터 인프라다.

데이터 인프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기업은 구글이다. 구글은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면서 데이터에 기반을 둔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 지속해서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데이터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 수익모델 개발 등의 과정을 통해 새 체계와 철학을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창조적이고 독보적인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다.

미국 투자회사 모건스탠리는 클라우드라, 요들리, 클리크 같은 빅 데이터 분석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고, 신용카드 고객의 비식별화된 데이터를 판매하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고객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지난해 3억4000만달러 수익을 올렸다.

자동차 기록과 의료 정보를 활용한 보험 상품이 나오는 등 미국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빅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고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은 고객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홀푸즈 식료품 구매 목록을 통해 고객의 취향을, 아마존 에코를 통해 고객의 대화를 파악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는 이미 2015년에 DT(데이터 테크놀로지) 시대를 선포해 데이터 분석·비즈니스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 내 7개 은행과 기업 정보를 공유해 선보인 인터넷 은행 마이뱅크를 통해 비약적 성장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신용 관련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널리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열어 준 덕분에 위뱅크, 시왕은행, 바이신은행 등 중국 인터넷 은행들이 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데이터 경제 시대의 해답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전 세계 가정 거실에는 삼성과 LG가 만든 TV가, 주방에는 냉장고와 오븐이 자리 잡고 있다. 현대 자동차는 전 세계의 도로를 누비고 있다. 이렇게 하드웨어에 기반한 우위를 활용해 데이터기반 사업을 발전시킨다면 한국도 데이터 경제 시대, 디지털 경제 시대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난 시절 정부·민간의 선택과 집중으로 CDMA에 집중해 모바일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성취한 것처럼 제대로 된 데이터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한다면 우리 기업도 구글과 아마존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데이터 관련법 개정과 데이터 자유로운 유통을 허용하고, 데이터 악용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기업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허용하는 데이터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 스스로 ‘데이터에 대한 무지’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IT 부서만의 업무로 치부해버리는 경영진의 무관심을 과감하게 깨고 기업의 최고 경영진이 나서서 데이터와 인프라 구축을 선도하고 책임져야 한다. 경영진이 데이터 도입 성과에 대해 불신하는 풍토도 사라져야 한다. 데이터 도입 성과 불신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기업 중 29%가 빅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 빅데이터 활용율은 5% 수준이다. 빅데이터 척도인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트래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80%)에 훨씬 못 미치는 2% 미만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발표한 ‘기업의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설문기업 31.6%가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답하고 있고, 30.7%는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가 별로 없다는 대답을 하고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데이터 갈라파고스를 자초하고 있을 것인가.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기업이 나서서 데이터 갈라파고스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한국 기업의 생존 여부가 여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