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법조 업&다운](81) 영화관 대리한 태평양, 무료영화표 손배소 맡아 역전승

  • 최순웅 기자

  • 입력 : 2017.06.30 06:05

    법무법인 태평양은 영화 제작사들이 “무료 영화표 배포로 손해를 봤다”며 멀티플렉스 영화상영관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역전승을 거뒀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지난달 31일 명필름 등 23개 영화제작사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개 멀티플렉스 운영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공정거래법상 우월적 지위 남용 등 불공정거래와 관련, 직접적 거래가 있을 때만 불공정거래로 인한 손해배상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첫 대법원 판단이다. 이 판결 전에는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큰 경우 직접적 계약 관계가 없어도 손해배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하급심 판결이 있었지만 거래상 우월적 지위 남용 등 불공정거래에 따른 손해배상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직접적 계약 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례다. 태평양은 1심에서 패소한 사건을 2심부터 맡아 승소한 뒤 상고심에서도 원심을 확정해 굳히기에 성공했다.

     영화산업의 구조 및 가치창출영역/방송위원회
    영화산업의 구조 및 가치창출영역/방송위원회
    영화제작사와 상영관은 계약관계가 없다. 영화제작사는 배급사와 계약하고 배급사가 상영관과 계약하는 구조다.

    영화 수익 배분 구조를 보면 영화상영업자와 배급사가 맺은 영화배급계약에 따라 영화상영업자는 총 입장수입 중 일정한 비율의 금액(부금)을 배급사에 지급한다. 그 다음 배급사가 일정액의 배급수수료를 뺀 나머지 금액을 영화제작업자에게 지불한다. 그러나 부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총 입장수입에는 공짜표인 무료영화표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영화제작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08년 2월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이 2005~2007년 영화배급사와 사전 협의 없이 무료영화표를 배포한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불이익 제공 행위'로 판단해 시정조치 명령을 내린 것을 근거로 2011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는 멀티플렉스의 책임을 폭넓게 봤지만, 2심에 이어 대법원은 법을 확대 해석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으면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다며 멀티플렉스의 손을 들어줬다.

    [법조 업&다운](81) 영화관 대리한 태평양, 무료영화표 손배소 맡아 역전승
    ◆ 태평양, 간판급 파트너 변호사 투입해 역전

    멀티플렉스 상영관 운영사들은 1심에서 율촌을 선임했다. 율촌은 "무료입장권 발급이 유료 관객을 동반하는 효과를 내고 영화 홍보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입장수입 증대에 기여하고 이러한 효과에 대해 영화제작업자, 배급사, 영화상영업자 사이에 형성된 공감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고들은 영화상영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배급사와 영화제작업자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또 “무료입장권을 발급하는 것은 우월한 지위에 있는 영화관에 도움이 될 뿐 개별 영화제작사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영화관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구원투수로 나선 태평양은 문강배(57·사법연수원 16기) 파트너변호사를 투입했다. 판사 출신인 문 변호사는 재벌 관련 형사 소송은 물론 행정소송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태평양의 간판급 변호사다. 문 변호사는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형사 사건도 맡고 있다.

    문 변호사는 영화 관련 사건 경험이 많은 민인기(43·32기) 파트너변호사, 공정거래팀의 안준규(40·38기)·최휘진(40·변호사시험 1회) 변호사로 팀을 꾸렸다. 민 변호사는 CJ E&M이나 쇼박스 등 주요 국내 영화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한중 합작영화제작 프로젝트에 대한 법률자문, 기타 영화제작 및 배급 등의 관련 분쟁 소송에 대한 다수의 경험을 갖고 있다.


    문강배(상단 왼쪽부터), 오금석, 강일, 민인기(하단 왼쪽부터), 안준규, 최휘진 변호사/ 홈페이지 캡처
    문강배(상단 왼쪽부터), 오금석, 강일, 민인기(하단 왼쪽부터), 안준규, 최휘진 변호사/ 홈페이지 캡처
    태평양 변호인단은 공정거래법에서 말한 ‘거래’는 직접적인 거래인데 이를 무시하고 거래 관계가 없는 멀티플렉스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물으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해 역전에 성공했다. 죄형법정주의는 피고인을 처벌하려면 범죄와 그에 따른 형벌이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어야 한다는 형사법상 대원칙이다.

    태평양은 죄형법정주의를 바탕으로 무료 영화표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열번 보면 한번 무료로 입장권을 제공한 경우 동반자는 유료 고객인 경우가 많아 마케팅 효과가 있는 점을 부각했다. 태평양은 객관성을 보완하기 위해 용역보고서도 제출했다.

    서울고법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무료입장권이 영화제작사에 불리하다고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 역전에 성공한 태평양은 공정거래 전문 오금석(53·18기), 강일(40·32기) 파트너변호사를 추가 투입했다.

    대법원도 “공정거래법은 거래 관계의 존재를 전제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거래 상대방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보고 금지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거래관계가 없는 자까지 그 적용범위를 확대할 수 없다는 취지다.

    [법조 업&다운](81) 영화관 대리한 태평양, 무료영화표 손배소 맡아 역전승
    ◆ 3심에 바른 투입했지만 결국 패소

    1심에선 법무법인 길도의 이병부(47·사법연수원 32기) 변호사가 영화 제작사들을 대리해 승소했다. 이 변호사는 영화제작사와 배급사, 영화상영업자 사이의 수익분배 구조를 강조했다. 배급사는 일정한 수수료를 분배받기 때문에 무료입장권 발급과 정산 여부는 배급사보다는 영화제작업자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논리였다.

    이 변호사는 담합한 사업자로부터 상품을 구입한 직접구매자뿐 아니라 간접구매자도 담합행위에 따른 구매자 손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례를 근거로, 영화제작사가 영화상영업자와 직접적인 계약이 없이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직접적인 판례가 없다보니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담합) 관련 판례로 재판부 설득에 나선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불공정행위는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로, 거래상대방은 사업자와 직접적인 계약관계에 있는 자에 한한다고 볼 수 없다"며 영화제작사의 손을 들어줬다. 또 "특정 시장에서 산업구조가 단계별로 세분화되는 경우 단계마다 직접적으로 계약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경제적 이해관계로 보면 직접 영향을 주는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23개 영화제작사는 2심에서 법무법인 신원의 이동직(46·30기), 박정헌(32·변호사 시험 2회) 변호사를 추가 투입해 변호인단을 보강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태평양을 만나 고배를 마셨다. 서울고법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 관계가 없다”며 “피고들이 배급사와 체결한 영화상영계약의 이행이 원고들이 얻게 되는 최종 수익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사실이나, 원고들의 수익은 결국 배급사 등과 체결한 별도의 계약에 따라 정해진다”며 1심을 뒤집었다.

    노만경(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 문기주, 나혜선, 민원규 변호사/홈페이지 캡처
    노만경(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 문기주, 나혜선, 민원규 변호사/홈페이지 캡처
    영화제작사들은 3심에서 법무법인 바른과 신율로 대리인을 교체했다. 바른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 노만경(53·사법연수원 18기)·문기주(41·35기) 파트너변호사, 민원규(33·40기)· 나혜선(34·41기) 변호사를 투입했다. 신율에선 송평수(50·33기), 박서용(34·변호사시험 2회) 변호사가 나섰다.

    변호인단은 멀티플렉스의 영향력이 커 직접적 거래가 없이도 불공정 거래행위의 거래상대방이 될 수 있다는 1심 논리를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공정위가 행정처분한 내용을 토대로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과 그 손해액을 추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심 결과를 뒤집는데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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