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열풍에 컴퓨터 그래픽 카드 가격이 치솟아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상화폐 열풍의 최대 승자는 가상화폐 투자자가 아니라 그래픽 카드 회사 주식을 산 투자자라는 말도 나온다.

27일 한 아마존 가격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그래픽 카드 제조업체인 엔비디아의 지포스 GTX 1060(3GB) 모델 가격은 6월 초 200달러에서 최근 749달러로 급등했다. 국내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서는 AMD의 라데온 580 등 여러 그래픽 카드 제품이 '일시 품절'됐다.

그래픽 카드는 컴퓨터 모니터에 각종 이미지를 구현하는 부품으로, 본래는 고해상도 게임 실행이나 영상 작업에 쓰인다. 난데없이 그래픽 카드 대란이 벌어진 것은 가상화폐 열풍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치솟자 '채굴'에 뛰어드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시중 그래픽 카드를 싹쓸이하고 있는 것이다. 채굴이란 화폐 발행과 비슷한 개념으로, 가상화폐를 채굴하려면 고성능 '채굴기'를 장시간 돌려 암호를 풀어야 하고, 채굴기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많은 그래픽 카드를 한꺼번에 이어붙여 만드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그래픽 카드 품귀 현상 때문에 그래픽 카드 제조사들 몸값이 치솟고 있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는 엔비디아의 주가는 최근 두 달 만에 60% 올랐고, AMD 주가도 최근 한 달 새 26% 상승했다. 미국 경제채널 CNBC의 방송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그래픽 카드는 가상화폐 채굴 외에도 인공지능이나 무인자동차, 게임 등 쓰임새가 많아 투자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앙처리장치(CPU) 시장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인텔은 그래픽 처리장치(GPU) 시장에 소홀했던 대가를 치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최근 "인텔이 엔비디아·AMD와의 치열한 경쟁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내려갈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최근 들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은 투기적 매매가 극성을 부리면서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 등락할 만큼 요동치고 있다. 가상화폐 채굴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발행량이 줄어들게 돼 있어 채산성이 점차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요즘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그래픽 카드가 머지않아 중고 시장에 대규모로 풀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