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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제 시대 준비하자] 25% 요금할인 도입으로 강은 건넜다...고비용 저효율 유통 구조 손봐야

  • 심민관 기자
  • 입력 : 2017.06.27 06:30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통신사, 단말기 제조업체의 경쟁을 촉진시키면 가계 통신비는 줄어든다. 이를 위해 ‘고비용 저효율'의 휴대전화 유통 시장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선비즈는 단말기 판매와 통신 서비스 판매를 분리하는 ‘자급제 시대 준비하자'를 시리즈를 통해 통신 유통 구조의 개선책과 자급제 연착륙 방안을 두루 모색한다. [편집자주]

    ‘자급제로 가는 강은 건넜다.’

    지난 2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국정위)가 선택 약정 요금 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하자, 이동통신업계에서 나온 반응이다. 자급제는 소비자가 이동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대형 마트나 쇼핑몰에서 직접 스마트폰을 마련(구매)하는 제도다. 약정 할인 비율이 높아지면, 소비자들이 휴대전화 보조금을 주는 이동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휴대전화를 구매해 요금 할인을 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국정위의 발표가 자급제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자급제는 ‘고비용 저효율’ 단말기 유통 구조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동안 소비자는 비싼 스마트폰을 싼 값에 쓸 수 있다는 말에 비싼 단말기와 고가 요금제를 선택했다. 이통사는 가입자를 유치하고 전국 유통망을 유지하느라 매년 7조~8조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었다. 가계 통신비가 계속 상승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이동통신 집단상가의 모습 / 심민관 기자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이동통신 집단상가의 모습 / 심민관 기자
    ◆ 경쟁 사라진 이동 통신 시장...약정할인은 자급제로 가는 징검다리

    한국의 휴대전화 유통시장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경쟁이 사라진 페쇄형 시장’이다. 이통사를 통해 판매되는 휴대전화 비중이 전체 판매량 중 98%를 넘는다.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는 제조사에서 단말기를 받아올 방법이 거의 없다. 경쟁이 없으니 휴대폰 가격도 높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사들이 주는 단말기 보조금에 혹해 고가의 약정 요금제에 가입한다. 소비자들은 위약금이 무서워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가 요금제를 유지한다. 이동통신사들이 전국 오프라인 대리점에 뿌리는 영업 비용과 각종 리베이트 역시 고스란히 가계 통신비 부담으로 돌아왔다.

    단말기 자급제 시행 이전(왼쪽)과 이후 비교 / 방송통신위원회
    단말기 자급제 시행 이전(왼쪽)과 이후 비교 / 방송통신위원회
    국내에서는 2012년 5월 뒤늦게 이동통신사를 통하지 않고도 휴대전화를 살 수 있는 자급제가 실시됐다. 정부는 이동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단말기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방법을 궁리하다 2012년 6월 12% 선택 약정 요금 할인 제도를 실시했다. 당시엔 요금 할인율이 낮다보니, 소비자들은 계속 단말기 보조금을 주는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찾았다.

    2015년 4월부터 요금 할인율이 20%로 올라가면서 견고한 통신 유통 구조에도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휴대전화 보조금 대신 요금 할인을 선택하는 가입자 수가 1500만명까지 증가했다. 선택 약정 할인율이 25%까지 올라갈 경우 6만원대 요금제를 쓰는 사람은 매달 1만 5000원씩, 2년 간 총 36만원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할인율이 올라갈 수록 선택 약정 요금제는 통신서비스와 단말기를 따로 구매하는 자급제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고가의 요금제 가입자를 유치할 수도 없는 데 제조사 대신 단말기를 팔아주기 위해 막대한 비용의 대리점을 운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라면서 “단말기와 통신 서비스의 결합 판매를 포기하고 통신 서비스 판매에만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이통사, 통신비 인하 재원 마련 위해 ‘자급제’ 카드 만지작

    실제로 이동통신사들은 정부가 요청한 통신비 인하 재원 마련할 방안을 두고 다각적인 검토에 나섰다. 지난 19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통신요금 인하는 통신사들도 나서야 하지만 단말기 제조사들도 해야 하고, 많은 플레이어들이 동참해야 한다”며 “단말기 유통 분리 등의 고민을 통해 (과도한 보조금 지급 구조로 인한) 이동통신사업자의 비즈니스 한계를 극복해야 할 것 같다”고 발언하면서 자급제 도입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박 사장이 직접 ‘단말기 자급제’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을 이행하기 위한 재원 마련의 일환으로 자급제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감독원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대리점과 판매점 등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가 연간 7조원 안팎에 달한다. 이는 이동통신 3사가 월 기본료를 일괄 폐지할 때 발생하는 예상 손실액과 맞먹는 규모다. 판매수수료는 휴대전화 단말기 종류에 따라 책정된 판매장려금과 고객이 매달 납부한 요금의 7~10% 정도에 해당하는 수수료 등이 포함된 금액을 말한다.

    고비용 구조의 단말기 유통구조를 개선하면, 통신사가 통신비를 인하할 여력이 생길 것이라는 주장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완전 자급제로 가면, 해외 저가 단말기나 중고 단말기 시장도 활성화 돼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 부담을 낮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급제가 정착되면 수조원에 달하는 통신사 마케팅비를 요금인하 재원으로 활용 가능하며, 시장 경쟁을 통해 연간 2조~3조원 수준의 통신요금 인하가 (추가적으로) 가능하다"며 “단말기 제조사가 가전 제조사처럼 판매 촉진 경쟁을 벌이면 단말기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해외처럼 단말기와 유심칩을 소비자가 직접 구입해 온라인으로 개통하면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제공한 판매수수료 만큼의 통신 요금 거품을 줄일 수 있다”며 “오포, 비보, 샤오미 등 해외 저가 제품 수요도 늘어나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 부담을 낮춰줄 것”이라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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