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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이 다른 '대륙'의 비트코인 채굴...가상화폐 인기에 그래픽카드 대란

  • 박성우 기자
  • 입력 : 2017.06.19 15:41 | 수정 : 2017.06.20 15:48

    중국 대련시 외곽에 위치한 한 허름한 3층 건물. 약 3000여대의 PC가 24시간 풀 가동하며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을 채굴(마이닝·Mining)’하는 곳이다. 건물 곳곳에는 헝클러진 머리카락처럼 거대한 랜선이 이어져 있다. 건물 외벽에는 PC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대형 팬들이 쉼없이 돌아간다. 이 채굴장의 한달 전기사용량은 1250kWh(킬로와트시)로 요금만 8만달러(약 9050만원)에 달한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다가 고장난 PC와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 900여대는 채굴장 한켠에 쌓여 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마더보드의 유튜브 참고)

    IT 전문지 마더보드가 촬영한 중국 비트코인 채굴장의 모습 /마더보드 유튜브 캡처
    IT 전문지 마더보드가 촬영한 중국 비트코인 채굴장의 모습 /마더보드 유튜브 캡처
    중국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 등 가상화폐의 최대 채굴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량의 70%가 중국에서 이뤄진다. 지난해 3월 골드먼삭스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 환전량의 80%가 중국 위안화다. 급이 다른 ‘대륙’의 비트코인 채굴 바람에 전 세계 그래픽 카드 가격이 뛰고 일부 제품은 품절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 중국 채굴장, 손익분기점 넘자 규모 더 키워...일부는 수력발전소 옆에 공장 차려

    과거 비트코인 초기에 채굴에 나섰던 마이너(광부·Miner)들은 적잖은 손실을 봤다. 2010년 비트코인 초창기 시세는 0.3센트(3.3원) 정도로 아무리 채굴을 해도 장비구입과 전기료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채산성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비트코인 시세변화 /월드코인인덱스닷컴 캡처
    비트코인 시세변화 /월드코인인덱스닷컴 캡처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채굴 손익분기점을 60만원으로 봤다. 비트코인 가격이 60만원 이상이 되면, 채굴 이익이 있다는 것이다. 국제 비트코인거래소 코인데스크의 17일 기준 비트코인의 거래가격은 1비트코인(BTC)당 2704.72달러(약 306만원) 수준으로 손익분기점보다 5배 이상 높아졌다.

    중국 티벳의 수력발전소 인근에 위치한 비트코인 채굴장의 모습. 비트코인의 가격이 채굴 손익 분기점을 크게 넘자  중국의 가상화폐 채굴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여러 업체가 PC를 네트워크로 병렬 연결, 일종의 수퍼컴을 만들어 공동 채굴하는 ‘마이닝풀 허브'이 잇따라 등장했다. 마이닝풀 허브에 참가한 기업들은 연산 능력에 따라 채굴한 비트코인을 분배한다.
    중국 티벳의 수력발전소 인근에 위치한 비트코인 채굴장의 모습. 비트코인의 가격이 채굴 손익 분기점을 크게 넘자 중국의 가상화폐 채굴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여러 업체가 PC를 네트워크로 병렬 연결, 일종의 수퍼컴을 만들어 공동 채굴하는 ‘마이닝풀 허브'이 잇따라 등장했다. 마이닝풀 허브에 참가한 기업들은 연산 능력에 따라 채굴한 비트코인을 분배한다.

    이들은 기업이 아닌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클라우드 펀딩도 받는다. 대당 수천만원 규모의 채굴 전용 PC를 구성하기 위해 일반 개인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식이다. 채굴을 통해 얻은 코인을 각 투자자들에게 지분만큼 배당한다. 중국을 근거지로 삼는 주요 ‘마이닝풀 허브’는 한국어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적극적으로 투자자 모집에 나서는 중이다.

    중국 비트코인 채굴장의 모습
    중국 비트코인 채굴장의 모습
    중국이 가상화폐 채굴장으로 각광을 받는 배경에는 값싼 전기료도 한몫 했다.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중국의 산업용 전기료는 쓸 수록 저렴해진다. 한국과 비교해도 전기료가 절반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비트코인 채굴장 사업자는 수력∙석탄발전소 인근에 채굴장을 만들기도 한다. 발전소와 직접 계약으로 값싸게 전기를 공급받는다. 실제 유튜브에 공개된 티벳의 한 비트코인 채굴장은 수력발전소 옆에 위치해있다.

    ◆ 중국발, 그래픽카드 ‘대란’...AMD∙엔비디아 ‘즐거운 비명’

    중국의 가상화폐 채굴 열기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PC에 장착하는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이 대표적이다. 채굴은 컴퓨터의 CPU가 아닌 그래픽카드 GPU(Graphics Processing Unit)의 성능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GPU의 성능이 뛰어날수록 채굴 속도가 더 빨라진다.

    비트코인 채굴장비의 모습. 장비 1대에 그래픽카드 8개가 사용되고 있다. /wccf테크 캡처
    비트코인 채굴장비의 모습. 장비 1대에 그래픽카드 8개가 사용되고 있다. /wccf테크 캡처
    실제로 최근 AMD 라데온, 엔비디아 지포스 등 고성능 그래픽카드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19일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AMD 라데온 RX580’, ‘엔비디아 GTX1050’ 등 일부 그래픽카드 제품의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며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AMD의 라데온 RX580은 타 제품 대비 멀티태스킹(2가지 이상의 작업을 동시에 처리) 능력이 좋아 비트코인 채굴에 적합한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제품은 재고부족으로 구매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RX580은 6월 첫째주 판매량이 전주인 5월 마지막주에 비해 280% 증가했다.

    RX580이 품귀현상을 보임에 따라 엔비디아의 제품 역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같은 기간 '지포스 GTX1050Ti'의 판매량은 전 주 대비 27% 상승했고,' GTX1060'의 판매량 역시 6% 이상 상승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이달 들어 그래픽카드의 가격도 15~25% 상승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장비를 만드는 업체인 엔비디아, AMD, 인텔 등을 대표 수혜주로 소개했다.

     엔비디아 주가 흐름표
    엔비디아 주가 흐름표
    엔비디아 주가는 올 들어 45% 상승했고, 지난 한 해 동안에는 3배 넘게 올랐다. 조사기관 존 페디 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75%에 이른다. 향후 주가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다. AMD의 주가도 급등했다. 지난달에만 주가가 27% 올랐으며, 지난 1년 동안 거의 3배 이상 상승했다. 국내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래픽카드 등 PC관련 부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제이씨현의 주가는 이달들어 10% 가까이 상승했다.

    RBC 캐피 마켓의 리포트는 가상화폐 채굴 시장은 약 13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채굴 비용의 3분의 2정도를 차지하는 GPU에 수요는 8억7500만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그래픽카드 수요 증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가상화폐의 채굴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어 고성능 그래픽카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4년마다 반감기(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어듦)를 겪게 되는데 이를 기점으로 채굴의 보상이 줄고 난이도가 상승한다"며 “2012년에 이어 지난해 두 번째 반감기를 겪으면서 채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비트코인은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트코인을 더 많이 채굴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빠른 고성능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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