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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술꾼 잡고파"…롯데, '폭탄주용' 맥주 내놓은 까닭은

  • 안재만 기자
  • 입력 : 2017.06.19 11:08 | 수정 : 2017.06.19 15:40

    롯데주류의 신제품 맥주 ‘피츠’가 소주와 섞어 먹는 ‘폭탄주용(用)’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오비맥주 ‘카스', 하이트진로 ‘엑스트라콜드’ 등 폭탄주용으로 적합한 가벼운 ‘미국식 라거(American Adjunct Lager)’ 시장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롯데는 “폭탄주용 맥주를 내놓은 것은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주류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대량 소비자(헤비 유저)를 잡아야만 하는데, 현 상황상 폭탄주 시장을 잡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롯데주류가 3년 만의 내놓은 신작이 폭탄주용 맥주이다 보니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현재의 맥주 소비 트렌드는 ‘한잔을 마시더라도 맛있는 맥주’다. 이를 기반으로 수입맥주와 수제맥주 열풍이 불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맥주 수입량은 22만톤으로 전년 대비 30% 늘었다. 수제맥주시장은 현재 200억원에 불과하지만 최근 3년간 매해 100% 이상 성장했다. 롯데주류도 맥주시장에 처음 진출했던 지난 2014년엔 맛있는 맥주(맥아 사용 비율 100%)인 클라우드를 내놔 업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롯데물산과 롯데주류는 피츠 출시를 기념해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에서 ‘피츠 수퍼클리어 비어가든 페스티벌’을 7월 15일까지 진행한다. /롯데물산 제공
    롯데물산과 롯데주류는 피츠 출시를 기념해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에서 ‘피츠 수퍼클리어 비어가든 페스티벌’을 7월 15일까지 진행한다. /롯데물산 제공

    ◆ 롯데의 고민 “애주가는 처음처럼·클라우드 안마셔”

    19일 주류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롯데주류 경영진은 보유 제품 라인인 처음처럼과 클라우드, 대장부, 청하 등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비교적 높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는 배경으로 ‘헤비 유저’가 없다는 점을 꼽고 있다.

    두산주류 시절이던 2006년 출시한 소주 처음처럼은 20~30대 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점유율을 높이는 데 애를 먹었다. 소주 처음처럼 점유율은 16~17%로 업계 1위 참이슬의 점유율인 50%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롯데 관계자는 “소비자 반응을 보면 처음처럼을 선호하는 소비자와 참이슬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거의 딱 반반”이라며 “그런데도 점유율이 크게 밑도는 것은 결국 소주를 2병 이상 마시는 소비자가 참이슬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처음처럼은 출시할 때부터 수도권의 화이트칼라를 대상으로 했다”면서 “이 소비층의 음주량이 줄어들면서 처음처럼이 고전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클라우드도 비슷한 처지다. 클라우드는 카스, 하이트 등에 비해 맛있다고 대체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점유율은 4%대(롯데주류 추산)에 그친다. 이 또한 폭탄주를 주로 마시는 소비자는 카스 등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롯데 측은 설명했다.

    롯데는 피츠를 폭탄주용, 특히 폭탄주를 대량으로 마시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개발했다.

    피츠의 끝 맛이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끝 맛이 없기 때문에 너무 가볍다는 평가를 받지만, 반대로 끝 맛이 없어 많이 마셔도 상대적으로 더부룩함이 덜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주류 전문가인 유성운 하트온 대표는 “기존 하이트, 카스는 마신 후 혀에 단맛과 잔미가 남는다”면서 “피츠는 깔끔한 드라이한 맛을 추구한 게 여실히 보인다”고 말했다.

    정반대 평가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의 매력은 끝 맛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씁쓰름함을 적당히 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피츠 출시를 준비하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시음 테스트를 했는데, 한번은 모든 참여자가 1500cc 이상을 먹어야 했다”면서 “많이 마시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이다 보니 테스트도 실제로 많이 먹어보며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츠의 진짜 매력을 알고 싶다면 꼭 ‘과음’을 해보시라”고 주문했다.

    피츠 광고 중 한장면 /유튜브 캡처
    피츠 광고 중 한장면 /유튜브 캡처
    ◆ 1위 사업자만 돈 버는 주류시장…회사측 “2019년쯤 흑자전환”

    1위 사업자만 살아남는 듯한 현 주류업계 분위기도 롯데가 결단을 내린 배경이다. 현재 하이트진로 맥주사업부문은 점유율이 30%에 달하지만 적자다. 점유율 60%의 1위 사업자 OB맥주만이 흑자를 내고 있다. OB맥주는 지난해 372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소주 시장 또한 참이슬을 파는 하이트진로 소주사업부문만 유의미한 수준으로 흑자를 내는 상황이다. 후발주자인 지방 소주업체들은 수도권 시장에 진출했다가 철수했거나 철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주 2위 브랜드인 롯데주류 처음처럼도 점유율 대비 이익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주류는 올해 피츠로 7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내년 매출 목표치는 1200억원으로 알려졌다. 현재 연간 900억원 매출이 발생하는 클라우드와 합치면 2100억원 매출이 나오는 셈이다. 매출 2100억원을 달성하면 공장 두 곳 가동률이 70%로 올라서게 되고, 흑자 전환이 가능해진다. 롯데주류는 2019년까지 맥주사업부문을 흑자 전환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롯데주류의 1분기 전체(소주 등 포함) 주류공장 가동률은 68.2%였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클라우드는 가정용, 프리미엄 시장을 주로 공략해왔기 때문에 신제품 출시에 따른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효과)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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