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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칼럼]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철회 유감

  • 이재원 경제정책부 정책팀장

  • 입력 : 2017.06.19 06:00

    [팀장칼럼]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철회 유감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정책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열고, 기존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무력화하는 조처를 했다. 이미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기로 약속한 공공기관은 원래의 호봉제로 되돌릴 수 있게 됐고, 그에 따른 불이익도 없는 것으로 했다. 사실상 폐기 선언이었다. 작년 1월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정책은 이전까지 간부들에게만 적용하던 성과연봉제를 직원의 70%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뒀다. 기본 연봉의 2%까지 두던 연봉 차등 폭도 평균 3%까지 늘리기로 했다. 철밥통이라는 지적을 수시로 듣는 공공부문에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성과 중심 조직관리를 확산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하려던 것이다. 사회가 이렇게 바뀌어야 하니 공공부문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설명도 있었다.

    도입 과정에서 성과가 낮은 사람을 해고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고, 공공성이 중요한 이들의 업무를 개인별로 자로 잰 듯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반발이 큰 만큼 도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정부는 무리수를 뒀다. 촉박한 시한을 부여하고 기일을 어기면 인건비 등에 불이익을 줬다. 공공기관장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 으름장도 놨다. 당사자의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고 몰아붙이기만 하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았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부가 정책을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도 되는지 의문이다. 공공부문은 그동안 정부 정책에 맞추느라 많은 갈등을 겪었고, 일부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되던 상황이다. 정부 판단대로 성과연봉제는 앞뒤 안가리고 당장 폐지해야 할 제도였을까? 문제가 있으면 보완하면 되는데 그동안 애써 만들어온 소중한 기회를 한순간에 걷어차는 방식을 택했다. 이제 정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다시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성과연봉제 도입의 핵심 논리인 ‘공정한 보상체계’는 새 정부도 내세우는 국정 철학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해야 하는 핵심 근거 중 하나가 바로 ‘공정한 보상체계’다. 왼쪽 바퀴를 조립하는 사람과 오른쪽 바퀴를 조립하는 사람에 대한 대우가 달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에는 유독 공정한 보상체계가 아닌 호봉제로 돌아가도록 했다. 필요에 따라 다르게 적용한 셈이다.

    정부는 직무의 난이도에 따라 연봉 체계를 달리하는 직무급제를 도입해 공공부문 급여체계를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직무급제는 성과급제와 상호 보완적으로 쓰일 제도이지 성과급제를 대체할 제도가 아니다. 직무급제는 급여를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제도는 되기 어렵다. 직무급제 도입도 필요하고 성과급제 확산도 필요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물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성과연봉제의 성패는 모두가 수긍할 공정한 평가 기준에 달렸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평가에 근거해 보상이 결정된다면 도입하지 않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제도를 끊임없이 보완할 고민을 해야지 성과연봉제 자체를 적폐로 보면 곤란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공정 경제’를 언급하며 “노력과 헌신, 성과에 따라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경제·사회 전반의 보상체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번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무력화는 그의 소신에 따라 진행된 것은 아닌 것 같다. 보상에 차이가 없다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적당히 일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일하는 것보다 노는 게 편하다. 이런 단순한 진리를 모를리 없는 정부가 호봉제 하에서 어떻게 공정하면서도 효율이 높은 사회를 만들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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