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ㆍ통상

[비즈인터뷰] 김영석 前 해수부장관 "5%밖에 개발 안 된 바다서 성장 동력 찾아야"

  • 이재원 기자

  • 이현승 기자
  • 입력 : 2017.06.19 06:00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 마지막 장관들을 불러 오찬을 했던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해양수산부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김영석 전 장관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이 날 문 대통령은 “여러분은 엄연한 문재인 정부 첫 장관들”이라고 추켜세우며 각 부처 장관들의 의견을 귀담아들었다. 김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해운과 항만, 조선과 플랜트, 금융이 긴밀하게 맞물린 바다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양식, 심해광물, 해양주권 등 바다에서 찾을 수 있는 미래 산업 이야기를 쏟아냈고, 문 대통령은 ‘거꾸로 된 세계지도’ 이야기를 꺼내며 화답했다. 세계지도를 거꾸로 놓으면 한국은 바다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지리적 강점을 활용해 전 세계에 진출하고 도전하자는 의미다. 김 전 장관은 “새 정부에서 해양수산 분야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것을 확인해 마음이 놓인다”면서 “한국은 아직도 5%밖에 개발이 안 된 바다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석 전 해수부장관이 지난달 26일 해수부 서울사무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바다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김영석 전 해수부장관이 지난달 26일 해수부 서울사무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바다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김영석 전 장관은 해양수산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관료다. 천안고와 경북대를 나와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김 전 장관은 해양수산부 대변인, 옛 국토해양부 해양정책국장,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차장, 대통령실 해양수산비서관, 해수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주 영국대사관에서 해양수산관을 맡은 이력도 있다. 33년 공직을 마감하는 김 전 장관에게 바다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 공직 생활을 되돌아보면 어떤 일들이 떠오르나.
    “북극 다산기지와 이어도 기지를 건설한 것, 여수엑스포를 유치한 것 등이다. 다산과학기지의 문을 연 건 2002년 해양개발과장을 맡았을 때다. 북극의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등에 대한 연구 기반을 마련하는데 참여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비슷한 시기에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 건설도 추진했다. 이어도는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곳인데다, 중국과 동남아, 유럽으로 가는 선박이 통과해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가졌다. 2007년에는 여수엑스포를 유치했다. 바다에 대한 세계인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국의 비전과 역량을 과시하는 계기였다. 물론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사고와 2007년 태안 앞바다의 기름 유출 사고,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세월호 사고 등은 아픈 기억이다. 작년에 한진해운이 청산된 것도 아쉬운 기억이다.”

    - 장관으로 추진했던 정책 중 잘 된 것과 잘못된 것을 꼽자면 어떤 것들인가.
    “수산업의 미래산업화, 해양관광 활성화, 국제위상 제고 등이 잘 된 정책이다. 명태와 뱀장어의 완전 양식에 성공하고 양식 연어를 처음으로 출하하는 등 수산업이 미래 산업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 어업인 소득 향상을 위해 어촌관광을 활성화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고 자부한다. 지난 2012년 3783만원이던 어가 소득은 2015년에 4390만원으로 크게 올랐고, 지금도 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을 배출하는 등 한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애정이 가는 정책은 ‘해양르네상스’ 정책이다. 바다 산업이 발전하려면 밑바탕에 바다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해양강좌를 늘리고, 해양과학관을 확충했으며, 해양레저·스포츠 프로그램을 늘려 보다 많은 사람이 바다를 경험하게 했다. 아쉬운 대목은 역시 세월호 사고다. 장관 재임 시기에 발생한 사고는 아니지만, 임기 내내 세월호는 마음을 무겁게 했다. 바다라는 대자연 앞에 나와 우리 조직의 무력함과 한계를 느꼈다. 고통스럽고 안타까웠다.”


    [비즈인터뷰] 김영석 前 해수부장관 "5%밖에 개발 안 된 바다서 성장 동력 찾아야"
    -최근 조선과 해운 등 바다 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배울 점은 무엇인가.
    “해운산업 경기는 10년에서 20년 사이클로 굉장히 불확실하게 움직인다. 오랜 경륜을 갖고 산업을 다뤄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우리가 그런 시각이 부족했다. 해양플랜트도 설계와 디자인, 건조, 유지보수, 해체, 재활용 등 전체 라이프사이클 중 건조는 25%밖에 안 되는데 우리는 거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다른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얼마든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해운과 항만, 조선과 해양플랜트, 금융은 한꺼번에 맞물려 돌아가는 산업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지금처럼 제각각 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 유럽의 여러 국가는 해운과 조선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기도 한다. 금융도 따로 떨어져 있는 것도 문제인데 바다산업에서 금융이 매우 중요한 만큼 해수부에도 금융 쪽 인사를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바다가 왜 중요한가.
    “인류사를 보면 세계를 지배한 세력은 해양세력이었다. 전 세계 50대 도시의 3분의 2가 연안 도시다. 앞으로 바다는 식량 확보의 전진기지이자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 영역으로 떠오를 것이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에 따르면 2030년 세게 식량 수요는 35%~70%, 에너지 수요는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2020년 이후에는 육상자원의 80% 이상이 고갈될 상황이다. 반면 바다는 연간 24조 달러의 자산가치를 가졌음에도 아직 개척된 수준은 5%에 불과하다. 주력산업의 성장이 정체된 한국은 바다에서 미래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바다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비즈인터뷰] 김영석 前 해수부장관 "5%밖에 개발 안 된 바다서 성장 동력 찾아야"

    - 한국은 얼마나 준비가 돼 있나.
    “한국의 해양수산분야 국가 경쟁력과 기술력은 전체적으로 10위권으로 평가된다. 대부분의 분야가 10위권에 있다. 한국의 어업인구는 13만명으로 27위 수준이지만, 어획량은 14위,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세계 1위, 양식 생산량은 세계 7위 수준이다. 국적 선대 선박보유량은 세계 5위다. 항만 물동량은 6위로 해운 경쟁력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여기에 한국은 남극에 2개, 북극에 1개의 과학기지를 갖고 있고, 제2 쇄빙 연구선을 건조하는 등 극지 연구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 바다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높고 삼면이 바다인 특성을 가졌다. 수출입 물동량의 99.8%가 바다를 통해 움직인다. 국내 항만과 물류를 통합 관리해 세계 물류의 중심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북극해 항로가 활성화되면 한국의 항만은 아시아의 주요 거점으로 크게 부각될 게 분명하다. 여기에 먼저 대비해야 한다. 해양 신산업 발굴과 육성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스마트항만, 선박평형수, 이내비게이션, 해양플랜트 서비스 등의 분야가 유망하다. IMO는 배의 균형을 잡고 운전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배에 넣었다 뺐다 하는 ‘선박평형수’ 처리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생태계 교란을 막으려는 조처인데 시장 규모가 앞으로 5년 동안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 강국인 한국이 강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IMO는 또 자동운항 등 안전운항과 관련된 이런 장비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기준을 만들고 있다. 이내비게이션 장착이 법제화되면 10년 동안 직접 시장만 300조원, 서비스 등 간접 시장까지 합하면 1200조원의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ICT 강국이지 않은가. 이런 시장들을 선점해야 한다.”

    -일자리가 새 정부의 화두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한국은 지금 많은 외국 항만에 마스터플랜을 짜줬을 정도로 실력이 있다. 이집트, 이라크, 베트남, 말레이시아, 러시아 극동지방 등 한국이 진출할 곳이 정말 많다. 항만 건설이나 플랜트 유지보수, 항만 운영 등에 많은 인력을 진출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업은 큰돈이 들어가면서 회수는 늦은 문제가 있다. 금융에서 크게 도와줘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같은 국제기구를 적극적으로 공략해 금융 문제를 해결하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수부는 1996년 발족한 이후 폐지와 부활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앞으로는 단절 없이 해양수산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입지를 확고하게 하고 보다 강한 정책 추진 기반을 다져야 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인류 역사의 변화와 발전은 창조적 소수에 의해 이뤄졌다’고 말한 것처럼 희생하고 헌신하는 창조적 구성원이 조직과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다.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라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사랑받는 해양수산부가 되고 세계 속의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하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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