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부터 축구, 사격, 양궁까지. 종합 스포츠 아케이드 게임센터가 서울 강남역에 문을 열었다.
13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 세계빌딩 건물 지하에 위치한 ‘레전드 히어로즈’에 들어서자 시끄러운 타격음이 귀를 울렸다. ‘깡!’하는 배팅 소리와 ‘뻥!’ 축구공을 차는 소리에, 여기저기서 총격소리가 휘몰아쳤다.
레전드 히어로즈는 스크린야구 프랜차이즈 ‘레전드 야구존’을 운영하는 클라우드게이트가 새롭게 선보인 종합 스포츠 스크린 아케이드 게임장이다. 이 곳에선 다양한 스포츠를 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다.
730㎡ 규모의 공간에 2개의 야구존 케이지와 티배팅 코너, 투구 코너 등 4개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축구 종목은 패널티킥과 프리킥을 연습할 수 있는 케이지가 하나 있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스크린 사격 게임기는 4개, 그리고 스크린 양궁 게임기가 1개 설치됐다.
게임은 실제 경기를 뛰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현실감이 났다. 압권은 양궁이었다. 양궁 활에 스크린 게임기용 화살을 꽂고 당기는데 상당한 근력이 들어갔다. 당기는 오른손보다 활을 잡고 버텨야 하는 왼손이 더 힘들었다.
8발을 쏘고 나니 왼쪽 어깨에서 떨림이 느껴질 정도였다. 레전드 히어로즈 직원은 “실제 양궁과 비슷한 수준으로 힘이 들어간다”며 “평소 안쓰던 근육을 사용하는 만큼 쉽진 않은 종목”이라고 말했다.
과녁도 상당히 정교했다. 짧은 시간에 친구들과 내기를 하기엔 최고의 게임이 아닐까 생각됐다.
사격은 보통 스크린 사격장에서 사용하는 레이저 장비가 아닌 비비탄을 발사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사격에 사용하는 총기는 실제 서바이벌 게임에 사용하는 에어코킹건을 구입해 내부를 전체 개조했다고 오동석 클라우드게이트 대표는 설명했다.
“10만발을 연속으로 쏴도 ‘잼’(총기 막힘)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총기를 개조했다. 클라우드게이트는 단순히 게임 개발 뿐만 아니라 게임에 필요한 장비도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격은 기존의 오락실 게임처럼 눈대중으로 하면 맞지 않았다. 가늠쇠와 가늠자로 정조준을 해야 했다. 클라우드게이트는 현재의 사격 게임장비에 해외의 유명 게임 콘텐츠를 탑재할 계획이다. 유명 슈팅게임 ‘B’와 할리우드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게임 ‘R’ 저작권을 놓고 일본 C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 것은 이미 사업성을 인정받은 야구 종목이었다. 기존의 레전드 야구존 게임 외에 투구 존과 티배팅 존도 주목받았다. 현재 클라우드게이트는 투구존과 티배팅존 장비의 일본 수출을 추진 중이다.
오동석 대표는 “우리가 갖고 있는 야구존 모델을 일본에서 다양하게 전개할 계획”이라며 “일본 게임 회사 관계자가 우리 제품을 본 후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자신들이 야구에 대해선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한국이 앞서고 있다는 것에 자극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대표 게임회사인 N사는 3000㎡ 규모의 아케이드 게임 센터 설립을 추진하면서 클라우드게이트의 게임 장비를 상당수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오 대표는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대만 쪽도 진출이 잘 진행될 것 같다”면서 “해외 매출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아케이드 게임이 PC게임, 콘솔게임에 밀리면서 경쟁력을 잃은 상황에 무리한 확장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해 오 대표는 “지금까지 아케이드 게임센터는 동네 오락실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기성세대엔 ‘불량학생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아웃오브홈엔터테인먼트’가 강조되는 시대가 됐다. 쇼핑몰과 같은 공간에서 놀이 문화를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답보상태 머물러 있던 게임센터의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했다.
클라우드게이트는 오늘 처음 선보인 레전드 히어로즈를 연내 30곳 까지 개설할 방침이다. 레전드 히어로즈 매장 확장과 관련해선 기존에 야구존을 운영하고 있는 가맹점주들이 적극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오 대표는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레전드 야구존이 사업성이 괜찮은데 왜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하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도 “그래도 너희가 도전하는 거라면 믿고 가보겠다며 기존 가맹점주들이 신뢰를 갖고 동참했다”고 전했다.
클라우드게이트는 현재 핵심 사업인 스크린 게임에 이어 가상현실(VR) 게임 영역까지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클라우드게이트가 확보한 센서 기술에 VR 기술을 접목한 융복합형 게임을 만들어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오 대표는 “강남 레전드 히어로즈 매장이 강남의 핫플레이스(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올 연말이면 기존의 오락실을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아케이드 게임 센터를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