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개봉한 공상과학영화 백투더퓨처2에 등장하는 자동차 '드로이안'은 하늘을 날아다닌다. 뤽 베송 감독의 영화 제5원소는 하늘에 차선과 신호등이 있고 수많은 차가 줄지어 날아다니는 2259년의 모습을 그렸다. 영화 속 얘기이거나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졌던 플라잉카(flying car·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현실화되고 있다.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5일(현지 시각) "2020년까지 최소한 7개 회사가 실제 하늘을 날 수 있는 플라잉카를 상용화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 중에는 세계 최대 차량 공유업체 우버를 비롯해 도요타·에어버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도 포함돼 있다.
◇배터리·소재 기술이 플라잉카 1등 공신
플라잉카는 엔진을 사용하는 기존 비행기와 달리 전기모터를 이용한다. 비행 기술도 전기모터와 프로펠러로 수직 이착륙하는 드론(무인 비행체)과 비슷하다. 우버나 도요타, 중국 이항 등이 드론을 크게 만들어 사람이 탈 수 있는 형태의 플라잉카를 개발하고 있다.
김승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비행체연구단장은 "드론은 수직 이착륙을 하고, 하늘에서 한 지점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등 안정적인 비행에 최적화돼 있다"면서 "사람이 탄 플라잉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드론은 일일이 조종하지 않아도 스스로 탑재한 반도체와 센서를 이용해 기류에 맞서 균형을 잡는 알고리즘이 적용돼 있다. 또 여러 개의 모터와 프로펠러로 움직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1~2개가 갑자기 고장 나는 비상 상황에서도 비행이 가능하다.
전기모터를 플라잉카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배터리·소재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김승호 단장은 "이미 1970년대부터 자동차에 날개를 단 플라잉카 실험이 진행됐지만 비용 경쟁력이나 안전성 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 배터리·소재, 반도체·센서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플라잉카 본격적인 상용화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게다가 전기차와 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확산되면서 충방전이 가능한 리튬 2차전지의 성능은 계속 개선되고 있다. 휘발유나 경유 대신 전기로 플라잉카를 빠른 속도로 달리고 날게 할 수 있는 수준이다. 1회 충전으로 400㎞ 이상 달릴 수 있는 자동차 배터리의 경우 플라잉카에 적용해도 100㎞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
전기는 휘발유·경유에 비해 같은 거리를 운행할 때 비용이 10분의 1이면 되고 배기가스도 나오지 않는다. 또 전기모터는 소음이나 진동도 엔진보다 훨씬 덜하다. 탑승감까지 보장된다는 것이다. 플라잉카의 동체에 활용되는 탄소섬유는 무게가 강철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훨씬 단단하기 때문에 연비와 안전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탄소섬유는 녹이 슬지 않기 때문에 수명도 길다. 일부 플라잉카의 경우 위에 낙하산을 매달아 추락 속도를 줄일 수 있을 정도까지 경량화에 성공했다.
땅 위에서 달리다가 필요할 때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나는 형태의 플라잉카도 개발되고 있다. 에어로모빌이나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출신들이 설립한 테라푸지아사의 2인승 비행기 '트랜지션'이 이런 형태이다. 이 플라잉카들은 수직 이착륙이 불가능한 대신 도로를 활주로로 활용할 수 있다.
◇교통 혁명 일으키나
플라잉카 개발 업체들은 교통 혁명을 자신하고 있다. 우버 측은 "자동차로 1시간30분 넘게 걸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너제이 시내까지 이동 시간을 15분 내로 단축시킬 수 있다"면서 "플라잉카를 대량생산하고 개인 소유 대신 공유 시스템을 도입하면 1마일(1.6㎞)당 1.32달러(약 1490원) 수준이면 플라잉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실장은 "추락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보조 장치 등을 개발해야 하고, 운전면허와 항로 등도 상용화 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