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법조 업&다운](80) 농협은행 대리한 화우, 카드쿠폰 서비스 유지 계약 놓고 광장 이겨

  • 전효진 기자
  • 입력 : 2017.06.13 06:15

    ‘알짜카드’로 입소문을 탔던 ‘NH올원 시럽카드’ 서비스 유지 계약을 놓고 SK플래닛과 NH농협은행(이하 농협은행)이 법정 다툼을 벌였다. 농협은행은 ‘NH올원 시럽카드' 발행 회사이며, SK플래닛은 농협은행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고객에게 최대 10만원 한도 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모바일 쿠폰을 ‘시럽’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했다. 농협은행을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는 SK플래닛을 대리한 법무법인 광장과 붙어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30일 농협은행이 SK플래닛을 상대로 쿠폰 서비스를 유지해 달라고 제기한 제휴계약효력유지가처분 소송에서 인용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SK플래닛의 제휴 서비스 해지 통보가 부적법하다며 농협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NH올원 시럽카드’/이민아 기자
    ‘NH올원 시럽카드’/이민아 기자
    농협은행은 지난해 4월 SK플래닛과 제휴해 ‘NH올원 시럽카드’를 판매했다. 농협은행이 고객별 월별 카드이용실적을 SK플래닛에 통보하면, SK플래닛은 은행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최대 10만원 한도 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모바일 쿠폰을 고객의 카드이용실적에 따라 ‘시럽’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공했다. SK플래닛은 농협은행으로부터 받은 수수료와 고객이 이용하지 않은 상태로 1개월 유효기간이 지난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바탕으로 수익을 얻었다.

    그러나 SK플래닛은 농협은행이 고객이 사용한 해외이용금액을 수수료에 포함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한다고 문제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농협은행과 SK플래닛은 수수료율을 소폭(0.1~0.2%) 올리고 계약기간을 2021년 4월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부속합의를 체결했다. 그런데 SK플래닛은 해외 결제 금액을 쿠폰 발행 대상에서 제외하는 서비스 변경 요구 공문을 다시 보냈다. 하지만 농협은행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SK플래닛은 지난해12월 ‘NH올원 시럽카드' 제휴를 해지하겠다고 농협은행에 통보했다.

    신용카드 상품은 카드이용 시 제공되는 포인트 및 할인혜택 등의 부가서비스를 카드 출시 이후 3년 내 축소·폐지 없이 유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은 올해 1~5월 시럽카드 이용 고객에게 지급해야하는 모바일 쿠폰이나 할인혜택 비용을 SK플래닛 대신 전액 부담했다.

    ◆ 광장, 해외이용금액 관련 과다 쿠폰발행금액이 손해라고 주장했지만 패

    SK플래닛의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광장에서는 김선태(49⋅사법연수원 22기), 백정화(36⋅38기) 변호사가 나섰다. 김 변호사는 2001년 법관직을 사직하고 광장에 합류한 뒤 금융분쟁, 행정소송, 신탁분쟁 분야 등을 담당하고 있다. 백 변호사는 2009년 광장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 기업소송, 금융소송, 형사소송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좌측부터 김선태 변호사, 백정화 변호사./광장 홈페이지 캡처
    좌측부터 김선태 변호사, 백정화 변호사./광장 홈페이지 캡처
    광장은 SK플래닛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이 아니라 SK플래닛이 정산을 요구한 해외사용금액 부분의 수수료 지급 요청을 농협은행이 묵살해 계약을 해지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SK플래닛이 해외이용금액이 포함된 전월실적을 통보받아 쿠폰을 발행해 손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광장은 “농협은행이 해외이용금액을 정산대상금액에 포함하지 않은 채 계산한 수수료를 지급해 SK플래닛이 6억3000만원 상당의 쿠폰 과다 제공으로 인한 손해를 입었다"고 했다.

    광장은 설령 해지통보 과정이 부적합하더라도 최초 계약 체결 과정에서 전월실적에 해외이용금액이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농협은행이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기망에 따라 체결된 무효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광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외이용금액과 관련된 과다 쿠폰발행금액이 손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손해를 최대한으로 추산한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는 개별 고객의 이용금액에 따라 해외이용금액이 쿠폰 발행에 전혀 영향을 미치는 않는 경우도 있어 SK플래닛의 손해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SK플래닛이 다른 신용카드 회사들과 제휴 카드를 발급한 경험이 여러차례 있어 신용카드 상품 출시 과정을 잘 알고 있고 그에 따라 상품안내서가 금감원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SK플래닛의 일방적 해지는 효력이 없으며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 화우, 상품카드 계약 체결 과정 신뢰도를 강조해 계약 유효 판결 이끌어

    농협은행을 대리한 화우는 유승룡(53⋅22기), 황혜진(35⋅37기) 변호사를 투입했다. 유 변호사는 2014년 남부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마지막으로 화우에 합류해 민상사, 형사 등의 업무를 맡아왔다. 황 변호사는 금융⋅증권⋅보험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화우는 “카드상품안내서 문언에 따르면 전월실적에는 해외사용금액이 포함되어야 하므로 해외이용금액을 포함해 전월 실적을 통보한 농협은행의 조치에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용카드 상품안내서는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아 18일간의 유예기간이 지난 후에 최종적으로 확정되기 때문에 세부내용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상품안내서의 효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화우는 또 SK플래닛이 해외이용금액의 약 5% 정도 과다 발행된 쿠폰 금액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지만, 해외이용금액 부분이 전반적으로 적고 이로 인한 손해 역시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양사가 협의한 보험료는 소급해 주겠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좌측부터 유승룡 변호사, 황혜진 변호사./화우 홈페이지 캡처
    좌측부터 유승룡 변호사, 황혜진 변호사./화우 홈페이지 캡처

    재판부는 부속서류 내용을 치밀하게 확인하는 것은 계약 당사자의 기본적인 책무인 점 등을 고려해 SK플래닛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고객과의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신용도 하락은 금전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계약 유지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SK플래닛이 이 사건 계약이 무효하다는 이유로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중단할 경우 농협은행은 고객에게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대외적 신용도가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금전적으로 전보될 성질의 손해가 아니다”라고 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