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교복·테마파크… 저출산 직격탄 맞은 내수 산업

입력 2017.06.10 03:11

[이토록 심각했나… 인구절벽의 현장] [3] 산업 전반 번지는 저출산 후폭풍

- 신생아 20년새 70만→40만명 되자
분유 소비량 30% 넘게 떨어지 고교복업체 "납품 물량 절반 줄어"
제과업체 매출 마이너스 성장

- 日, 저출산 장기화로 車까지 타격
車 내수 판매 20여년새 반토막, 빈집 年 20만채 늘고 집값 폭락
20년 장기 불황, 저출산이 결정타

8일 대전 서구 월평동 교복 제작 업체 흥진섬유 공장. 640여㎡(약 200평) 작업장에서 직원 40여명이 학생용 와이셔츠 재봉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하루 목표량을 기록한 전광판에 '650'이란 숫자가 보였다. 이종찬(53) 부사장은 "20년 전 처음 교복 사업을 시작할 땐 하루 1400~1500장을 납품했는데 지금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저출산 여파로 중·고교 신입생이 매년 줄면서 납품 물량도 덩달아 쪼그라든 것. 1996년엔 학생용 와이셔츠 40만장을 생산했지만 올해는 12만장도 어려울 전망이다. 한때 100여명이던 직원도 40여명으로 줄었다.

대구 달성군에서 학생복 원단을 생산하던 허모(50) 대표도 지난해 공장 문을 닫아야 했다. 10년 전엔 매년 60만~70만벌 분량 원단을 생산했지만, 수요가 줄면서 그 물량이 지난해엔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결국 중동 시장에 판매할 히잡용 원단 생산으로 방향을 틀고 공장도 올 초 베트남 호찌민 인근에 새로 지었다.

분유·아동복·교복 '저출산 직격탄'

저출산 풍조가 심화되면서 산업 현장은 변화를 맞고 있다. 신생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분유·아동복 시장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저출산이 10년 안팎 시차를 두고 초·중·고교생 감소로 이어지면서 교복과 테마파크 등이 타격을 받고 있다.

1979년 3월 대구 시민회관에서 열린 ‘매일분유 1일 어머니 교실’에 여성 2400여 명이 참석해 임신과 출산, 육아 강의를 듣고 있다(사진 위). 2015년 12월 서울시청에서 열린 ‘매일유업 맘 스쿨’ 40주년 기념식에는 예비 엄마·아빠 250쌍이 참석했다(사진 아래). 1970년 4.53명이던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1.17명까지 떨어졌다.
1979년 3월 대구 시민회관에서 열린 ‘매일분유 1일 어머니 교실’에 여성 2400여 명이 참석해 임신과 출산, 육아 강의를 듣고 있다(사진 위). 2015년 12월 서울시청에서 열린 ‘매일유업 맘 스쿨’ 40주년 기념식에는 예비 엄마·아빠 250쌍이 참석했다(사진 아래). 1970년 4.53명이던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1.17명까지 떨어졌다. /매일유업

신생아 규모는 1990년대 중반 70만명을 넘었지만 최근엔 40만명대까지 떨어졌다. 그 결과 국내 분유 소비량이 급감하면서 분유업체들은 활로를 찾아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한국유가공협회에 따르면 분유 소비량은 1992년 2만7380t을 정점으로 감소, 올해 1만700여t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매일유업 담당자는 "20년 전만 해도 생산 라인을 주말과 휴일·명절 없이 완전 가동했지만 지금은 내수용 라인을 수출용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복 업체 상당수는 사업을 접거나 매각됐다. 국내 최대 유아복 업체 아가방앤컴퍼니는 2014년 중국 랑시그룹에 팔렸고, 해피랜드는 골프 의류와 숙녀복 사업으로 '전공'을 바꿨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빈폴키즈' 사업을 철수하기로 하고 지난 2월 전국 30여개 롯데백화점에 있는 매장을 정리했다.

연도별 초, 중, 고 입학생 수 그래프
피아노 판매량도 '저출산 후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중산층 가정에서 자녀용으로 한 대씩 사던 피아노는 저출산이 광범위해진 이후 판매량이 계속 줄어 1992년 18만7000대에서 2010년 2만대 이하, 지난해엔 3600대로 추락했다. 영창뮤직은 지난해 국내 피아노 생산을 중단했고, 삼익악기는 면세점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주소비층이 아이들인 제과업체들마저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매출이 1조7669억원으로 2013년(1조9764억원)보다 줄었다. 역시 관련 산업으로 간주하는 전국 테마파크도 입장객이 1990년대 말 연간 3000만명에서 현재 2300만명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유아·청소년 등 젊은 계층은 내수 산업 활성화를 위한 핵심 소비층"이라면서 "저출산으로 내수 산업 활력이 떨어지면 기업 입장에선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어 국내 산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일본선 자동차·맥주 등 내수 전반 위축

저출산을 우리보다 먼저 겪은 일본은 '젊은 인구 감소'로 어린이 대상 산업뿐 아니라 테마파크·주류·가전·자동차 등이 극심한 내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1993년 1800만명에 달하던 '스키 인구'가 500만명으로 줄면서 스키장 파산이 이어졌고, 맥주 판매량은 생산 가능 인구(15~64세)가 정점을 찍은 1990년대 700만kL를 기록한 뒤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에 일본 1위 맥주 업체 아사히는 주력 제품인 수퍼드라이 내수 판매량이 반 토막 났다. 일본 자동차 내수 판매는 1990년대 800만대까지 치솟았지만, 2015년엔 500만대 이하로 떨어졌다. 매년 빈집이 20만채씩 증가하면서 부동산 가격은 1990년 이후 20년간 하락해 절반으로 떨어졌다. 건설 투자비도 1992년 84조엔에서 2010년 41조엔까지 하락, 건설 업체가 빈사 상태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일본 20년 장기 불황은 출산율 저하, 젊은 인구 감소 연쇄 작용에 따른 소비 부진이 결정타였다"고 분석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1990년대 중반 저출산으로 인한 내수 위축 충격을 경험한 일본 산업계는 당시 해외 수출 등으로 이를 만회했다"며 "현재 수출 부진에 시달리는 우리는 이 문제를 극복 못 하면 저출산으로 인한 내수 침체 피해가 일본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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