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시간) 애플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 2017에서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스피커 ‘홈팟(HomePod)’을 선보였습니다. WWDC 2017 기조연설에서 소개 마지막 순번이었던 홈팟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필립 쉴러 애플 마케팅 수석 부사장의 극찬 속에 공개됐습니다. '믿기 어려운 지능(Incredible intelligence)', '음악학자(Musicologist)’와 같은 수식어로 홈팟을 소개했습니다.

애플이 WWDC 2017에서 AI 스피커를 내놓는다는 소식은 이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아마존과 구글 등 어깨를 견주는 정보기술(IT) 거인들이 이미 AI 스피커를 내놓고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만큼, 애플도 비슷한 제품 출시를 늦출 수는 없었습니다.

필립 쉴러 애플 마케팅 수석 부사장이 홈팟 소개에 앞서 ‘혁신적인 홈 스피커’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외서 홈팟의 디자인부터 기능까지 비판 여론이 적지 않는 점입니다. ‘혁신의 아이콘인 애플이 혁신을 잃었다’, ‘후발주자면서도 혁신적인척 한다’는 날카로운 비판부터 ‘제품 생긴 모양이 꼭 휴지 두루마리와 실타래 같다’는 비아냥까지 두루 나옵니다.

무엇보다 시리(Siri)가 같은 AI 비서인 아마존의 알렉사(Alexa)와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만큼의 지능이 되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개인 보안 문제로 인해 시리는 단 6개월 동안만 데이터를 저장합니다. 아마존이나 구글이 사용자 데이터를 지속해서 저장하고, 그를 바탕으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그만큼 시리는 데이터양에서 밀리게 되는 것이죠. 데이터양이 AI 성능을 좌우합니다.

이 때문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리는 알렉사와 구글어시스턴트보다 사용자 응답에 덜 정확하다”고 했으며, IT 전문매체 테크레이더는 “시리를 홈팟의 주요 기능으로 보지말고, 장식쯤으로 여기자”고 했습니다. 제이슨 더글라스(Jason Douglas) 전 시리 리서치 팀원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은 양질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만, 구글과 아마존의 데이터양에 비견할 바가 못 된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애플다운 비싼 가격 가격도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349달러(약 40만원)로 책정된 홈팟은 180달러(약 20만원)인 아마존 에코보다 130달러(약 15만원)인 구글홈보다 비쌉니다. 애플이 음향을 아마존과 구글과의 차별점으로 내세웠어도, AI 스피커를 원하는 사용자가 기존 제품에 두배를 넘는 홈팟을 구매할지는 의문입니다. 아이폰 충성 고객이 홈팟 충성고객으로 이어질지도 불투명합니다.

홈팟의 가격은 349달러다.

아마존과 구글 11월 말 블랙 프라이데이를 거치면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349달러에 육박하는 홈팟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저하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존 에코는 저렴한 가격으로 올 2017년까지 출하 대수가 1000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마존은 각 사용자 특성에 맞게, 소형화된 에코인 ‘에코닷’, 터치스크린을 탑재해 화상통화까지 가능한 ‘에코쇼’, 패션까지 추천해주는 ‘에코룩’ 등 다양한 제품군을 홈팟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내세웠던 ‘애플뮤직과의 연동’도 차별점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홈팟은 공식적으로 애플뮤직의 스트리밍을 제공하는데, 아마존 에코와 구글홈도 주요 스트리밍 업체 여러곳과 연동 서비스를 맺고 있기 때문이죠.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미국 AI 스피커 시장 점유율은 에코가 70.6%로 1위, 구글홈이 23.8%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속단은 이릅니다. 애플은 AI 서비스만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음향 기능을 부각했습니다. 홈팟은 트위터 스피커를 7개를 내장하고 있으며 전면에 4인치 서브 우퍼, 애플 A8칩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실내 공간을 인식해, 서라운드 사운드를 알맞게 조절하는 점도 특징입니다.

AI 스피커와 마찬가지로 후발주자로 출발했던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도 현재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팀 쿡 CEO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첫번째 엠피쓰리(MP3) 플레이어를 만들지도, 첫번째 스마트폰을 만들지도, 첫번째 태블릿을 만들지도 않았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첫번째’가 아닌 ‘최고’가 되는 것이며, 사용자에게 항상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We didn't have the first MP3 player. We didn't have the first smartphone. We didn't have the first tablet. For us, it's not about being first. It's about being the best, and giving users an experience that delights them every time.)”라고 생각을 전했습니다.

앞으로 애플의 홈팟이 여러 우려와 비난을 뚫고 최고 AI 스피커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