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비판했던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 바뀔까

입력 2017.06.09 05:51

박근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정책을 두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비판한 적이 있는 정책인데, 대통령의 공약인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선 오히려 필요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2015년 열린 '영남권 일자리 박람회 및 시간선택제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현황 게시판을 보고 있다./조선일보DB
◆ 시간선택제, 비정규직 양산 부작용…문재인 "현실 모르는 이야기"

시간선택제는 주 15~30시간(하루 3~6시간)로 전일제보다 덜 근무하면서 사회보험 가입 등 정규직에 준하는 근로조건을 보장해주는 일자리를 말한다.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확대하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새로 채용하거나 전일제 근로자를 시간선택제로 전환하는 기업에 1년 간 월 60만원을 지원한다. 관련 예산은 2013년 105억6300만원에서 작년 463억원으로 네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과거 야당이던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은 이 정책에 반대했다. 민주당은 국정감사 때마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반듯한 시간제일자리 창출사업과 다르지 않다”며 “새로운 형태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양산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기존에 단기 파트타임 근로자가 담당하던 업무를 시간선택제 근로자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관련한 공약을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3년 SNS를 통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고용률 70% 달성 위해 시간제 일자리 고용을 늘리자는 것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이야기"라며 "서구에선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자발적인 시간제가 많고 시간당 임금도 정규직보다 높은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 정부 "근로시간 단축하려면 필요"…일자리委 "실태파악 후 결정"

시간선택제 근로자 사업은 올해 추경안에 담기지 않았다. 정부는 현재 청와대가 시간선택제 근로자 사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예의주시하며 일단은 내년에도 이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 중이다. 내년 예산안을 준비하는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사업이 갑자기 폐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근로시간 단축 등 현 정부의 정책기조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면밀히 살펴보는 중”이라고 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시간선택제 근로자 확대 정책이 계속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고용시장 구조상 기존 전일제를 시간선택제로 전환하는 형태의 일자리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큰 정책 기조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에 더불어돌봄제 등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맥을 같이 하는 정책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갖게 된 근로자 중 육아에 전념하거나 교육을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경우는 계속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근로시간 단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로자가 전일제로 일하기를 원하는데 기업이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경우는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문제가 있다. 근로자의 만족도가 현저히 낮은데다 고용 유지기간이 오히려 짧은 경우가 많아서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정부는 현재 비정규직 일자리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 전국 비정규직 일자리가 얼마나 있는지, 어떤 유형이 있는지 등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이 실태조사를 통해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규모와 고용 창출 효과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중에서 기업에서 임시적으로 파트타임 형태로 고용한 비자발적 근로자의 경우 우리가 바꾸려고 하는 비정규직에 해당한다"면서 "실태조사가 끝나면 최대한 부작용을 줄이면서 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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