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상표·외관·메뉴까지 베껴도 법적 처벌 못 해…창업자 울리는 ‘창업 실패’ 백태

  • 백예리 기자

  • 입력 : 2017.05.31 14:51 | 수정 : 2017.06.05 17:17

    프랜차이즈 산업으로의 진입은 쉽다. 별도의 광고·마케팅 없이도 가맹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모든 재료, 영업 방식 등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입지 선정에서 인테리어, 조리, 영업, 홍보, 마케팅 등을 모두 혼자 해야 하는 ‘개인 창업’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시작은 쉽더라도 가게를 성공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유사 브랜드, 외식 트렌드 변화, 가맹 본사의 갑질 등 각종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불경기로 인한 매출 저하에도 가맹 본사에 수익의 일부를 떼어줘야 한다는 것도 단점이다. 프랜차이즈 창업 실패 원인을 사례를 통해 분석해봤다.

    2010년 문을 연 생과일주스 전문업체 ‘쥬씨’는 상표, 외관, 메뉴, 가격 등 모든 것을 쥬씨와 비슷하게 만든 유사 브랜드의 등장으로 곤욕을 치렀다./쥬씨 제공
    2010년 문을 연 생과일주스 전문업체 ‘쥬씨’는 상표, 외관, 메뉴, 가격 등 모든 것을 쥬씨와 비슷하게 만든 유사 브랜드의 등장으로 곤욕을 치렀다./쥬씨 제공
    유사 사업·브랜드 급증

    2010년 문을 연 저가 생과일주스 전문업체 ‘쥬씨’는 진한 주홍색 간판과 인테리어, 1500~2800원 수준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다. 개인 창업을 한 윤석제 쥬씨 대표는 2015년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번화가와 대학 근처 지점엔 손님들이 줄을 섰고 2015년에만 가맹점 500곳이 생겼다. 2017년 현재 가맹점 수는 820개로, 저가 생과일주스 시장점유율 1위다. 하지만 윤 대표는 가맹점이 급속도로 늘어나는데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2015년 말부터 상표, 외관, 메뉴, 가격 등 모든 것을 쥬씨와 비슷하게 만든 유사 브랜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유사 브랜드 업체가 간판, 메뉴 구성과 가격은 아예 똑같이 만들고, 일회용 컵에 빨대가 꽂힌 쥬씨 고유의 픽토그램과 컵홀더 문구까지 비슷하게 만들었다”며 “답답한 점은 이런 업체를 발견해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매장에서 감자튀김, 치즈스틱 등 간단한 안주와 생맥주를 판매하며 지난 2011년 ‘스몰비어’ 유행을 몰고 온 ‘압구정 봉구비어’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듬해인 2012년부터 상표에서 글자를 하나 바꾸고 메뉴나 가격, 내·외관을 흡사하게 만든 스몰비어가 우후죽순 생겼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원조 업체가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현재 부정경쟁방지법이 있지만 법원이 어느 범위까지 지식재산권을 인정해줄지 모르는 상황에서 영세업체들이 계속 소송에 매달리긴 어렵기 때문이다.

    상표·외관·메뉴까지 베껴도 법적 처벌 못 해…창업자 울리는 ‘창업 실패’ 백태
    ◆ 일부 업체 잘못으로 동일 업종 전체 피해

    프랜차이즈 업체는 대표메뉴가 반짝 인기를 끌어 번창하다가 뉴스 보도 등으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프랜차이즈 사업 특성상 일부 업체가 잘못 운영하면 그 피해가 전체 가맹점으로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벌집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벌집 아이스크림을 주메뉴로 내세운 프랜차이즈들은 2014년 제품 토핑 일부에 파라핀 성분이 첨가돼 있다는 내용의 한 시사 프로그램 방송 보도 이후 쇠락하기 시작했다. 유해 성분을 사용한 업체는 일부였지만, 대부분의 벌집 아이스크림 업체에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당시 벌집 아이스크림의 인기를 보고 빠르게 사업에 뛰어든 가맹점주들 상당수는 파산해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급속도로 인기를 끈 카스텔라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다. 한 방송사가 특정 업체가 제조 과정에서 식용유를 과다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후 가맹점들은 매출 하락을 겪었다. 해당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부 가맹점의 제조과정을 전체 가맹점이 그러는 것인 양 일반화했다”고 지적했다.


    상표·외관·메뉴까지 베껴도 법적 처벌 못 해…창업자 울리는 ‘창업 실패’ 백태
    트렌드만 따라가다 실패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 특징 중 하나는 한 가지 업종이 매우 빠르게 유행한다는 점이다. 빙수가 유행하면 너도나도 빙수 전문점에 뛰어들고, 커피번이 유행하면 커피번 창업이 늘어나는 식이다. 가맹본부 역시 ‘이때다’ 하고 가맹점을 모집한다. 이 때문에 전국에 100~200개면 충분한 가맹점이 900~1000개에 이르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다 같이 수익 악화를 겪는 현상이 발생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매년 600여개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사라지고 또 그만큼 생겨난다. 이미 웬만한 아이템은 거의 다 시장에 나온 만큼 다른 창업자가 고려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상훈 스타트컨설팅 대표는 “창업 시장에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용한다”면서 “공급과잉을 피하기 위해선 다른 프랜차이즈의 빠른 추격 가능성을 감안해 창업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진입 문턱이 높은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자의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객관적인 정보를 찾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 김 대표는 “브랜드를 홍보하는 가맹 본사의 이야기만 듣지 말고, 앞서 창업한 선배들의 이야기, 전문가·언론의 정보, 소비자 반응 등을 종합해 아이템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맹본부 불공정 행위

    가맹 본사의 횡포도 가맹점주들에 큰 위험요인이다.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피자헛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가맹계약서상 근거가 없는 돈을 일방적으로 징수하는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26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피자헛은 2003년 1월부터 ‘어드민피(admin-fee)’란 이름의 가맹금을 신설해 받아왔다. 당시 가맹계약서엔 로열티(매출액의 6%)와 광고비(매출액의 5%)만 기재돼 있었으나 구매·마케팅·영업 지원·품질관리 등 명목으로 계약서에 없는 어드민피를 요구한 것이다. 피자헛은 2003년 이후 어드민피로 총 68억원을 징수했다.

    공정위는 “피자헛이 어드민피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가맹점주들의 동의나 협의를 구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대금 청구서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피자헛 관계자는 “가맹서비스수수료 성격인 어드민피는 가맹점 사업자들과의 협의에 따라 합리적으로 선정해 정당하게 받은 사항”이라고 말했다. 피자헛은 공정위 과징금 부과명령에 대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이외에도 과도한 할인 행사 강요, 필수 물품 구입 강제, 재료비 폭리 등으로 적지 않은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들이 소속 가맹점에 횡포를 부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일어나도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프랜차이즈 정보 공개 시스템으로는 가맹점 매출 및 부진 현황, 가맹 본사의 협약 이행률 등 예비 창업자가 알아야 할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 때문에 사업 시작 후 본사와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무조건 항의하기보다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운영하는 ‘가맹사업 분쟁조정센터’를 통해 가맹점주의 권리를 보호받아야 한다”고 했다. 가맹사업 분쟁조정센터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법규위반 등의 비윤리적 행위를 하는 경우 가맹점주들을 구제하고 가맹본부의 횡포를 근절하도록 돕는 기관이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