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Korea] 제약, 다시 빅뱅

조선일보
  • 김민수 기자
    입력 2017.06.01 06:00

    작년 대형 악재 딛고 국산 신약 28호 탄생
    中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출…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공장 눈앞
    R&D 투자 증가… 한미약품 1분기 426억, 종근당·유한양행 올해 1000억
    업계 종사자 10만명 육박… 5년 만에 2만여명 늘어

    제약·바이오 업계에 다시 승전고(勝戰鼓)가 울려 퍼지고 있다. 지난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동제약의 만성 B형 간염 치료제 '베시보정'의 판매를 허가했다. 18년 전인 1999년 SK케미칼이 항암제 '선플라주'로 첫 허가받은 이래 국산 신약 28호가 탄생한 것이다. 하나의 신약이 탄생하는 데는 최소 10년, 평균 15~20년의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다. 28번째 국산 신약 '베시보정'도 마찬가지였다. LG생명과학(현 LG화학)이 만고의 노력 끝에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한 것이 2000년, 일동제약이 LG생명과학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신약 개발에 착수한 것이 2012년이었다. 세번에 걸친 임상 실험을 마치고 식약처의 허가를 얻기까지 5년이 더 필요했다. 제약 업계는 연내 2개 정도의 국산 신약이 추가로 허가를 받아 한국이 신약 30개를 보유한 국가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작년말 다국적 제약사 애브비의 자회사인 바이오테크놀로지와 6000억원 규모의 면역항암제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창립 84년만에 거둔 최대 규모의 수출이다. 보령제약은 지난 24일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으로부터 국내 최초 고혈압 신약이자 15번째 신약인 '카나브'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이제 카나브는 중남미, 러시아에 이어 동남아시아에서도 팔리게 된다.

    제약, 다시 빅뱅
    /토픽이미지
    ◆ 한두 번 실패에 끄덕 없다... 증가하는 R&D 투자액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아내는 것도 어렵지만, 상업화의 길도 고되기는 마찬가지다. 한미약품과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 수출 계약 해지, 프랑스 사노피와의 기술 수출 계약 일부 수정, 유한양행과 중국 뤄신과의 기술 수출 계약 해지 등 지난해 국내 제약업계는 내려가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대형 악재가 이어졌다.

    하지만 한미약품의 계약 해지 사례는 기술 수출 후에도 임상이 실패할 수 있다는 학습 효과로 이어져 오히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맷집을 더 키우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올해 1분기 매출의 18.2%에 달하는 426억원을 R&D에 투입했다. 한미약품의 폐암치료제 '올리타정'은 지난 4월 임상 3상 승인을 얻어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다시 얻었다.

    종근당은 최근 가파른 실적을 바탕으로 작년(1022억원)보다 더 많은 R&D 비용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상지질혈증 치료 신약 'CKD-519'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 헌팅턴 질환 치료제 'CKD-504'가 글로벌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의 R&D 투자액도 올해 1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최태홍 보령제약 사장은 "제약업계는 지난해 악재보다 2015년 한미약품이 8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 건을 성사시킨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각종 어려움에도 R&D 비용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대활약

    바이오 업체들의 활약은 제약·바이오 산업이 한국의 신성장동력이라는 점을 더욱 또렷이 보여주고 있다. 셀트리온은 유럽과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데 이어 세계 2위 시장인 중국에도 첫발을 내딛었다. 중국식품약품감독관리국이 이 회사가 만든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램시마'의 임상시험을 승인한 것이다. 중국에서 현지 기업이 아닌 해외 기업의 항체 바이오시밀러가 임상을 승인받은 첫 사례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미국 FDA로부터 관절염 치료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의 시판을 허가받았으며 작년 11월 코스피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1분기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2018년 제3공장이 가동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회사가 된다.

    양질의 일자리 10만개...신약바이오 강국의 꿈 영근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제약·바이오산업 종사자는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제약·바이오산업의 기여도가 커진 것이다. 지난 2월 말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집계 발표한 '제약업계 고용현황'에 따르면 2016년 제약·바이오 업계 종사자수는 9만4929명으로 2011년(7만4477명)보다 27.5% 늘어났다. 5년 만에 종사자 2만여명이 증가한 것은 매년 4000명 이상의 신규 인력을 고용했다는 뜻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약산업의 연구인력 가운데 석박사 비중은 71.7%로 평균보다 두 배 가량 높다. 국내 산업 전체 연구인력 가운데 석박사 비중은 32.5%다.

    KISTEP은 작년 말 발표한 '한국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한 바이오헬스 산업의 진단과 전망 보고서'에서 "7만7000개의 사업체에서 166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이뤄낸 미국의 생명과학 산업처럼 제약·바이오 산업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제약·바이오 산업을 속도감 있게 키우려면 정부 부처의 일관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며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선순환 생태계를 만든다면, 보건산업이 철강, 조선 등 전통적인 주력산업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 다시 빅뱅
    /PIXABAY 제공
    제약, 다시 빅뱅
    /PIXABAY 제공
    제약, 다시 빅뱅
    신약 하나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타 업종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다. 일례로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의 연 매출은 3조원이 넘는다./PIXABAY 제공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