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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뉴욕의 하이라인처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서울로7017 건축가 비니 마스

  • 김지수 기자
  • 입력 : 2017.05.27 07:00 | 수정 : 2017.05.29 10:26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와는 의도적으로 다르게 디자인"
    “다른 도시라면 10년 걸릴 일, 서울시의 스피드와 추진력 경이로워"
    “서울로7017은 시간지날수록 더 근사해질 것, 시민과 함께 자란다"
    “더 큰 나무 더 많이 심고 싶었지만, 무게와 바람 때문에 불가"
    “인위적인 것이 자연스러운 네덜란드 스타일, 서울 시민에게 먹힐까"

    네덜란드의 건축 도시 로테르담에 본사를 둔 가장 핫한 디자인 그룹 MVRDV의 창립자 비니 마스(Winy Maas). 놀라운 상상력과 도전 정신으로 몽상을 현실화해간다는 평을 듣는다./사진=이태경 기자
    네덜란드의 건축 도시 로테르담에 본사를 둔 가장 핫한 디자인 그룹 MVRDV의 창립자 비니 마스(Winy Maas). 놀라운 상상력과 도전 정신으로 몽상을 현실화해간다는 평을 듣는다./사진=이태경 기자
    “뉴욕의 하이라인처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다르게 디자인했다" 최초의 고가 보행길 서울로7017을 디자인한 건축가이자 조경 전문가 비니 마스는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서울로는 하이라인과는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며, “같은 점이 있다면 하이라인처럼 행복을 주는 공간을 목표로 했다는 것"뿐이라고 했다.

    비니 마스가 속해 있는 네덜란드의 건축사무소 MVRDV의 홈페이지는 서울로를 ‘서울 스카이 가든 프로젝트'라고 소개하고 있다. 바깥으로는 이웃과의 관계에 소통의 영감을 주고, 안으로는 나무 도서관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부연 설명도 있다.

    하지만 지난 20일, 새로 개장한 서울로7017을 두고, 시민들은 엇갈린 평판을 내놓고 있다. 한편에서는 드디어 서울을 대표하는 생태친화적이고 미래적인 랜드마크가 탄생했다고 반기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매연과 땡볕 한가운데 생긴 전시 행정의 흉물이라고 타박한다.

    극과 극의 평판을 빼고 봐도 서울로 고가의 디자인은 몸에 꼭 맞는 옷처럼 보이진 않는다. ‘공중 수목원'을 컨셉으로 설계된 서울로는 고가 도로에서 2만 4천 그루의 나무가 이어진 1,024m의 보행로로 재탄생했다.

    그러나 허전한 듯 꽉 차 있고, 단조로운 듯이 복잡하며, 편한 듯이 불편하고, 짧은 듯 길다. 결벽에 가깝도록 고수된 가나다순의 식물 배열과 수학적인 밸런스로 탄생한 풍경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시 지각적 ‘이격’이 생겼을까.

    혹 그것이 변화무쌍하게 들끓는 서울 한가운데 자제력 넘치고 평온한 네덜란드 건축 양식이 이식되었기 때문일까. 건축가 비니 마스는 ‘이곳이 둥근 화분이 이루는 마을처럼 보이길 바란다'고 했는데, 정말 건축가의 환타지는 환타 마실 때만 필요한 것일까.

    어쩔 수 없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을 것이라는 공공시설물의 숙명은 앞으로 많은 부분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만, 그 무엇보다 설계자와의 소통은 절실해 보였다. 서울로7017이 개장한 날, 오전 11시에 비니 마스를 만났다. 때 이른 무더위와 몰려드는 사람들로 그는 매우 흥분돼 있었다.

    비니 마스는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 출신으로, 현재 같은 대학 출신 두 명의 동료와 함께 건축사무소 MVRDV를 이끌고 있다. 2000년 하노버 엑스포의 네덜란드관, 암스테르담의 크리스털 하우스, 글래스팜 등의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현재 세계 건축계에서 가장 진취적인 건축 행보를 보여주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사실 서울 시민들은 이곳이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같길 바랬다. 결과적으로 완성된 서울로7017을 봤을 때 적잖이 당황했다.

    “하이라인 파크와 서울로7017은 굉장히 다르다. 하이라인은 폐기된 철로였고, 기존 건물의 위나 옆으로 가깝게 지나가고 있다. 서울역 고가는 사용 중인 산업 도로였고, 주변 건물에 걸쳐서 의지하지 않는 독립적인 시설이다. 도심 한가운데를 곡선형으로 유유히 가로지르며 철도, 도로, 보행로, 중앙역 등 굉장히 다양한 장소를 통과하고 있지 않나. 하이라인보다 더 적극적으로 도시의 심장을 관통하고 있다. 나는 서울로7017을 결코 하이라인처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완전히 다른 디자인이다.”

    5월 20일 개장한 서울로7017. 1970년에 생긴 고가차로가 17개 보행길로 태어난다는 의미를 담았다. 길을 따라 645개의 원형 화분이 배열되어 있다.
    5월 20일 개장한 서울로7017. 1970년에 생긴 고가차로가 17개 보행길로 태어난다는 의미를 담았다. 길을 따라 645개의 원형 화분이 배열되어 있다.
    -그럼 무엇이 되길 바랐나?

    “공중에서 보면 보행로 자체가 나뭇가지처럼 휘면서 도시로 뻗어가는 공중 식물원이다. 나무가 자라나는 것처럼, 고가 공원도 역시 자랄 것이다.”

    -만족하나?

    “(함박 웃으며)설계자로서 완성된 공간에 시민들이 걸어 들어와서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 할머니와 아이들이 꽃향기를 맡고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도 하고, 사진도 찍는 모습이 감격스럽다.”

    -아쉬운 점도 눈에 보일 텐데.

    “많은 분이 왔는데 벤치가 부족했다. 요가도 할 수 있을 만큼 넓은 평상 같은 걸 마련하면 좋겠다. 그늘막도 그렇고. 더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보충했으면 한다.”

    -공공 건축가도 정치인처럼 사람들을 통합하는 사회 조정자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진행 과정에서 시민 의견을 어느 정도 수렴했나?

    “여러 부분에서 수렴했다. 가령 어떤 나무를 심을지, 어디에 출구를 낼지, 벤치는 어떻게 만들지 등등. 그 과정에서 현장 설계 당시에 없던 부분도 반영했다. 가령 문화재 보존 의견을 받아들여서 예전 바닥을 그래도 보여주는 유리판(sky walk)을 설치했다. 교량 벽의 일부도 그대로 남겨두었다.”

    -끝까지 통합되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면?

    “더 많은 연결로를 내지 못했던 부분은 아쉽다. 가령 서울역 방면으로 엘리베이터를 낸다든가, 롯데마트와의 연결로 부분은 해결하지 못했다.”

    -식재가 좀 빈약해 보인다는 느낌도 있다.

    “나무 크기가 커야 한다는 데는 동감하지만, 나무와 화분의 개수, 보행하는 사람과의 밸런스를 나름대로 최적화해서 계산했다. 고가 상부엔 바람 때문에 큰 화분을 놓을 수가 없다. 5~10년 후면 더 풍성해질 것이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뉴욕의 하이라인처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서울로7017 건축가 비니 마스
    -한국의 식재를 가나다순으로 배열했는데, 자연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흐름을 바꿀 수 있나?

    “그럴 수 없다. 화분에 어떤 나무를 심을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서울에 있는 나무가 다 아름다워서 특정한 몇 개를 고를 수 없었다. 다양한 식재를 보여주는 최적의 방법은 가나다순으로 배열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228종의 개성 있는 식물이 이곳에 뿌리를 내렸다.”

    -가나다순의 사전식 식물도감 배치는 여러 종의 식물을 복층으로 배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가령 그늘이 없는 음지성 식물은 살기 힘들다든가 하는 단점도 있지 않은가.

    “결정적으로 이곳은 인공지반이고 인공적으로 심는 식재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나름의 생존 방식과 캐릭터를 여러모로 배려했다. 가나다순서는 대단히 과학적이고 놀라운 배열이다. 몰랐던 식물 종을 발견하면서 분명 놀라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존재감이 미미할 수 있는 작은 식재도 주목받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한편으로는 좀 더 단순하고 편안한 가로수길을 기대했다는 시민들도 많다.

    “어떤 프로젝트든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가로수길은 구조상 불가능하다. 안전등급을 D등급에서 B등급으로 끌어올리는 게 최우선과제였다. 높고 큰 나무는 식재 자체의 무게뿐 아니라 더 많은 토양이 필요해서 그럴 수 없었다. 재난 시를 대비해서 안전폭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큰 나무와 큰 화분은 설치할 수가 없다. 중요한 건 다양성을 이어주는 밸런스다. 지금 디자인을 보면 화분 사이로 자연스럽게 걸어가게 되어 있다.”

    -화분이 보행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큰 화분만 양쪽에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면 빨리 걸을 순 있겠지만,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지는 않는다. 머물고 싶어지려면 그 길의 여러 요소에 주목해야 한다. 이리저리 동선을 바꾸면서 그 길목에 있는 식재에 집중하게 된다. 화분을 높게 한 이유도 박물관의 조각품처럼,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보길 원해서다. 물론 벤치의 기능도 할 수 있다.”

    비니 마스가 네덜란드 소도시에 설계한 글래스팜 프로젝트. 전통 농가의 모습을 재현한 유리 건물 글래스팜은 지역 주민들의 많은 공감을 끌어냈다.
    비니 마스가 네덜란드 소도시에 설계한 글래스팜 프로젝트. 전통 농가의 모습을 재현한 유리 건물 글래스팜은 지역 주민들의 많은 공감을 끌어냈다.
    -콘크리트라는 성분과 둥근 형태 때문에 ‘인공 자연'의 느낌이 들기도 한다. 네덜란드 스타일인가?

    “(웃으며)네덜란드에는 ‘디자인이 곧 자연이다'라는 표현이 있다. 네덜란드는 땅의 특성상 삼 분의 일을 인공적으로 개발해서 쓰고 있다. 그래서 디자인을 자연의 일부로 본다. 네덜란드 건축가들은 디자인으로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 같은 게 있다.”

    -대지의 삼 분의 일을 인공적으로 만들고, 센티미터 단위로 토지가 규정되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당신의 건축을 ‘형태 만들기’라기 보다 '데이터로 인공적 풍경 만들기'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이번 서울로7017 프로젝트도 데이터에 기반한 풍경 즉 ‘데이터 스케이프’가 반영되었나?

    “당연히 데이터스케이프가 반영되었다.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데이터 연구와 분석은 숙명과도 같다. 가령 고가 전체에 수용할 수 있는 토양의 분량을 계산한 후 지금 같은 풍경이 나왔다.”

    -데이터스케이프와 함께 ‘다다익선’의 개념으로 다양함에 다양함을 더하는(more with more) 당신의 건축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는데, 보충 설명을 해달라.

    “나는 다양성을 즐기고 그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하는 편이다. 다양성이 제대로 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일단 배경이 절제되어야 한다. 가령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나는 식재의 다양성과 초록이 돋보이게 하려고 바닥이나 화분 등 모든 색을 차갑고 중립적인 회색으로 표현했다. 그래야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가 생동한다.”

    -서울은 그 다양성이 꽃피우기에 적당한 도시인가?

    “한국을 처음 방문한 지 15년이 되어간다. 처음엔 회색 도시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시대의 ‘층(Layer)’이 공존하는 도시로 변해가는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 놀라울 만큼 역동적이다.”

    -역동적이라는 말은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다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수많은 의견이 충돌하고, 수많은 건물이 다시 지어지고… 서울은 늘 논쟁 중이거나 공사 중이다. 당신이 서울 시장이라면 서울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

    “내가 만약 서울시장이라면 산과 강에 더 많은 연결로를 만들 것이다. 서울에 올 때마다 산과 강의 조망에 감동한다. 경계를 이루는 많은 산, 거대 도시를 가로지르는 유유한 강은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서울의 잠재력이다. 산과 강으로의 접근성 문제만 해결하면 더 멋져질 것이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뉴욕의 하이라인처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서울로7017 건축가 비니 마스
    -도시 건축은 정치인의 가장 강력한 미학적 무기다. 박원순 시장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특별히 당부한 것이 있나?

    “박원순 시장을 여러 번 만났다. 그는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 놀 거리가 많은 도시, 함께 만나 즐기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오래 기다릴 수 없다,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것도 누차 당부하더라(웃음).”

    -이전 시장들도 재임 동안 서울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길 바랐다. 이명박 전 시장은 청계천에 물이 흐르게 했고, 오세훈 전 시장은 한강에 선박처럼 대형 건축물을 띄웠다. 그 결과물들을 어떻게 보았나?

    “한강의 건축물은 아직 못 봤다. 청계천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청계천, 서울역 고가 보행로, 서울시청 광장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서울이 점점 사람 중심의 연결 도시로 변하고 있다는 거다. 지금 세계가 그런 서울을 주목하고 있다. 작년 4월엔 CNN에서도 서울로7017을 취재해 갔다. 서울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이 관심을 두는 프로젝트라는 걸 실감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과 흥미로웠던 부분은?

    “서울로가 도심 중앙에 위치해서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없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만들기 위해 놓친 부분이 꽤 있다. 설계 시공 진행 과정에서 10차례 정도 시민위원회의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했는데, 그 시간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의사 결정 과정이 매우 빠르고 실행력도 놀라웠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스피드에 놀랐다.”

    -부정적인 의미인가?

    “아니다. 놀라움 그 자체였다.”

    -해외에서 진행했더라면 얼마나 시간이 걸렸겠나?

    “10년 정도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10년이 걸리면 건축가는 정말 죽을 맛이다(웃음). 이번 프로젝트는 정말 많은 사람이 일사불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고 디테일을 해결해나갔다. 그런 스피드가 경이롭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서 특별히 자부심을 가진 것이 있다면.

    “지금은 서울로7017이 가장 자랑스럽다(웃음). 그다음으로 마켓홀 프로젝트나 글래스팜 프로젝트도 기억에 남는다. 네덜란드의 소도시 스헤인덜에 위치한 글래스팜은 전통 농가의 모습을 재현한 유리 건물인데,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로테르담의 ‘마켓홀’도 아치형의 큐브하우스로 전통 시장의 유닛을 새롭게 만들었다.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해가면서 만들다 보면 늘 더 창조적인 결과에 이르게 된다.”

    전통 시장을 새롭게 접근한 비니 마스의 마켓홀 프로젝트. 백화점보다 세련돼 보인다.
    전통 시장을 새롭게 접근한 비니 마스의 마켓홀 프로젝트. 백화점보다 세련돼 보인다.
    -서울로를 감상하는 데는 3가지 앵글이 있다. 이를테면 보행로 안쪽의 식물원 인테리어와 바깥쪽 도시 뷰, 그리고 다른 지역과의 연결이다. 설계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을 썼나?

    “그 세 가지를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연결돼 있으니 찾아오고, 찾아온 사람이 머무르고 싶은 장소로 나무 풍경이 존재한다. 머무르면서 뜻밖의 놀라운 랜드스케이프를 보면 그 찬란한 풍경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서울역 주변에는 아직도 도시의 옛 면모를 유지한, 운치 있는 골목길이 많다.”

    -듣고 보면 연결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경중을 따질 수 없다. 머무는 시간 동안 충분히 즐거워야 한다(웃음).”

    -설계자로서 이곳을 즐기는 팁을 말해준다면?

    “보행로 전체에서 일어나는 이벤트에 열린 마음으로 동참해 보라. 트램펄린이나 족욕탕 같은 놀이시설도 좋고, 자기만의 나무를 정해서 가꿔보는 프로그램에 참여해봐도 좋다. 무엇보다 매 계절 변하는 나무의 풍경을 즐겨보라. 당장은 호오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곳은 더 사랑받을 것이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장미 마당이다. 넓고 풍성하고 자연스럽게 두 갈래 길로 나누어진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뉴욕의 하이라인처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서울로7017 건축가 비니 마스
    비니 마스를 만나고 몇 가지 궁금증이 풀렸다. 보행을 방해한다는 생각했던 화분 배열이, 설계자 입장에서 보행을 다이나믹하게 만들어주고 식물에 주목해 달라는 사인이었다는 것. 비니 마스는 건축가이 이전에 조경전문가다. 그의 아버지는 정원사였고 그의 어머니는 플로리스트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화분을 분류하고 알파벳 순서로 분류하는 일을 도우면서 식물을 접했다고 한다.

    어찌 되었건 ‘인위적인 것이 자연적인 것이다'라는 네덜란드적인 미감을 토양으로 한국 토종 228종의 식물이 서울로 ‘7017번지’에 뿌리내렸다. 아름답지만 척박한 서울의 고가에 생명이 자라게 됐다. 깊은 산 계곡에 가야 만날 수 있는 함박꽃나무와 천연기념물인 미선나무가, 원래는 북한산의 털개회나무였다가 미국 갔다 돌아온 미스킴라일락이.

    어쩌면 설계자로서 비니 마스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점에서, 서울로라는 숲의 원경을 보는데, 우리는 나무만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지금 바라보는 나무가 우리가 바라는 숲의 전부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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