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법조 업&다운](78) 기업은행 통상임금 소송…김앤장, 전직 노동부 장관 상대로 '뒤집기'

  • 최순웅 기자

  • 입력 : 2017.05.24 06:05

    국내 1위 로펌(법무법인, 법률사무소 포함)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775억원의 IBK기업은행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은행을 대리해 1심을 뒤집었다. 기업은행은 1심에서 국내 2위 로펌인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했다가 패소하자 김앤장으로 선수를 교체했다.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김상환)는 지난 12일 기업은행 직원 1만1202명이 청구한 통상임금 임금소송 항소심에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권혁중)가 지난해 5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본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IBK기업은행 제공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IBK기업은행 제공
    노조는 광장을 상대로 노무현 정권 때 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상수(71·사법연수원 10기) 법무법인 우성 대표변호사를 선임해 1심에서 승소했지만 2심에서 김앤장을 만나 패소했다. 3선 국회의원인 이 전 장관은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뒤 법무법인 우성에서 노동 관련 소송분야에서 변호인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이번 소송에서도 재판장에 나가 변론을 주도했다.

    연장근로수당 등의 산정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은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정기성은 일정한 간격으로 지급되는지를 판단하고, 일률성은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됐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고정성은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확정된 급여인지에 대한 기준이다. 이번 소송에선 매년 은행이 모든 직원에게 일년에 정해진 달에 상여금을 제공해 정기성, 일률성보다 고정성이 쟁점이었다. 은행 직원들은 매년 6분등해 나눠 받은 정기상여금이 ‘선불임금’으로 고정성 있는 통상임금이라고 주장했다.

    [법조 업&다운](78) 기업은행 통상임금 소송…김앤장, 전직 노동부 장관 상대로 '뒤집기'
    ◆ 이상수 전 장관 “상여금은 선불임금” 주장해 1심 승소했지만, 2심서 김앤장에 무릎꿇어

    이상수 변호사는 임택석(49·33기) 법무법인 위드유 파트너변호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김상현(41·변호사시험 1회)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와 협업했다.

    변호인단은 상여금 지급시기를 은행의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1월을 포함해 해당 월의 첫 영업일로 규정했던 점과 상여금을 6등분해 같은 액수로 지급하도록 한 점 등을 들어 선불임금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지급시기가 1,2,5,7,9,11월로 정해져 있어 지급주기가 일정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매년 일정하게 연 600%가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의 구체적인 분할방식을 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도 변호인단은 1심에서 주장한 논리를 바탕으로 굳히기에 들어갔다. 변호인단은 “은행 직원이 근로를 제공하기 전에 미리 상여금을 받았고, 직원들이 근로를 제공한 시점에는 상여금의 지급 여부와 금액이 확정됐기 때문에 고정성을 갖춘 통상임금”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상여금이 첫 영업일에 제공돼 이후에 근무 태도, 성과 등과 상관 없이 지급 여부와 금액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고정적인 임금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수 변호사/우성 홈페이지 캡처
    이상수 변호사/우성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기업은행의 보수 관련 규정에 따르면 신분에 변동이 생긴 근로자의 급여는 원칙적으로 근무 기간에 비례해 일할계산하도록 규정했다”며 “소정(所定)근로의 대가로서 선불임금이라면 중도퇴직자 등에 대해 상여금 환수 규정을 두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지만 상여금 관련 환수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의 급여 시스템은 근로를 제공한 뒤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데 이례적으로 선불임금을 노사가 합의했다면 일한 날짜에 해당하지 않는 성과금은 환수하는 규정이 있어야 소정근로의 대가라고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소정근로는 노사간 합의로 정해진 시간에 제공한 근로를 말한다.

    2심에선 신규입사한 근로자에겐 입사 전 상여금이 지급되지 않은 점도 쟁점이 됐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신입사원은 근로자의 숙련도 때문에 상여금을 받지 못했다”며 “고정성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신입사원에게 불이익을 줄 만한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렵고 노사간 지부보충협약이나 보수 규정에서 신규입사자만을 달리 취급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다”며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 업&다운](78) 기업은행 통상임금 소송…김앤장, 전직 노동부 장관 상대로 '뒤집기'
    ◆ 기업은행, 광장 선임해 패소한 뒤 김앤장 선임해 승소

    김앤장은 이제호(52·20기), 이도형(40·31기), 조성준(38·변호사시험 2회) 변호사를 투입했다. 이명박 정권에서 청와대 대통령실 법무비서관을 지낸 이제호 변호사는 1994년 청주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법정심의관, 서울고법 판사 등을 거쳐 2007년 김앤장에서 변호사를 시작했다. 이도형 변호사는 2005년 인천지법에서 판사를 시작해 2007년 2년 동안의 판사생활을 마치고 김앤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연세대 로스쿨을 졸업한 조 변호사는 2013년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뒤 김앤장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김앤장은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따지기 전 통상임금의 전제가 되는 ‘소정근로 제공’ 여부를 파고들었다. 1심은 소정근로의 대가성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지만, 소정근로의 대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면 1심의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는 전략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12월 통상임금을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김앤장은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에 앞서 소정근로임이 인정돼야 하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조선DB
    조선DB
    김앤장은 노조와 은행의 합의에서 상여금 지급 시점에 재직 중인 사람이라는 조건을 단 조항들을 다수 찾아 근거로 삼았다. 예를 들어 은행과 노조는 연 600% 상여금을 1,2,5,7,9,11월 첫 영업일에 각 100%씩 지급하도록 합의하면서 상여금 지급일에 재직 중이어야 하는 단서를 단 것을 찾아 이는 소정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상여급 지급시점에 재직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재직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가’이지 ‘소정근로를 제공한 것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는 논리였다. 이를 바탕으로 퇴직자, 신입사원 등 다른 조건이 있을 경우 지급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고정성이 없다는 논리로 이어갔다. 김앤장은 공판에서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상여금 지급일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한 임금은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상여금을 지급하는 시기에 회사를 나간 경우, 지급받지 못하게 돼 고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보수 규정에 ‘재직요건’이 있는 상여금은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1심을 뒤집었다.

    김앤장 이제호(왼쪽부터), 이도형, 조성준 변호사/김앤장 홈페이지 캡처
    김앤장 이제호(왼쪽부터), 이도형, 조성준 변호사/김앤장 홈페이지 캡처
    1심에서 받아들여진 원고의 논리도 김앤장의 반박에 힘을 받지 못했다. 원고의 선불임금 주장에 대해 김앤장은 기업은행 전반의 인사시스템을 분석해 반박했다. 변호인들은 “기업은행의 임금 제공 시스템은 대부분 후불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불임금이라면 이를 규정하는 문구가 있어야 하지만 노사 합의에는 이런 문구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김앤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업은행 임금 제공 시스템은 대부분 후불이 기준인데 원고 주장대로 상여금이 선불임금이라면 예외적인 경우”로 규정하고 “예외적인 경우를 노사가 인정했다면 합의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있어야 하나 이런 규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원고는 “지부보충협약과 달리 은행 보수 관련 규정에는 ‘재직요건’을 부가했다”며 지부보충협약 위임 없이 재직요건을 부가한 보수 규정은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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