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핫이슈 분석] 김상조의 공정위, 재벌 지배구조 개혁은 안한다는데...

  • 세종=김문관 기자
  • 입력 : 2017.05.20 09:20 | 수정 : 2017.05.20 12:56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17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17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8일 서울 중구에 있는 대한상공회의소. 문재인 정부 첫 경제부처 장관인사의 주인공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 내정자가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100여명의 기자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까지 붙은 김 내정자가 공정위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얼마나 강력한 재벌개혁 정책을 쏟아낼지 관심이 집중되던 상황.

    김 내정자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들을 쏟아냈다. 그는 “재벌개혁이 재벌을 망가뜨리거나 해체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재벌해체란 말은 단 한 번도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은 한국경제의 중요한 자산”이라고도 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내정자가 4대 그룹을 중심으로 경제력집중을 억제하겠다고 선포했지만, 재벌개혁의 또다른 축인 지배구조 개혁은 사실상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이런 방침을 문재인 대통령과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 경제학자 김상조와 장관 김상조의 온도는 조금 다를 것이라는 의미다.

    ◆ 지배구조 개편은 후순위... “총수 사익편취 등 조사가 우선”

    김 내정자는 현재 재벌의 지배구조가 상당히 개선됐다는 인식도 내비쳤다. 재벌의 순환출자 행태에 대해 김 내정자는 “5년 전 14개 그룹의 9만8000개 순환출자 고리가 있었지만, 지금 7개 그룹 90개 고리만 남아있다”면서 “(주요 그룹 중에서는) 현대차그룹 하나만 남았다”고 말했다.

    순환출자는 A기업이 B기업 지분을 갖고 B기업은 C기업을, C기업은 다시 A기업 지분을 갖는 형태다.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문제가 있다. 김 내정자는 “순환출자 해소가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표적인 지배구조 개선 대상이지만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이를 해소하는 정책을 먼저 추진할 의사는 없다는 것이다.

    김 내정자가 재벌 지배구조 개편을 사실상 하지 않을 것임은 공정위 공무원들 입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김 내정자와 공정위 업무 전반을 논의한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19일 “재벌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업무는 완전히 후순위로 밀려있다”면서 “4대그룹을 중심으로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대해 조사와 감독을 강화하는 데 먼저 집중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이런 인식은 이번에 처음 드러난 게 아니다. 김 교수는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성남시장 초청 토론회에서 재벌체제 해체를 표방한 이 시장의 기업정책에 대해 "기업집단을 재벌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총수 일가를 재벌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체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비판했다. 그는 "기업을 국민경제의 자산으로 거듭나게 해야한다"고 했다.

    2월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무조건 재벌 3세는 그룹을 포기하고 물러나라고 하면 받아들일 재벌이 없다”고 했다. 또 “지금 삼성의 3세 체제를 아예 부정할 순 없는 것 아니냐”면서 “일정 정도까지 3세들이 지분율을 가져가는 걸 용인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 공정위 힘만으론 하기도 어려워

    김 내정자가 지배구조 개선을 후순위로 미룬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거론한 그의 개혁정책들은 상당수가 법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김 내정자가 과거 필요성을 강조했던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이 대표적인 예다.

    이 제도는 지주회사가 금융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도록 돼있으니 지주회사가 소유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라는 것을 만들자는 것이다. 막대한 비용 때문에 금융지주회사를 따로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대기업을 지주회사 체제로 들어오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다.

    제도를 시행하려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국회가 여소야대 상황인데다 국회선진화법까지 있어 법안 통과는 요원한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공정위가 법개정 없이 당장 쓸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고 했다.

    또 그가 그동안 주장하던 지배구조 개편 관련 문제들 상당수가 공정위 소관이 아니기도 하다. 모기업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이사진 선임시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 독립 지위의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임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주총 참석 없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이 담긴 법안은 공정거래법이 아닌 상법 관할이다.

    이 밖에 지주회사 전환 등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의 실익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도 김 내정자가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쏟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는 적은 비용으로 지분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 지배구조 개선이 오너일가의 지분율을 싼 비용으로 높이는 데 활용된 경우가 많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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