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서울중앙지검장에 '강골' 윤석열 발탁..."검찰개혁 의지"

  • 최순웅 기자

  • 정준영 기자
  • 입력 : 2017.05.19 14:08 | 수정 : 2017.05.19 15:41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검찰내 ‘빅(big)2’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57·사법연수원 23기)를 발탁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을 고검장급에서 검사장급으로 낮춘 것은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파격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으로 외압에 맞서 수사를 지휘하다 지방으로 좌천되는 수모를 겪었던 강골로 이번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해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수사팀장으로 파견돼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수사를 이끌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구속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대검 중앙수사부 해체 이후 부패범죄 등 주요 대형사건 수사를 도맡아 온 핵심청이다. 수장인 서울중앙지검장은 2005년 고검장급으로 격상된 이후 검찰 인사·예산을 거머쥔 법무부 검찰국장과 더불어 검찰 내 ‘빅(big)2’로 불려온 핵심 요직이다.

    청와대는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감찰대상에 오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51·20기) 검찰국장을 각각 부산고검 차장검사,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전보했다. 신임 검찰국장에는 박균택(51·21기)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임명됐다.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9일 낮 12시 서울 서초구 특별검사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9일 낮 12시 서울 서초구 특별검사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 “국정농단 특검 공소유지에 힘실어주고, 눈치보지 말고 수사하라는 의미”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의 표명에 따른 업무공백 최소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인사를) 실시한다”며 “서울중앙지검장은 2005년 고검장급으로 격상된 후 정치적 사건 수사에서 총장 임명권자 눈치만 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고검장급에서 검사장급으로 낮춘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이 다음 인사에서 검찰총장으로 갈 수 있는 고검장급이어서 정권 눈치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조계에선 박영수 특검팀이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기소한 뒤 수사인력이 대거 검찰로 복귀해 공소유지에 어려움을 겪자, 특검에서 활약한 윤 신임 검사장을 통해 특검팀의 공소유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검팀은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총 30명을 재판에 넘겨 삼성그룹의 뇌물공여 사건, 국민연금공단의 삼성합병 찬성 의혹 사건 등 총 14건의 재판을 거의 매일 진행하고 있다. 공소유지에는 윤 신임 중앙지검장을 비롯해 박충근(61·17기) 특검보, 양석조(44·29기) 부장검사 등 8명의 파견 검사가 참여하고 있지만 특검은 인력이 부족해 법무부에 추가 검사 파견을 요청할 예정이었다.

    윤영석 수석은 이날 인사 배경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의 최대 현안인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 및 관련 사건 공소유지를 원활하게 수행할 적임자를 승진 인사했다”고 설명했다. 윤 신임 지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갑자기 벅찬 중책을 맡게 됐다.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공소유지는)지금까지 검찰과 특검이 잘 공조해왔기 때문에 같은 기조가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특검 입장에선 국정농단 사범들을 기소하는 것보다 유죄를 받는 것이 더 중요한데 인력이 부족해 공판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있었다”며 “윤 신임 지검장은 검찰 내부에서도 특수수사통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국정농단 공소 유지 지원과 검찰 개혁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청와대가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급으로 낮추면서 검찰의 수사기능 자체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수사·기소권을 분리해 검찰에 2차적·보충적 수사권을 부여하고, 권력형 부패 사건 수사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해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 “검찰국장에 검사장 임명은 기대 못미쳐” vs “안정적 개혁 적임”

    청와대가 검찰 인사를 관장하는 법무부 검찰국에 박균택 검사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는 검찰 내부에서 ‘법무부 탈검찰화’에는 실패했다는 평가와 중립적인 인물 등용으로 검찰 개혁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로 나뉜다.

    법무부 탈검찰화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행정부처인 법무부에 검찰이 요직을 맡아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지적에 대해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저서인 ‘검찰을 생각한다’에서도 “참여정부에서는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인 법무부 탈검찰화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노무현 정부는 판사 출신인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지만 검찰 반발에 부딪쳤다.

    박균택 대검 형사부장(오른쪽)이 지난해 4월 22일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음주운전 단속 및 처벌 강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균택 대검 형사부장(오른쪽)이 지난해 4월 22일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음주운전 단속 및 처벌 강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안정적인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단계적인 법무부 탈검찰화가 필요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인사를 제대로 하려면 검찰을 제대로 아는 인사가 필요하다”며 “검찰 개혁 속도에 맞추기 위해 중립적인 인사를 검찰국장으로 임명한 것 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부장검사는 “국민들이 만나는 검찰은 형사부인데 특수부 개혁에 대한 논의만 진행되고 있다”며 “박 검사장은 형사부에 대한 전문가이고 강단도 있어 지난 정권에도 윗선의 부당한 지시에 호락호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정권 검찰 개혁에서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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