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법원 “노조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위법”

  • 전효진 기자
  • 입력 : 2017.05.19 09:57 | 수정 : 2017.05.19 10:16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사측이 일방적으로 임금체계를 바꾸는 행위는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재판장 권혁중)는 18일 한국노총 금융노조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가 회사를 상대로 “노조의 동의 없이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무효”라는 취지로 낸 취업규칙무효확인 소송에서 “연봉제규정, 연봉제규정시행세칙, 시간외근무수당지급세칙은 무효”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가 청구한 정신적 피해보상은 기각해 결과적으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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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해 5월 취업규칙을 개정해 기존의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성과연봉제는 성과와 능력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지만, 호봉제는 업무 성과와 관계없이 해만 바뀌면 자동으로 임금이 오른다. 개정된 취업규칙에는 연봉제의 적용 대상, 전체 연봉 가운데 성과연봉이 차지하는 비중, 차등 지급방법과 비율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원고 측은 “근로기준법 94조에 따르면 ‘사측이 취업규칙을 바꿔서 기존 근로조건 내용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바뀔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노조의 동의를 얻지 않아 연봉제규정 등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취업규칙 개정으로 노동자들이 받는 전체 임금 총액이 기존 급여체계에 비해 증가했다고 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성과 등급에 따른) 유불리의 결과가 달라지게 되고 하위 평가를 받는 노동자는 기존 임금이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며 임금이 저하되는 근로자는 취업규칙 개정으로 인해 불이익을 보게 되므로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기존 연봉제 적용대상이던 관리직의 경우 기준연봉의 인상차등률이 확대되는 점, 연봉에서 성과연봉이 차지하는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한 점, 정부경영평가를 D⋅E 등급으로 받게 되면 성과연봉 차등지급률이 개정 전 후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시간외수당, 가족수당, 전문직무급이 폐지됨으로써 상당액을 지급받지 못하는 등 개인에 따라 손해가 발생하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취업규칙 변경으로 정신적 손해를 봤다”며 위자료 100만원씩을 요구한 원고의 청구는 기각했다. “취업규칙 변경으로 어떠한 손해도 발생했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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