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51만 보험설계사 노동 3권 보장 '양날의 검'

  • 양모듬 기자
  • 입력 : 2017.05.19 03:00

    [새 정부 공약 놓고 불붙은 논쟁]

    - 보험사 "일자리 줄어들 것"
    비용 증가로 옥석 가리기 불가피… 부업인 경우 근로자 인정 의문

    - 설계사 "사측 부당행위 막아"
    노동조합 설립엔 찬성 많지만 사회보험 가입엔 의견 갈려
    정규직화 놓고도 갈등 가능성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에 대한 노동 기본권 인정과 고용·산재보험 의무화를 두고 보험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1만여 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가 금융권의 대표적인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의 일방적인 부당 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과 "결국 보험사 비용 증가로 보험업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국내 보험설계사 51만명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 오토바이 배달원 등 50개 직군 약 230만명에 달하는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의 노동 기본권을 보장하고 고용·산재보험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는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아니라 위탁·도급계약을 하고 일을 하는 근로자를 지칭한다. '보험의 꽃'으로 불리는 보험설계사가 대표적인 예다.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지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보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도 없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보험사 전속 설계사는 20만9398명, GA 등록 설계사는 30만3822명으로 총 51만3220명에 달한다.

    보험사 "보험설계사 수 줄어들 것"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에서 내세운 '특수 고용직 노동 기본권 보장'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 보장을 골자로 한다. 또 이 외에도 고용·산재보험 의무 가입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내 보험업 설계사 수 그래프
    이에 대해 보험업계에서는 "비용 증가로 결과적으로 보험업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난색을 보이고 있다. 고용·산재보험 부담뿐 아니라, 기존 직원 노조와 별도의 설계사 노조가 설립되면 노무 비용도 늘어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미 다이렉트 보험 활성화 등으로 다른 판매 채널보다 유지비가 비싼 설계사 채널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노동조합 설립과 고용·산재보험 의무화가 현실화되면 보험사마다 설계사 '옥석 가리기'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실적이 높은 설계사 위주로 채용하고, 방카슈랑스·인터넷 다이렉트 판매 채널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설계를 본업으로 하는 설계사도 있지만, 주부나 다른 직장과 병행하는 사람도 많다"며 "이들 모두에게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설계사 "보험사의 일방적 부당 행위 막을 수 있어"

    보험설계사 사이에서는 노동권 보장과 고용·산재보험 의무화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노동조합 설립은 대다수 설계사가 찬성하고 있지만, 고용·산재보험 가입에 대해서는 찬반이 나뉜 상태다. 보험설계사 권익 보호를 위한 단체인 '보험인 권리연대' 오세중 위원장은 "노동조합이 설립될 경우 보험사의 일방적인 판매 수수료 인하, 트집 잡기 식 해촉 등 부당한 처우를 개선할 수 있다"며 "다만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의무화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의견이 다르다"고 했다.

    특히 연 1억원이 넘는 고소득을 올리는 보험설계사의 경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현재 보험설계사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만큼 소득에 대해 사업소득세 3.3%만 내면 된다. 하지만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이보다 훨씬 세율이 높은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

    "근로 유형 먼저 따져봐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업은 다른 금융권에 비해 인건비가 높은 산업인 만큼,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많이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보험업계는 업무 특성을 고려해 정규직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핵심 업무 이외에는 아웃소싱이나 파견업체를 통해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아예 비정규직 인원에도 포함이 안 된다"며 "보험사별 비정규직 유형이 어떤 경우이고 그중에서 어느 선까지 정규직화할 것인지 검토하고 결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박윤수 KDI 연구위원은 "비정규직 등 고용 사각지대를 줄여나가야 하는 건 당연한 과제"라며 "하지만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의 경우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성격을 둘 다 갖고 있기 때문에 직무별로 회사와의 계약 관계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