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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의 스마트경영] 재벌체제의 대안은 뭔가

  • 김홍진 전KT사장

  • 입력 : 2017.05.19 04:00

    [김홍진의 스마트경영] 재벌체제의 대안은 뭔가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진보 경제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틀을 짜는 모양이다. 여지없이 재벌개혁을 우선 순위에 꼽고 있다. 사실 국내 재벌은 산업화 과정에서 정부의 계획과 지원으로 태어난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한계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의 부족으로 국가 경제에 대한 막중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비난과 혁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재벌 비판의 요지는 세습경영, 황제경영, 선단경영이다. 적절한 상속세도 내지 않고 기업을 물려 받아 2·3·4세로 세습이 이루어지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아닌 총수의 독단에 좌우되고,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보다 사업 영역을 가릴 것 없이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 사회의 불공정이 심화되고 기업도 어려움에 처하게 되어 국민 부담으로 돌아 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 동안 줄기차게 재벌 체제를 비판해온 대표적 학자들이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수립한다고 하니 어떻게든 재벌에 대한 손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제에 재벌의 흑역사가 정리되어 더 이상의 혼란이 없기를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재벌에 가해지는 비판들에 대해 되짚어 볼 수 있는 사례들을 검토했으면 한다. 아울러 재벌에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SK 하이닉스는 외환위기시 빅딜을 통해 구조조정을 한 이후 법정관리를 포함해 여러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SK가 인수한 이후에 오히려 SK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기아 자동차는 1944년에 설립되어 1980년대에 ‘봉고’라는 승합차로 선풍을 일으키며 승합차의 역사를 쓴다. 1990년대에 상장되어 재계 8위로 등극하고 소유분산과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춘 국민기업으로 칭송받기도 하였다. 재벌에 속하지 않은 대기업이 하나의 모델이 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촉발한 오명을 남겼다. 여러 원인이 있으나 당시 회장은 삼성의 인수 음모 때문에 흔들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재벌이 아니면서 계열사를 28개씩이나 늘렸고, 회장과 강성노조가 공생관계였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다.

    기아자동차 예를 든 이유는 소유분산, 전문경영인 체제 등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다 갖추고 있었지만 결국 법정관리를 거쳐 현대에 인수되어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더구나 위의 두 경우 다 재벌에 인수된 이후 더 발전하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전문경영인을 탓하거나 무리한 확장과 강성 노조 문제 등을 지적하며 전문기업으로 집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삐삐에서 출발해 스마트폰 2위까지 등극했던 팬텍의 사례를 보면 이런 주장에 수긍하기 힘들다. 팬텍은 최근 휴대폰 사업을 접고 최종 구조조정을 단행해 150명 정도만 남기기로 했다.

    팬텍은 한 때 수천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중견 전문기업의 성공신화였을 뿐만 아니라 수천개에 달하는 특허도 가지고 있는 기업이었다. 재벌을 비판할 때 제기되는 문제를 안고 있지 않은 기업이었지만 경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스마트폰 사업은 기술력 뿐 아니라 재벌과 같은 자금력을 갖지 않으면 힘들다는 푸념을 남기기도 했다.

    결국 기업의 형태로 구분해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재벌기업이나 가족기업은 악이고 중소, 중견 기업은 선이라고 할 수 없다. 경영자, 노조 할 것 없이 경영 전반을 통해 나타나는 불공정, 불법, 탈법을 근절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재벌을 개혁하겠다며 핵심을 벗어나 사업의지만 꺽는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 대기업은 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중소, 중견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대기업은 이제 고용효과가 없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기업형태가 아니라는 주장을 들으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직접고용은 적더라도 간접고용효과는 여전히 크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현대 경영은 자급이 아니라 공급망관리(supply chain)에 의해 승부가 난다. 애플의 직접고용은 10만명 이하이지만 전세계적인 간접고용 효과는 100만명도 넘을 것이다. 한 대기업이 잘못되면 수많은 기업과 그에 딸린 종업원들이 타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 결국은 기업을 일으킬 사람과 환경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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