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홍합〈사진〉을 이용해 수술 흉터를 사라지게 하는 접착제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차형준 포스텍 교수는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 최신호에 "바닷가 바위에 달라붙은 홍합을 모방해 흉터가 생기지 않게 하는 의료용 접착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쥐 피부를 8㎜ 정도 절개한 다음 새로 개발한 홍합 접착제를 발랐다. 11일째가 되자 상처가 99% 봉합됐다. 접착제를 바르지 않은 쥐는 78%에 그쳤다. 28일째가 되자 접착제를 바른 쥐는 상처가 완전히 아물고 아무런 흉터도 남지 않았다. 접착제를 바르지 않은 쥐에는 보라색의 두툼한 흉터가 선명하게 남았다.
이번에 개발한 접착제의 주성분은 홍합에서 왔다. 홍합은 바위에 들러붙을 때 실 모양의 '족사(足絲)'를 내뿜는다. 그 주성분이 접착 단백질이다. 지름 2㎜ 족사 하나에 12.5㎏짜리 물건을 매달아도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접착력이 강하다. 특히 물속에서도 접착력이 유지되고 인체에도 무해해 의료용 접착제로 안성맞춤이다.
차형준 교수는 앞서 홍합의 유전자를 대장균에 집어넣어 접착 단백질을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액체상태의 홍합 접착제도 개발해 이르면 올해 말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에는 흉터 방지 기능까지 추가한 홍합 접착제를 개발했다.
상처가 나면 피부를 지지하는 그물 모양의 콜라겐 단백질들이 끊어진다. 상처가 아물면 콜라겐 단백질들이 이전과 달리 아무렇게나 뭉쳐진다. 이로 인해 두툼한 흉터가 생긴다. 차 교수는 홍합 접착 단백질에 콜라겐 배열 기능을 가진 '데코린'이란 인체 단백질의 일부분을 붙였다. 차 교수는 "콜라겐에 결합한 데코린 단백질은 전기적으로 다른 콜라겐을 밀어낸다"며 "이로 인해 콜라겐들 사이에 일정한 간격이 생기면서 예전과 같은 피부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쥐 실험 결과에서 홍합 접착제를 바른 부위에는 털이 자라는 모낭(毛囊)과 혈관, 분비샘 등이 정상적으로 자랐다. 흉터에는 이런 조직이 생기지 않는다. 차 교수는 "의료용 접착제는 의료기기여서 1년 정도의 임상시험을 거치면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입력 2017.05.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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