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TALK] '여성 임원' 승진시키려 해도 대상자가 없어… 공기업의 고민

조선일보
  • 박유연 기자
    입력 2017.05.17 03:00

    "샅샅이 뒤져도 대상자가 없는 걸 어떡합니까."

    새 정부 일자리 정책의 주요 꼭지 중 하나가 '유리 천장 깨기'입니다. 직장 내 성차별을 근절해 여성이란 이유로 승진에서 불이익 받는 걸 없애겠다는 겁니다.

    공기업도 가만 있을 수 없습니다. 드물었던 여성 임원을 어떻게든 배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고민입니다. 눈 씻고 찾아봐도 승진 리스트에 올릴 여성이 없습니다.

    산업은행에서 임원 승진 대상이 되는 1급 부장 직원은 92명입니다. 이 가운데 여성 숫자는? 제로입니다. 바로 아래인 2급 수석부부장을 따져봐도 전체 인원은 371명인데 여성은 7명에 불과합니다. 금융감독원은 직제표상 임원 승진 대상인 국실장급 직원이 81명인데, 이 중 여성은 1명에 불과하죠. 수출입은행, 캠코, 예금보험공사 등 다른 금융 공기업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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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이 직원 시절부터 승진에 차별받아 벌어진 현상은 아닐까요. 이에 대해 금융 공기업들은 손사래를 칩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과거 여성 입사자 자체가 적었다. 소수로 근무하던 여직원들도 대부분 퇴직해 높은 직급일수록 여성이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실제 산업은행의 직급별 여성 직원 현황을 보면 대리·행원급은604명 가운데 256명(42%)이 여성입니다. 차·과장은 757명 중 219명, 부부장은 536명 68명이 여성이죠.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의 절대 인원수는 물론 비중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일수록 여성 입사자가 많고 오래 다니기도 한다. 예전은 상황이 반대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핑계일 수 있습니다. 입사부터 차별이 있었거나, 성차별을 참지 못해 조직을 떠난 경우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새 정부가 바라는 수준의 여성 임원이 배출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고속 승진을 시키면 무(無)자격자 논란을 부를 수 있습니다. 또 외부에서 여성 인재를 수혈할 수도 있지만, 내부 임직원들과 갈등 소지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여성 임원, 몇 명 배출했다' 같은 수치에 집착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직장 내 성평등 문화 정착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일하는 여성들이 남성 못지않게 늘어난 만큼, 여성 임원이나 여성 CEO(최고책임자)가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리 천장 깨기' 같은 건 당연한 일이 되어, 대선 공약으로 다시 등장하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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