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일자리는 진짜 일자리 아니야… 국제 경쟁력 잃는 길"

조선일보
  • 이신영 기자
    입력 2017.05.17 03:00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 문재인 정부'일자리 정책'에 쓴소리]

    -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관료주의·큰 비용·나라빚 늘려… 중국·베트남에도 경쟁력 밀릴 것
    뭔가를 만들어 팔아야 성장… 민간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겨야
    똑똑한 청년들이 공무원 준비… 활력 잃고 몰락하는 사회의 전형

    문재인 정부가 추진할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일련의 일자리 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국내 전문가 중엔 정부가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이가 적지 않다. 외국 전문가 중에서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가 그렇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Rogers·75)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공공 분야 일자리는 진짜(real) 일자리가 아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잃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1969년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창업, 12년간 3365%라는 경이적인 누적 수익률을 올려 명성을 쌓았다. 그는 최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공공 분야 위주의 일자리 정책은 극심한 관료주의, 큰 비용, 정부 부채 증가를 야기해 (한국이) 중국은 물론이고 베트남과도 경쟁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근속 연수, 직급에 따라 연봉을 올려주는 고리타분한 임금체계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 일자리는 진짜 일자리가 아니다"

    로저스 회장은 지난해 9월 초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시절의 문재인 대통령을 부산에서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관계, 한·미 동맹, 통일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정치인 가운데 똑똑한 사람은 드물지만 문 대통령은 매우 똑똑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기억했다.

    지난 2015년 12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린‘2016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 참석한 짐 로저스 회장 모습.
    저명한 투자자 짐 로저스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공공 부문 일자리는 진짜 일자리가 아니며 (공공 부문 일자리 늘리기는)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12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린‘2016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 참석한 짐 로저스 회장 모습. /성형주 기자
    그러나 그는 문 대통령이 내건 공공 분야 중심의 일자리 공약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로저스 회장은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부유해진 나라는 뭔가를 만들어 남들에게 팔았기 때문에 성공했다"며 "민간에서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겨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로저스 회장은 이민 활성화, 기업 인센티브제 강화, 신성장 분야의 산업단지 조성 등을 통해 진짜 일자리(real jobs)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들을 더 끌어들여 폐쇄적인 한국 사회를 개방적으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똑똑한 한국 청년들이 요즘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고 있어 깜짝 놀랐다.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활력을 잃고 몰락하는 사회의 전형이며 경제가 기울어진 일본의 20~30년 전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아 창업가 정신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을 타파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채 줄이지 않으면 죽음이 온다"

    로저스 회장은 문 대통령의 '성과 연봉제 재검토' 입장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은 성과에 따라 연봉을 차등하는 일"이라면서 "한국 젊은이들이 정부, 금융권, 대기업에 집착하는 것은 가만히 앉아 있으면 무조건 승진하고 연봉이 높아진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청년들이 근속 연수에 따라 직급만 올라가면 저절로 연봉이 올라가는 지름길(short track)만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돼도 승진할 수 없다는 인식이 생기면 새로운 직업, 창업에 눈을 돌리는 청년이 많아질 것"이라며 싱가포르를 예로 들었다. "싱가포르에서 공무원은 '철밥통' 직업이 아닙니다. 교사들의 경우 성과를 평가해 하위 10~20%를 해고합니다."

    글로벌 경제 현안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가계부채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1%로 OECD 회원국 평균보다 20.6%포인트 높다. 로저스 회장은 "사상 초유의 저금리 정책으로 전 세계의 부채가 급증하면서 이르면 2017년 말, 2018년에 글로벌 부채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의 가계부채는 나라에 죽음을 가져올 수 있다.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2296.37(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 지수와 관련, 그는 "문 대통령의 행보에 증시 향방이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2년 반 전 코스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는데 최근 수익률이 50%를 넘었다고 했다. 로저스 회장은 "중국과의 사드 배치 문제, 북핵 이슈를 지혜롭게 해결해야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앞으로 치고 나가는 것(going forward)"이라며 "무역 활성화, 이민, 통일 같은 분야에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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