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 시대… 진실 가려줄 존재는 AI 아닌 인간"

조선일보
  • 김신영 기자
    입력 2017.05.16 03:00

    [위키피디아 만든 지미 웨일스, 김광두 교수와 '뉴스의 미래'를 말하다]

    "말 속의 뉘앙스·진실성 감지, AI는 못하는 인간만의 능력
    인공지능·로봇 발달해도 인간 일자리 다 빼앗지 못해"

    "효율적으로 사실 가려내며 자유롭게 정보 유통… 쉽지 않지만 접점 찾아낼 것"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말의 뉘앙스를 알아채고, 진실성을 감지하는 능력은 아직 인간이 훨씬 앞섭니다. AI가 더 발달하기 전까지는 창궐하는 거짓뉴스로부터 인류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창업자인 지미 웨일스는 1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거짓 뉴스를 쏟아내는 '봇 부대(bot army·의도적인 거짓 댓글 등을 대규모로 생성하는 프로그램)'엔 인간의 의지와 지력(智力)으로 대항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가 2001년 설립한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수정하고 내용을 더할 수 있는 열린 백과사전으로 250개가 넘는 언어로 된 4000만건의 항목을 담고 있다.

    그는 이날 서울 마포구 국가미래연구원 회의실에서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와 대담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인공지능 등 정보기술과 다른 산업의 융합) 시대를 맞은 지식과 뉴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웨일스는 지난 4월 거짓뉴스에 맞선 진실을 담은 뉴스를 목표로 내건 온라인 비영리 뉴스 플랫폼 '위키트리뷴(WikiTRIBUNE)'을 만들었다. 위키트리뷴은 '열린 지식'이라는 위키피디아의 틀을 뉴스에 차용하되, 전문성을 지닌 저널리즘 전문가들이 뉴스가 사실인지를 엄중하게 가려 독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진실 감지 능력, 인간이 AI 앞선다"

    웨일스는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대안적 사실'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신조어까지 나오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위키트리뷴을 세웠다고 했다.

    15일 김광두(오른쪽) 서강대 석좌교수와 대담한 위키피디아 창업자 지미 웨일스는 “진실을 감지하는 능력 등은 아직 인공지능보다 인간이 훨씬 앞선다”고 강조했다.
    15일 김광두(오른쪽) 서강대 석좌교수와 대담한 위키피디아 창업자 지미 웨일스는 “진실을 감지하는 능력 등은 아직 인공지능보다 인간이 훨씬 앞선다”고 강조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그는 "소셜네트워크 등 인터넷 기술은 지식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최근엔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듣고 싶은 것만 듣도록 하는 이른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란 부작용을 함께 키웠다"라고 했다. '필터 버블'이란 소셜네트워크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온라인 콘텐츠만 걸러서 소비하는 탓에 진실 여부와 상관없는 편향된 정보의 '거품' 안에 갇히는 현상을 뜻한다. 그는 "전문가들의 뉴스 판단 능력을 동원해 열린 공간인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응하자는 것이 위키트리뷴의 목표"라고 말했다.

    웨일스는 위키트리뷴이 고전적인 저널리즘의 방식을 본떠, '인간의 지적 능력'에 의존해 진실을 가려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범위한 정보를 인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는 AI를 활용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지 않겠느냐고 묻자 "아주 먼 훗날엔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위키피디아에 실린 내용도 AI를 통해 검증해 보려고 실험을 해보았지만 '진실을 알아내는 힘'은 인간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입니다. AI를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꽤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술 발전은 진실의 확산 도울 것"

    인공지능과 로봇 같은 신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다 빼앗아갈지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에 대해서도 그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적어도 지식과 뉴스 분야에선 기술의 발전은 가치 있는 진실을 지켜내는 도구 역할을 할 것이며, 이런 일은 예상치 않은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나는 수년 동안 잡지 구독을 하지 않았지만 간단한 모바일 결제 기술에 힘입어 온라인으로 10여개 잡지를 유료로 구독하고 있다. 핀테크(금융과 정보기술의 결합)의 발달이 좋은 잡지의 구독자를 늘리는 효과를 내리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라고 했다.

    위키트리뷴은 위키피디아와 같은 비영리 기업으로 설립됐다. 사실을 확인할 전문 인력에 지급할 인건비 등은 독자들의 기부를 통해 충당해야 한다. 광고는 '편향된 진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받지 않기로 했다. 지난달 24일부터 홈페이지(wikitribune.com)를 통해 기부형 크라우드펀딩(불특정 다수에 의한 자금 모집) 형식으로 정기 구독자를 모으는 중인데, 20일 동안 약 1만200명이 등록을 했다. 이를 통해 초기 목표인 '기자 10명 채용' 중 6명을 채용할 수 있는 돈이 모였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다.

    자신을 '병적인 낙관주의자(pathological optimist)'라고 자주 소개한 웨일스는 "사실을 효율적으로 가려내고, 그와 동시에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막지 않는 접점을 찾는 일은 쉬운 작업은 아니다. 하지만 해법은 반드시 도출될 것"이라며 웃었다. "광범위하게 세상에 흩어져 있는 인간의 지력을 한데 모은다면, 지식의 미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할 수 있는 해법을 우리 인류가 찾아내리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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