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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현장에서]평화 외치며 北 포용한 시진핑의 일대일로 딜레마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7.05.15 08:51 | 수정 : 2017.05.15 09:41

    시진핑, 130개국 대표단 앞서 일대일로 138조원 추가지원 약속
    초청 북한 개막 첫날 미사일발사... 북한 포용과 평화의 길 딜레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서 개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서 개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 연설에서 실크로드 기금에 1000억위안(약 16조 3000원)을 새로 출자하는 등 총 8500억위안(약 138조 5500억원)이 넘는 추가 자금 지원 약속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29개국 정상급 인사를 포함 130여개국 대표단 앞에서다. 미국 대표단은 물론 중국 초청에 북한 대표단장으로 온 김영재 대외경제상도 그 자리에 있었다.

    이날 개막식이 열리기 전 새벽 북한은 탄도 미사일을 발사해 잔칫 날 재를 뿌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개방과 포용을 강조하며 북한을 초청한 중국으로는 당혹했을법하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내고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미사일을)발사한 것에 반대한다. 한반도 형세가 복잡하고 민감한 상황에서 관계된 모두가 자제를 유지하고 긴장을 가중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미사일의)새로운 발사를 포함해 긴장 고조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전했다.

    [베이징 현장에서]평화 외치며 北 포용한 시진핑의 일대일로 딜레마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중국의 행보는 시 주석이 개막사에서 유난히 강조한 평화 원칙과 북한 포용 사이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의 고대판인 실크로드 정신으로 평화협력과 개방∙포용, 상호학습, 윈윈 등을 꼽았다. 이어 일대일로가 평화∙번영∙개방∙혁신∙문명의 길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향후 행보를 소개하는 부문에서도 첫번째로 평화의 원칙을 강조했다.

    “중국은 세계 각국의 발전 경험 공유를 원한다. 타국의 내정에 간여하지 않고, 사회제도와 발전모델을 수출하지도 않을 것이다. 지정학적 게임이라는 낡은 길을 되밟지 않고 윈윈협력의 새모델을 만들 것이다. 안정을 해치는 작은 그룹을 만들지 않고 조화가 공존하는 큰 가정을 건설할 것이다.”

    일대일로를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 수단으로 보는 시각에 대한 답변이자, 북한을 일대일로에 합류하도록 초청한 것에 대한 해명이기도 한 셈이다. 일대일로에 북한을 끌어들이는 건 북한을 개방과 평화의 길로 이끌려고 한다는 점에서 과거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문재인 새 정부의 달빛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시 주석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북한 대표단을 초청한 것이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한 것”(주중미국대사관)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일대일로 포럼 한국 정부 대표단장으로 오게 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새 정부 출범 후 첫 남북 고위급 접촉이 된 김영재 대외경제상과의 조우에서 미사일 발사를 비판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지정학적 게임을 거부했지만 중국 언론(관찰자망 등)의 지적대로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는 북미 협상 등에서 몸값을 올리기 위한 게임으로 비쳐진다. 박 의원은 “북쪽이 남북 대화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일대일로의 개방과 포용성이 북한을 끌어안는 걸 폄훼할수는 없다. 중국으로선 북한과 접경지역이 집중된 동북3성 경제가 평균을 밑도는 성장을 하는 것도 일대일로에 북한을 포함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지난해 중국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올 1분기에도 2.4% 성장에 그친 랴오닝성은 북한 신의주와 접경한 단둥이 있는 곳이다.

    일대일로는 해외의 낙후 인프라 뿐 아니라 중국 내 낙후지역 개발을 가속화하는 지역 불균형 개선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중국은 14일 베이징에서 이틀 일정의 일대일로 포럼을 개막했다. /신화망
    중국은 14일 베이징에서 이틀 일정의 일대일로 포럼을 개막했다. /신화망
    문제는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대일로가 강조하는 포용은 평화를 해치는 주체까지는 포용할 수 없다는 분명한 원칙의 견지에서 출발해야한다. 중국에서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삼는냐 전략적 부채로 보느냐는 논란이 진행되는, 이른바 지정학적 게임에 몰입했서는 지킬 수 없는 원칙이다.

    일대일로 주요 협력 국가인 몽골이 중국의 반체제 인사로 지목된 달라이라마를 지난해 초청했다는 이유로 국경을 지나는 차량에 통관세를 부과했던 중국이다. 일대일로의 핵심중 하나인 중국~몽골~러시아 경제회랑을 스스로 부인한 것이다. 이후 몽골의 사과를 받고 통관세는 없던 일이 됐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한다는 이유로 중국은 3번째 교역대상국이자 첫번째 수입대상국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최대 교역 파트너인 한국 정부를 일대일로 포럼 초청 대상에서 뺐었다.

    한국의 정권교체 하루 뒤인 11일 시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개막을 사흘 앞둔 포럼에 와 달라고 초청한 것 역시 지정학적 게임이라는 낡은 길을 밟지 않겠다고 한 시 주석의 공언을 공허하게 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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