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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가 돌아왔다’ 프리미엄 비누의 화려한 부활… 60시간 숙성에 치즈처럼 잘라 팔기도

  • 김은영 기자

  • 입력 : 2017.05.15 07:00

    몇 만원 짜리 고가 비누 불티… 100g에 13만원 넘는 제품도
    19세기 방식대로 제조, 60시간 숙성...천연 성분 입고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
    에이프릴스킨 천연 비누 ‘매직스톤' 출시 즉시 월 매출 1억, ‘국민 비누' 호칭
    먹을까? 씻을까?... 마블링 비누, 치즈 덩어리처럼 잘라 파는 비누도 인기
    합성 계면활성제∙방부제 無 , 천연 오일 첨가해 인체에 이로워

    프랑스 전통 수제 비누 랑팔라투르 마르세이유, 600g 25,000원/랑팔라투르
    프랑스 전통 수제 비누 랑팔라투르 마르세이유, 600g 25,000원/랑팔라투르
    비누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던 시절이 있었다. 샴푸가 귀했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비누로 세수하고 몸을 씻고 머리까지 감는 일이 흔했다. 실제로 50~60대 중장년층들은 어린 시절 빨랫비누로 머리를 감았노라고 믿기 힘든 추억담을 늘어놓곤 한다. 1990년대엔 써도 써도 무르지 않는 비누가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당시만 해도 비누는 최고의 명절 선물이었다.

    어느 순간 비누는 세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피부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신종플루, 메르스 등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면서 클렌징폼, 손 세정제, 보디클렌저 등 액체 비누에 자리를 내준 것이다. 여기에 비누에 첨가된 인공 계면활성제와 방부제 등이 피부에 유해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고체 비누는 점차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그런 비누가 최근 프리미엄이라는 옷을 입고 부활하고 있다. 이전보다 더 화려하고 더 비싸게 말이다.

    ◆ 19세기 방식대로 비누 제조, 특별 환기실에서 60일 숙성… 10만원 넘는 비누도 있어

    고체 비누를 찾는 소비자들, 정확히는 천연 원료를 사용해 전통 방식으로 제작한 프리미엄 비누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 조각에 몇만 원은 흔하고, 심지어 10만원이 넘는 비누도 있다. 시세이도의 고가 브랜드 끌레드뽀보떼의 ‘시나끄티프 사본’은 100g에 138,000원이다. 마트에서 3개에 3000원이면 사는 기존의 비누와 비교하면 수십∙수백 배가 더 비싸지만, 입소문을 타고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시세이도의 고가 브랜드 끌레드뽀보떼의 ‘시나끄티프 사본’, 100g 138,000원/사진=끌레드뽀보떼
    시세이도의 고가 브랜드 끌레드뽀보떼의 ‘시나끄티프 사본’, 100g 138,000원/사진=끌레드뽀보떼
    신사동의 편집숍에서 산 2만 원대 수제 비누를 쓰고 있다는 직장인 박윤정 씨(여 32)는 “프리미엄 비누는 온종일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좋은 원료로 만든 프리미엄 비누로 씻으면 스트레스와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향이 진해 욕실 방향제 역할도 톡톡히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나를 위한 작은 사치’, 즉 스몰 럭셔리 현상이 비누, 치약, 칫솔 등 생필품의 고급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적은 비용으로 행복감을 찾기 위해 고급 소비재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사회 현상이 고체 비누의 부활을 끌어낸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이탈리아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산타마리아노벨라의 고체 비누는 매년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보인다. 이 중 ‘사포나 벨루티나’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가 증가할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가격은 4만7000원이다. 홍보 담당자는 “19세기 방식 그대로 만들고 특별히 고안된 환기실에서 60일의 숙성 시간을 거친 뒤 만든다. 식물성 성분이 첨가돼 민감성 피부에 효과적이고 세정 효과가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산타마리아노벨라 사포네 벨루티나 비누, 100g 47,000원/사진=산타마리아노벨라
    산타마리아노벨라 사포네 벨루티나 비누, 100g 47,000원/사진=산타마리아노벨라
    영국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 러쉬 매장에는 치즈 덩어리처럼 잘라 파는 각양각색의 고체 비누가 진열되어 있다. 이 가운데 숯으로 만든 비누 ‘콜 페이스’는 한때 전 세계 생산량의 60%를 국내에서 팔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탈모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뉴’ 샴푸바도 브랜드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중 하나다. 러쉬의 비누 판매량은 2012년 약 21톤(20,890,309g)에서 2016년 약 28톤(28,456,729g)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화장품 스타트업 기업 에이프릴스킨은 천연 비누가 유명세를 타면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2014년 11월 첫선을 보인 ‘매직스톤’은 출시 되자마자 월 매출 1억 원을 기록했고, 2016년 말 누적 판매량 200만 개를 돌파했다. ‘쌩얼 비누’, ‘국민 비누’라는 애칭이 붙은 이 비누는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오일을 장시간 건조, 숙성해 제작된다.

    ◆ 고체 비누는 유해하다? 합성 계면활성제 無 , 천연 오일 첨가해 인체에 더 이로워

    프리미엄 비누 업체들은 인공 계면활성제 대신 식물성 성분과 고급 에센셜 오일을 첨가하고 전통 수공예 방식으로 제작했음을 내세운다. 피부에 좋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취향에 따라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는 개인 공방도 늘어나고 있다.

     에이프릴스킨 ‘매직 스톤’, 100g 20,000원/사진=에이프릴스킨
    에이프릴스킨 ‘매직 스톤’, 100g 20,000원/사진=에이프릴스킨
    에이프릴스킨의 상품기획팀 장수민 대리는 액체 비누보다 고체 비누가 더 세정력이 높고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고체 비누의 순수 비누분은 80% 이상으로, 액체 비누(30~50%)보다 세정력이 우수하다는 것. 반면 순수 비누분이 적은 액체 비누는 세정력을 높이고 풍부한 거품을 내기 위해 합성 계면활성제를 넣고, 산패를 방지하기 위해 방부제와 보존제를 첨가할 수밖에 없다.

    장 대리는 “프리미엄 고체 비누는 계면활성제와 방부제 보존제를 넣지 않아 인체 위해성이 적고, 액상형 비누처럼 별도의 용기가 필요하지 않아 환경친화적”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비누 특유의 감각적인 디자인도 소유욕을 부추기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프리미엄 비누는 실내에 장식해도 좋을 만큼 진한 향과 화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이는 집 꾸미기에 열중하는 ‘리빙족’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온다.

    론칭 7개월 차인 수제 비누 브랜드 모트는 ‘마블링 비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정육면체 형태에 마블링 패턴이 들어간 독특한 디자인으로 일찌감치 갤러리아 백화점, 퀸마마마켓, 포에버21(미국) 등 국내외 10여 곳에 유통 활로를 확보했다.

    모트의 마블링 비누, 310g 38,000원/사진=모트 홈페이지
    모트의 마블링 비누, 310g 38,000원/사진=모트 홈페이지
    전보라 모트 대표는 “값싼 세정제로 치부됐던 비누에 원료와 향, 패키지 등을 업그레이드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여했다. 기존의 비누가 사용할수록 물러지고 조각이 나는 점에 주목해 비누가 마모되는 과정에서도 보기 좋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마블링 디자인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현재 국내 화장비누 생산액은 약 3410억원 규모다. 이 중 프리미엄 비누 생산 규모는 5% 정도로 추정된다. 제조 공정이 까다롭고 중화 기간이 오래 걸려 대량생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하나에도 전 성분을 꼼꼼히 확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고체 비누 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은 것도 시장 활성화를 부추기고 있다. 액체 비누가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것과 달리 고체 비누는 공산품으로 분류돼 KC 인증만 획득하면 생산과 유통을 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개인 공방이나 블로거들이 만들어 판매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품질 보증을 위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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