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in
depth Trend

[WEEKLY BIZ] 손자병법의 '奇正전략'… 경제전쟁 시대 기업들이 새길 말

  • 송병락 자유와창의교육원 원장

  • 김기천 조선비즈 논설주간

  • 입력 : 2017.05.14 13:20

    손자병법을 한 글자로 요약하면 '全'… 안싸우고 몸을 온전히 유지한 채 승리하는 것이 최상책

    송병락 원장은 개인·기업·국가를 승자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찾기
    송병락 원장은 개인·기업·국가를 승자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찾기 위해 지난 50여 년 동안 손자병법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 원장이 손자병법의 희귀 판본이 담긴 상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이태경 기자

    "전략을 모르고 승자가 되는 것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던 배가 우연히 항구에 안착하는 것만큼이나 드문 일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이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전략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송병락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자유와창의교육원 원장은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의 말을 빌려 "현대는 상시(常時) 전쟁, 하이브리드 전쟁의 시대"라고 했다. 군사 전쟁이 없어도 경제 전쟁, 소프트파워 전쟁, 사이버 전쟁이 항상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군(軍)과 민(民), 전·후방 경계, 전선(戰線)이 따로 없는 시대라며 전략을 모르고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했다.

    송 원장은 경제학자로서 이례적일 만큼 오래 '전략(戰略)'에 천착해왔다. 1960년대 초부터 '손자병법'을 100번 넘게 읽으며 평생의 지침서로 삼았다. 그는 "손자병법은 외국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전략서"라며 "우리 사회에서 더 많은 사람이 손자병법을 읽고 연구해 전략적 사고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 FKI빌딩에 있는 자유와창의교육원 원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인천상륙작전
    손자병법의 요체는 '全'

    ―손자병법은 현대사회에도 유용한가.

    "손자병법은 손자가 장군을 하면서 체험한 실전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이후 삼국지 조조, 마오쩌둥의 참모인 궈화러(郭化若), 베트남의 보응우옌잡 장군 등이 계속 실전을 통해 검증·보강·재해석하면서 내용이 더 알차고 풍부해졌다. 손자병법과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각각 동양과 서양을 대표하는 병서이지만 깊이와 범위에서 손자병법이 훨씬 앞선다. 헨리 키신저는 미국이 중국의 국공내전부터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까지 아시아와의 전쟁에서 좌절감을 맛본 것은 손자병법을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자병법의 요체는 뭔가.

    "한 글자로 압축한다면 '온전할 전(全)'이다. 몸을 온전히 유지한 상태에서 적을 이기는 전승(全勝)이다. 그 요체는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싸워서 이겨야 할 경우에는 상대의 피해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쟁을 하면 생사와 흥망이 갈릴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신중하게 해야 한다. 무조건 싸워서 이기는 백전백승이 능사가 아니다. 직장 상사에게 백전백승하는 사람은 직장을 잃고, 배우자에게 백전백승하는 사람은 가정을 잃는 법이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헨리 키신저
    헨리 키신저
    "손자는 전쟁을 네 단계, 즉 적의 전략을 꺾는 벌모(伐謀), 외교로 적을 굴복시키는 벌교(伐交), 적의 군대를 치는 벌병(伐兵), 적의 성을 공격하는 공성(攻城)으로 구분하고 이 중 벌모가 최상책, 벌교가 상책, 벌병이 하책, 공성은 최하책이라고 했다. 실제 전투를 벌이기 전에 승리를 거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손자병법의 핵심을 다섯 개로 정리할 수도 있다. 꼭 해야 하는 싸움은 신중하게 하는 신전(愼戰), 필요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 비전(非戰), 실익 없는 싸움은 거부하는 부전(不戰), 사소한 싸움은 방지하는 지전(止戰), 싸울 때는 먼저 이겨놓고 싸우는 선승(先勝)이다."

    송 원장은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능한 한 피하고, 지켜야 할 것을 온전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게 손자의 일관된 철학"이라며 "이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얻는다'는 경제학 기본 원리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기업들, 正으로 맞서고 奇로 승리하라

    ―국가와 기업의 전략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국가 간 전쟁에는 전략, 전술, 전투가 있지만, 기업에 필요한 것은 수익을 많이 올리는 전략이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남과 똑같은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하는 게 기업 경쟁 전략의 핵심이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레드오션'으로 나가야 할 경우, 즉 남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을 할 때는 다른 방법으로 해서 차별화하라고 했다. 레드오션인 카페 사업에서 하워드 슐츠 회장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스타벅스를 운영해 세계적 성공을 거뒀다. 던킨 도너츠, KFC 등도 마찬가지다. 포터는 이를 '독특하게 되려는 경쟁'이라고 했다. 이렇게 하면 기업 경쟁에선 승자가 얼마든지 여럿 나올 수 있다."

    ―기업 경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손자병법을 꼽는다면.

    "기정(奇正)전략이다. 손자는 '정으로 맞서고 기로써 승리를 결정짓는다'고 했다. 한국전쟁 때 낙동강 전선에서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정', 인천상륙작전으로 북한군의 후방을 기습한 것은 '기'다. '기'는 상대가 예상하기 어려운 기상천외한 방법이나 기술, 전략 등을 가리킨다. 구글이 직원들에게 근무 시간의 20%를 일상 업무(正)와 관계 없는 일(奇)에 사용하라고 권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것도 일종의 기정 전략이다.

    손자는 또 '물이 항상 높은 곳을 피하고 낮은 곳을 찾아 흐르듯, 승자는 적의 실(實)을 피하고 허(虛)를 찾아서 공격한다'고 했다. 이를 '허실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적을 끌고 다니지 끌려다니지 않는다'고 한 것도 같은 의미다. 세계 휴대폰 회사들이 선두주자인 노키아를 추월하려고 애를 쓸 때, 애플이 스마트폰으로 판을 뒤집어 버린 것이 허실 전략의 한 사례다."

    전략10계명. 손자병법

    ―한국의 리더들은 왜 전략적 사고에 약한가.

    "일례로 조선시대에는 적자(嫡子)가 없으면 형의 막내아들이나 동생의 맏아들을 양자로 들였다. 밖에서 낳은 아들이 아무리 많아도 상속권과 제사권은 '붓으로 만든 아들(양자)'에게만 돌아갔다. 실제 아들은 권한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일에 명분을 앞세우다 보니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불필요한 싸움 또는 이겨도 실익(實益)이 없는 싸움에 매달리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과 균형 발전에 집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삼성이 아무리 세계 일등 제품을 많이 만들어도 대기업이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한국 지식인들은 비판한다. 하지만 대만의 저명 경제학자인 뤄푸치안(羅福全)은 정반대 얘기를 한다. '대만이 중소기업형 경제로 균형 발전했지만 이제는 중국에 기술이 다 넘어가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모지에서 무모할 정도의 도전 정신을 발휘해 반도체·자동차 사업에 뛰어들고 글로벌 대기업을 키워낸 한국이 부럽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성과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

    명분에 집착 말아야 전략적 능력 길러져

    ―전략적 사고 능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에선 매주 금요일엔 고등학교에서, 토요일엔 대학교에서 미식 축구 대회를 하고, 일요일엔 프로 미식축구 경기가 열린다. 이를 두고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교수는 '국민 전략 훈련'이라고 했다. 스포츠 경기를 통해 규율과 규칙을 배우고 전략을 익힌다는 것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가르친다. 손자가 강조한 대로 원래 싸움에는 정답이 없다. 물처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남과 다른 것을 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해야 경쟁력이 살아난다. 그런데 우리는 오로지 정답을 외우는 교육만 한다. 정치인과 사회 지도층부터 마치 정답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교육이 잘못됐고, 기본이 안 돼 있는 것이다."

    송 원장은 "전략적 마인드를 갖추려면 유연(柔軟)한 사고가 필수적"이라며 "한국 리더들이 명분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게 큰 장애물"이라고 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