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며 코스피지수가 4일 사상 최고치(2241.24)를 기록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개인은 올 들어 3조6000억원어치를 내다팔면서 코스피 상승의 온기(溫氣)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5일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하나금융투자·IBK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에게 증시 전망과 투자 전략을 물어봤다. 이들은 "당분간 대형 IT(정보기술)주와 금융주를 필두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대형 IT주처럼 주가가 비싼 종목을 매수하기 힘든 개인 투자자들은 중소형주 가운데 실적 개선이 확실해 보이는 업종·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대세는 "하반기도 강세"… 美 금리 인상 등으로 하락할 수도

리서치센터장들은 연내에 코스피 지수가 2300선을 넘어 2400까지 갈 수 있다고 봤다. 예년과 같은 상고하저(上高下低·상반기에 높고 하반기에 낮은 것)가 아닌 상고하고(上高下高)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대외적으로 글로벌 경기가 상승 흐름을 탔고 대내적으론 분기별 기업 실적 예상치가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코스피는 무난히 2300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과 함께 한국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증시 상승의 근거로 꼽았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다른 나라 주식에 비해 한국 주식이 싸다고 인식하고 있고, 반도체 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코스피는 향후 1년 내 2450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시 상승세를 방해할 대외 리스크(위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연내에 두 차례 더 오를 것으로 보이는 미국 기준금리가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상을 계기로 글로벌 금융 완화 정책이 퇴조할 수 있고, 지금 뜨겁게 달아오른 선진국 주식 시장이 벽에 부딪히면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 매수세가 약해지면 하반기 코스피가 2100선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1분기 미국 GDP 성장률이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더뎌지고 달러가 강세로 전환될 경우엔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의 글로벌 경기와 국내 기업 실적을 볼 때 단기간 내에 코스피가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IT 이후엔 화학·철강 등도 강세 예상"

코스피 상승세가 계속돼도 투자정보가 상대적으로 적은 개인 투자자들은 업종·종목을 얼마나 잘 선별하느냐가 중요하다. 리서치센터장 5명은 공통적으로 IT 업종을 추천했다. 구용욱 센터장은 "기업 이익이 좋아지는 쪽을 보면 결국 IT 업종"이라며 "다만 가격이 많이 오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IT주뿐만 아니라 대선 이후 정책 수혜를 볼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종목들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동석 센터장과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은 IT주와 금융주 강세가 지속되다가 하반기쯤 화학, 철강 같은 소재·산업재 업종이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경기 사이클을 감안하면, 현재 IT 업종에서 올 하반기 소재·산업재 업종으로, 내년엔 소비재 등으로 증시의 온기가 퍼져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올 들어 대형주에 밀려 침체에 빠졌던 코스닥 중소형주를 놓고선 전망이 엇갈린다. 이창목 센터장은 "새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 등으로 그간 낙폭이 컸던 코스닥 우량 기업들이 하반기 이후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며 "대형주 접근이 쉽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은 종목을 잘 선별해 투자할 시점"이라고 했다. 반면 이종우 센터장은 "아직 중소형주에 투자하긴 이른 시점으로, 낙폭이 컸던 종목 중에서도 대형주 위주로 저점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조용준 센터장은 '업종'뿐 아니라 '기업 규모와 실적'을 중요한 투자 지표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철저하게 실적에 근거해 투자한다는 '주식 투자의 정석'을 지키지 않을 경우, 결국 개인은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