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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공동개발한다던 여객기...중국은 날고, 한국은 제자리 왜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7.05.04 18:33 | 수정 : 2017.05.04 18:48

    중국 중대형 여객기 C919 5일 첫 시험비행...잇단 좌절에도 포기 않고 반세기 투자 결실
    정권교체 때마다 중장기 사업 흔들리는 韓...중국은 보잉· 에어버스 주도 시장에 도전


    중국 국유 항공기 제작업체 코맥이 2015년 11월 상하이 공장에서 독자개발한 첫 중대형 여객기 C919를 출고하고 있다. /코맥 사이트
    중국 국유 항공기 제작업체 코맥이 2015년 11월 상하이 공장에서 독자개발한 첫 중대형 여객기 C919를 출고하고 있다. /코맥 사이트
    중국이 독자개발한 중대형 여객기 C919가 5일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에서 첫 시범비행에 나선다.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상용항공기유한공사(COMAC∙코맥)가 개발한 C919는 최대 190명이 탈 수 있는 여객기로 미국 보잉의 B737-800기, 유럽 에어버스의 A320기와 동급에 속한다고 CCTV 등 중국언론들이 전했다.

    날씨가 나쁘면 순연될 수 있지만 C919가 예정대로 하늘을 날게 되면 1970년 여객기 개발을 시작한 지 40여년만에 중국이 보잉과 에어버스가 양분한 세계 중대형 여객기 시장의 도전자로 떠올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중국은 내년에 C919를 정기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중국의 90인승 여객기 ARJ21이 청두항공의 노선에 투입되면서 중국이 독자개발한 여객기 시대를 연데 이은 것이다. 캐나다의 봄바디어와 브라질의 엠브레어가 주도한 중형 여객기 시장에 러시아 일본과 함께 중국이 가세한 것이다.

    중국은 19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방중 때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2000년까지 100인승 급 여객기를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할 만큼 한국과 중국은 글로벌 여객기 시장 도전자로서 비슷한 출발선에 있었다. 한중 항공기 공동 개발사업은 지분과 최종조립장 위치 등에 대한 이견으로 1996년 무산됐다.

    이후 한국에선 1999년 10월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의 항공부문을 합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출범했지만 여객기 사업은 논의만 무성했을 뿐 책상위 서류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10여년이 소요되는 장기사업인데도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권 사업을 홀대하는 한국의 정치풍토가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반면 CCTV 등 중국 언론들은 1970년 여객기 개발을 시작한 이후 수차례 좌절을 겪었지만 ‘영원히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결실을 이뤄냈다고 평가한다. 국무원이 2002년 ARJ21 개발을 승인한데 이어 2008년 C919 개발에 착수하는 등 여객기 개발의 꿈을 놓지 않은 것.

    코맥은 C919의 지상에서의 마지막 테스트인 고속활주 시험이 진행된 4월엔 280인승 규모의 대형 여객기를 러시아와 공동개발하는 또 다른 여정을 시작했다. 10년이 소요되는 프로젝트를 또 개시한 것이다. 연구개발은 모스크바에서, 조립은 코맥 본사가 있는 상하이에서 진행된다.

    중국에서 항공기 국산화는 ‘중화민족 부흥의 꿈’을 내세우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우주정거장 건설 등과 함께 정치적인 자산이 될 뿐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는 항공산업을 키우는 촉매 역할을 한다.

    ◆보잉 사고기 잔해까지 뒤져 기술 습득

    중국이 상용화에 성공한 중소형 여객기 ARJ21 /바이두
    중국이 상용화에 성공한 중소형 여객기 ARJ21 /바이두
    중국의 여객기 개발은 마오쩌둥(毛澤東)이 1970년 상하이 시찰 때 지시한 게 발단이 됐다. 문화대혁명의 와중에 상하이에서 윈(運)10 개발이 시작됐다.1971년 파키스탄이 보유한 보잉707기가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착륙할 때 사고가 나자 중국은 500여명의 엔지니어를 3개월간 현장에 보내 잔해에서 기술을 습득하도록 했다.

    외관이 닮아 보잉707 짝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100인승급의 윈10은 1980년 첫 시험비행에 성공하면서 중국인의 자존심을 높였다. 하지만 개발경비 부족 등의 이유로 양산에는 이르지 못했다. 1986년 윈10 프로젝트는 미완으로 종결됐다.

    1979년 미국과 수교한 중국은 1985년 미국의 맥도널드 더글러스와 합작으로 여객기를 개발하는 MD82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1987년 7월 시험비행에 성공한 데 이어 국산화율을 높인 MD90개발을 후속프로젝트로 1995년부터 추진했다.

    한국과 민수용 항공기 공동개발에 합의한 시점이 1994년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의 여객기 국산화는 여러 트랙을 통해 동시에 진행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96년 12월 보잉이 맥도널드 더글라스를 인수합병하면서 MD90 프로젝트 역시 미완으로 종결됐다. 중국과 에어버스간 공동 여객기 개발도 추진됐지만 에어버스측의 과도한 기술료 요구로 1998년 무산됐다.

    중국의 여객기 개발 꿈은 장쩌민이 국가주석이던 2002년 중소형 여객기 ARJ 21 프로젝트를 승인하면서 다시 살아났다. 2006년 1월 대형 여객기 국산화를 국가 중장기과기발전규획 16개 중대 프로젝트중 하나로 선정하고, 2007년 8월 후진타오(胡錦濤)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정치국 상무위원회의에서는 중대형 여객기 프로젝트 추진팀 결성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08년 3월 국무원이 코맥 설립을 비준했고, 두달 뒤인 5월 190억위안 자본금의 코맥이 상하이에서 가동에 들어갔다.

    2008년 11월 C919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상하이엑스포가 치러진 2010년에 몸체가 처음 공개됐다. 2015년 11월 첫 출고식을 가졌다. 이후 실제노선에 투입되기 위한 시험을 진행해왔다. 당초 상용화 목표시점인 2016년보다 2년 정도 늦춰졌다.

    ◆세계 대형 여객기 시장 AB서 ABC로 재편 노려...중국 거대 내수시장이 변수

    중국은 2024년께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항공기 이용객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중국은 2024년께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항공기 이용객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CCTV는 C919의 C는 코맥의 C자,차이나의 C자 외에도 에어버스(Airbus)의 A, 보잉(Boeing)의 B에 이어 C란 의미도 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항공기 시장에서 향후 10~20년간 3분의 1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우광후이∙吳光輝∙코맥 C919 총설계사)이라는 기대를 담고 있다. 코맥은 2020년 연간 150기의 C919와 50기의 ARJ21-700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중국산 여객기의 야심은 내수시장의 성장이 뒷받침할 전망이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향후 20년 대형 여객기 수요의 39%가 아시아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이 가운데 절반을 중국에서의 주문이 차지할 것으로 본다.

    보잉은 작년 9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2035년까지 중국에 6810대의 여객기 수요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금액으로는 1조달러가 넘는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항공기 이용객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중국이 2024년께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항공여행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35년이 되면 중국의 항공이용객이 13억명으로 늘어, 미국의 11억명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는 중국이 연간 4억8700만명으로 미국의 6억5700만명을 밑돈다.

    C919는 이미 동방항공 쓰촨항공 중국국제항공 남방항공 등 23개 항공사로부터 570여대(2016년 11월말 기준)의 주문을 받았다.

    중국은 거대 내수시장에서 실력을 쌓은 뒤 해외 민용 항공기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고속철도와 원전의 후발주자이면서 내수시장에 다진 실력을 기초로 해외 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하는 스토리를 여객기 시장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고속철도 원전 등에 이어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를 타고 세계로 나갈 중국산 대형 장비 품목이 추가되는 것이다.

    ◆메이드인차이나 업그레이드...푸둥을 세계 3대 민용 항공기 산업기지로
    C919의 비상은 저임 노동력에 의존했던 중국의 제조업이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항공산업은 기술집약형일 뿐 아니라 노동 집약적 산업이어서 경기부양 효과도 크다.

    상하이증권보는 미국 의회보고서를 인용해 항공기 제조업이 1달러 성장 할때 미국 경제에 2.3달러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며 미국이 보잉 747 1기를 수출하면 1만2000대의 소형 자동차 수입을 보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에 2만개 부품이 들어가는 반면 항공기는 300만~500만개 부품를 조립해야해 많은 인력이 소요된다. 협력업체와의 동반 성장 효과가 큰 것이다. C919 개발에는 중국의 36여개 대학과 200여개 기업의 인력 수십만명이 참여했다.

    코맥의 경우 14개 국가와 지역으로부터 256개 선발 협력업체들과 거래관계를 맺고 있다. 이 가운데 C919의 협력업체는 아직 70여개에 불과하다. C919의 국산화율은 50% 수준에 이른다.

    중국은 C919 비상을 계기로 상하이의 푸둥을 아시아 최대이자 세계 3대 민용항공 산업기지로 키운다는 목표를 내세운 ‘푸둥신구 민용항공 산업 장기규획’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규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항공 관련 기업을 200여개사로 늘리고, 산업 생산규모가 1500억위안이 넘는 항공산업기지를 조성해 재정수입에 100억위안 이상 공헌한다는 계획이다.

    푸둥만이 아니다. 중국 주요 지역에 항공기 관련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중국은 2008년엔 톈진에 에어버스 조립공장을 유치한데 이어 지난 3월엔 저장성 저우산(舟山)에서 보잉의 첫 해외 조립공장 착공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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