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미술시장 상위 작가 1%, 매출은 전체 시장의 절반

  • 이규현 이앤아트 대표·〈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100〉 저자

  • 입력 : 2017.04.29 08:00

    [이규현의 Art Market] <1> 미술시장서 더 심한 '부익부 빈익빈'
    갤러리 매출 41%가 아트페어에서 발생… 2만달러 이하의 젊은 작가 작품이 꾸준히 팔려

    최근 국제 경매 회사인 런던 크리스티가 해마다 6월에 하는 '전후 및 현대미술(Post-War and Contemporary Art)' 경매를 올해는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3월과 10월 경매에 더 집중하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계 미술 시장의 판도 변화를 반영한 조치다. 작년과 올해 세계 미술 시장에서는 크게 세 가지 흐름이 눈에 띈다.

    있다. 위쪽은 지난해 12월 아트바젤이 미국 마이애미에서 연 아트 페어, 아래쪽은 크리스티가 주관하는 회화 작품 경매.
    세계적 미술 작품 판매는 과거 경매 회사가 주도했지만, 최근엔 다양한 기획으로 관람객을 많이 끌어들이는 아트페어가 그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위쪽은 지난해 12월 아트바젤이 미국 마이애미에서 연 아트 페어, 아래쪽은 크리스티가 주관하는 회화 작품 경매. /블룸버그
    1. 경매 중심에서 아트페어 중심으로

    런던 크리스티가 6월 현대미술 경매를 취소한 것은 매년 6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아트페어 '아트바젤'을 고려한 결정이다. 그즈음 전 세계 최고의 컬렉터, 갤러리스트, 큐레이터가 아트바젤을 보기 위해 바젤로 향한다. 게다가 올해는 홀수 해에만 열리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비엔날레, 5년 주기의 독일 도큐멘타 등 주요 국제 미술전시회 일정까지 겹쳤다. 유럽 대륙으로 몰려간 컬렉터들이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 큰 관심을 쏟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 반면 매년 10월 런던에서 열리는 프리즈 아트페어 기간에는 현대미술 경매를 예정대로 열기로 했다. 프리즈를 맞아 세계 컬렉터들이 런던으로 몰려오니, 그 시기에 맞춰 경매를 하는 편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미술 시장은 경매가 좌지우지했지만, 이제는 아트페어가 시장 트렌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아트페어는 급증하고 있다. 특히 아트바젤, 프리즈, 피악(FIAC), 테파프(TEFAF) 등 세계적인 아트페어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미술 시장 분석가인 매그너스 레시가 미국, 영국, 독일의 갤러리 8000곳을 조사한 '국제 미술 갤러리 보고서 2016'을 보면 2016년에 이 갤러리들의 매출 중 41%가 아트페어를 통해 발생했다. 새로운 컬렉터들이 아트페어로 몰려가기 때문에 갤러리들도 점점 아트페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갤러리 딜러들은 "원래부터 거래하던 컬렉터도 아트페어에 가지만, 새로운 컬렉터를 만나려면 더더욱 아트페어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말하면, 아트페어에 갈수록 더 좋은 작품과 미술 시장 최신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얘기다.

    2. 경기 불안에 현금화 쉬운 유명 작가만 인기

    '파레토의 법칙'은 소득 분포 상위 20%가 전 세계 부의 80%를 차지하는 현상이다. 마케팅에 적용하면 상위 20% 제품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처럼 소수가 전체 결과를 지배하는 현상은 미술 시장에서 더 심하다. 상위 작가 1%가 올리는 매출이 전체 시장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다. 아트바젤과 UBS가 발간한 '미술 시장 2017' 보고서를 보면 2016년 한 해 동안 경매에서 팔린 미술 작품의 낙찰 총액은 221억달러(약 25조원)로 전년보다 26% 줄었다. 그런데 작품이 팔린 작가 4만8380명 가운데 상위 15%의 작품 판매액이 전체 총액의 82%를 차지했고, 그중에서도 상위 1% 작가의 작품 판매액은 총액의 절반에 달했다. 세계 정세가 불안하다는 판단에 위험 투자를 꺼리는 컬렉터가 늘면서 이름이 잘 알려지고 거래도 활발해 현금으로 바꾸기 쉬운 작가의 작품을 선호하는 심리가 굳어진 것이다. 6월 현대미술 경매를 취소한 런던 크리스티도 같은 달 27일 '인상파와 근대미술' 경매는 예정대로 진행한다. 피카소, 세잔, 모네처럼 서양 미술사에 확실하게 이름을 새긴 유럽 작가들의 작품은 시장 분위기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미술품 경매 낙찰 총액 / 세계 3대 아트페어
    3. 미술적 취향보다 투자 가치 따져

    저평가된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는 투자자처럼 아직 저렴한 가격에 팔리는 젊은 작가의 작품에 투자하는 컬렉터도 있다. 지난해 팔린 생존 작가 작품 거래량을 보면, 1000달러 미만 작품의 판매량이 전체의 38%로 가장 많았다. 1000달러~5000달러 작품 판매량의 비중은 27%, 5000달러~5만달러 작품 판매량 비중은 26%였다. 아트딜러들은 "특히 1000달러~2만달러 정도 가격의 젊은 작가(30~40대) 작품이 꾸준히 팔리는 편"이라고 전했다.

    반면 그보다 값이 비싸고 미술사적 가치가 검증되지 않은 50대 이상 작가 작품은 판매가 저조하다. 투자 목적으로 작가의 거래 기록과 미술사적 가치를 공부해 작품을 고르는 컬렉터가 늘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장식적인 효과보다 투자 가치를 따지는 컬렉터가 크게 늘었다. 국내 컬렉터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한국 단색화 화가들의 작품이 최근 해외 미술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데 자극을 받은 것이다. 이학준 크리스티코리아 대표는 "국내 컬렉터들이 예전에는 장식적인 효과가 있는 예쁜 작품을 찾았다고 하면, 지금은 이 작가가 미술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지를 보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