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소변 가늘어졌다고 건강식품을? 치료시기만 놓칠 뿐

  • 한웅규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 입력 : 2017.05.13 08:00

    [CEO 건강학] <5> 전립선비대증

    친구나 지인들로부터 전립선 상담 요청을 종종 받는다. 최근 만난 기업 임원 두 사람도 그랬다. 50대 중반 친구 사이인 둘은 소변 줄기에 힘이 없고 소변을 보기 위해 밤중에 잠이 깨는 현상이 비슷한 시점에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함께 고민을 나눈 두 사람의 최종 선택은 달랐다. A씨는 비뇨기과를 찾아가 검사부터 받았고, 전립선비대증으로 진단받은 뒤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소변 줄기가 좋아진 것 같고 아침까지 푹 잘 수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B씨는 다른 길을 택했다. 비뇨기과로 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TV 홈쇼핑 광고를 보다가 '쏘팔메토'라는 건강식품이 눈에 들어왔다. 곧바로 구입해 지금까지 먹고 있다고 했다. 아직 비뇨기과에 가진 않았다고 한다.

    중년 이후 남성들은 소변 줄기가 약해지고 성기능도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전립선비대증을 떠올린다. 이때 꼭 해야 할 일이 비뇨기과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다. 배뇨 장애의 원인은 전립선비대증 외에도 다양하다. 전립선암도 초기에 배뇨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 '소변 문제'의 원인 규명이 가장 중요하며, 그에 따라 약물 치료 등 치료법을 택해야 한다. 그런데도 '남자에게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에 눈길을 주는 사람이 적지 않다.

    건강기능식품도 효과가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식물 속에는 신비한 '무엇'이 들어 있으며, 약효도 뛰어날 것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런 성분이 있다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약으로 개발됐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약에는 부작용이 있으나 건강기능식품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근거가 없다. 건강기능식품의 간 또는 신장 독성 등에 대한 논문이 적지 않다.

    건강기능식품 맹신이 초래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한다는 것. 건강기능식품이나 민간요법에 의지하다 병이 악화한 뒤에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B씨도 이 중 한 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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