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5년 적자 버틴 제주항공…매출 7000억원까지 성장한 비밀

  • 김참 조선비즈 산업부 차장

  • 입력 : 2017.04.29 08:00

    초고속 성장하며 투톱 대형 항공사 위협하는 제주항공
    "얼마나 버틸까"했는데 국내 LCC 선두 자리에

    항공기의 대당(臺當) 하루 평균 가동 시간은 항공사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최고 지표다. 2006년 처음 취항한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은 이 지표에서 13.0시간으로 유럽 LCC 1위(라이언에어·9.4시간)와 아시아 1위(에어아시아·12.5시간)를 능가한다.

    제주항공

    "얼마나 버틸까" "웬 싸구려 항공사"라는 눈총을 받던 제주항공이 지난해까지 11년간 거둔 실적은 남다르다. 임직원 수는 7배, 탑승객 수는 35배, 매출액은 63배 증가했다. 2010년 1000억원 고지 돌파를 계기로 매출액은 7년 연속 매년 앞자리 수를 바꿔오고 있다. 창사 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51.4%.

    내년에 '1조원 매출'을 눈앞에 둔 제주항공은 국내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2년째 주주(株主) 배당(配當)을 실시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국내 3위 항공사이자 동북아 4위 LCC(공급 좌석 기준·2016년)로 제주항공이 발돋움한 비결을 WEEKLY BIZ가 분석했다.

    "5년 적자에도 Go"…고독한 결단이 원동력

    설립 첫해부터 2010년까지 5년간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고유가(高油價)와 고(高)환율에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와 국제선 취항 제한 등 LCC 초창기 규제까지 겹친 탓이다. 5년 연속 적자로 누적 손실액만 737억원에 달했다. "'돈 먹는 하마'인 항공업 때문에 그룹까지 흔들릴 수 있다"며 포기론이 쏟아졌다. 경영진은 '체념'이 아니라 '도전'을 선택했다. 창업주의 장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사위인 안용찬 제주항공 부회장이 "면세점을 팔아서 항공업에 집중하자"고 결정한 것이다. 모기업인 애경그룹(AK홀딩스 등)은 8차례 유상 증자를 통해 110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AK면세점은 2010년 롯데그룹에 매각했다. "같은 LCC 회사인 한성항공이 출범 3년 만인 2008년 부도 처리되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용기 있는 결단이 도약의 원천이 됐다."(홍대순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든든한 자본을 밑천 삼아 항공기 도입과 인력 채용 등 투자를 가속화했다. 2010년 7대이던 항공기 보유 대수는 현재 29대가 됐다. "초창기 국내 LCC 사업의 승부처는 신속하게 기체(機體)를 도입해 급증하는 항공 수요를 흡수·선점하는 것이었다. 최고 경영진의 결단을 바탕으로 공격적 투자를 통해 경쟁사보다 보유 기종 수 등에서 앞서나간 게 주효했다."(노상원·동부증권 애널리스트)

    '단일 기종으로 原價 절감' 승부수

    제주항공
    제주항공이 현재 운용 중인 29대 항공기의 기종(機種)은 186~189석 규모의 미국 보잉사 B737-800NG로 모두 동일하다. 올 연말이면 32대가 된다. 모든 보유 항공기를 같은 기종으로 하는 것은 이례적인데 제주항공은 두 가지 전략적 목표를 겨냥했다. 먼저 정비 작업, 보수용 부품 관리 등의 효율성을 높여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단일 기종 항공기 대수가 30대에 달하면 패키지(묶음) 단위로 리스료와 중정비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관리·정비 비용이 20% 정도 적게 든다. 덕분에 2012년 88%이던 매출액 대비 원가율은 지난해 79.9%로 8.1%포인트 감소했다.

    두 번째는 상황 변화에 따라 항공기 운항 및 노선 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일 기종 운용으로 조종사들은 회사가 보유한 어떤 항공기라도 조종할 수 있으며, 승무원들도 모든 항공기에 친숙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항공기 대당 일 평균 가동 시간이 2012년 11.6시간에서 2014년 12.1시간, 지난해 13.0시간으로 매년 개선됐다.

    반대로 안전 관련 투자는 늘려 최근 10년간 인명(人命) 사고 '0건'을 기록했다. 2008년 1월부터는 프로펠러기(機) 운항을 전면 중단해 항공기 안전에 대한 불신을 잠재웠다. 항공기 정비 품질 개선을 위해 2015년 200여명이던 정비 인력을 올 4월 356명으로 늘렸다.

    '학습 경영'과 '열린 문화'의 힘

    제주항공은 직원 교육, 즉 '학습 경영'을 중시한다. 일례로 매년 초 모든 직원에게 20만원 상당의 책 구입 포인트를 일괄 지급한다. 올해에는 경영진이 '세계 초일류 기업의 AI(인공지능) 전략' '배달의 민족 브랜딩 이야기 배민다움' '위대한 참견' 등을 필독 도서로 선정해 모든 임직원에게 나눠줬다.

    2015년부터 팀장급 이상 임직원 60여명을 대상으로 2개월마다 저명인사 특강을 실시한다. 주제는 경영·경제·인문학 등 무제한이다. 독서나 특강과 관련해 감상문이나 후기(後記) 제출 같은 의무가 없는 점도 독특하다. "독서나 강의 참여가 '부담'이 되면 학습 경영의 효과가 반감(半減)된다는 판단에서다. 임직원의 인문학적 정서 함양이 조직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지름길이라고 우리는 확신한다."(양성진·제주항공 전무)

    2015년부터는 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매년 4~5명을 선발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경영대학원에 1개월 마케팅 연수를 보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함이다. 매주 우수 직원 30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항공사의 IT 전략과 데이터 기술, 트렌드 분석을 주제로 교육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영이 어렵던 초기부터 지금까지 직원 교육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제주항공은 다양한 체험과 인문학적 소양이 더해졌을 때 임직원에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긴다고 판단하고 있다." (허희영·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사내 혁신 조직 '게릴라 포스(guerrilla force)'는 제주항공의 열린 문화를 상징한다. '게릴라 포스'는 직원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를 경영진에 직접 제안하는 창구다. 승객들의 편의성을 높인 카카오 알림톡 서비스(예약 상황과 지연 결항 등의 정보 제공)와 연료비 절감 효과를 낳은 국내선 항공기 최대 이륙 중량(7만kg) 감축 등이 '게릴라 포스'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제주항공은 승무원 안전과 서비스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객실훈련센터를 열었다. 제주항공 승무원들이 기내 서비스를 하는 모습.
    제주항공은 승무원 안전과 서비스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객실훈련센터를 열었다. 제주항공 승무원들이 기내 서비스를 하는 모습.

    "생존하려면 완전히 달라야 한다"

    제주항공은 운항 초기부터 서비스 차별화에 나섰다. 고급 기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항공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항공기 내 프로포즈, 풍선 만들기, 가위바위보 게임, 사진 찍어주기 등 제주항공의 독특한 '펀(fun) 마케팅'은 이런 고민 속에서 탄생한 산물이다.

    기내 바깥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도 주목된다.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자유여행 라운지(해외 현지 여행 안내 시설·Free Independent Tour)' 제도는 탑승객이 여행사 도움 없이 현지 숙소 및 렌터카 예약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최근 해외여행 흐름이 패키지 단체 여행에서 개별 자유 여행으로 바뀌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괌·사이판·코타키나발루·다낭·세부 등 5곳에 FIT 라운지를 운영 중인데, 라운지 이용자는 100만명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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