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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연기 9단' 최민식, '정치 9단' 괴물이 되다

  • 김지수 기자
  • 입력 : 2017.04.29 07:00

    최민식이 ‘능구렁이’ 시장이라면? ‘연기 9단’ 배우, ‘정치 9단’ 시장 됐다
    그간 대표작 ‘취화선' ‘명량' ‘대호' 등으로 정치적 세상을 조롱하는 신념의 인간 대변
    2006년엔 칸 영화제에서 1인 시위, 가장 정치적인 행동을 한 비정치적인 인간, 최민식
    최민식이 온 몸으로 보여주는 선거는 ‘똥물에서 진주 찾기’

    털털한 인간성과 특유의 장인 정신으로 영화계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최민식.
    털털한 인간성과 특유의 장인 정신으로 영화계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최민식.
    최민식을 처음 본 것은 2002년 영화 ‘취화선'의 양수리 촬영 현장에서였다. 조선의 3대 화가 오원 장승업의 불운한 일대기를 연기한 최민식은, 겨울 볕 아래 상투를 튼 채 술상 앞에 앉아 졸고 있었다. 삶과 권력 앞에 게으르고 오로지 화선지 앞의 붓끝에서만 치열했던 장승업과 이격이 느껴지지 않았던, 최민식. 그때 그의 나이 서른아홉이었다. 최민식은 영화 내내 술병을 쥔 채 봉두난발로 지냈다. ‘취화선'은 그 해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최민식을 두 번째 본 것은 2003년 영화 ‘올드보이' 촬영을 끝내고 나서였다. 최민식은 농담하길 즐겼다. “박찬욱 감독이 여자였으면 그와 결혼했을 겁니다(웃음).” 영화에서처럼 동충하초 머리 그대로였다. ‘쉬리’의 북한군 장교로 한국의 게리 올드만으로 명명될 때도, ‘올드보이’에서 동충하초 머리를 하고 “누구냐? 너?”라고 두 눈을 부릅뜰 때도… 머리카락은 ‘꼴리는 대로 사는’ 최민식의 제2의 목소리였다.

    그는 사설 감방에서 군만두만 먹으며 복수를 꿈꿨고, 산 낙지를 통째로 삼켰으며 개처럼 울부짖었다. 윤리적 통념을 위반한 강렬한 연기와 함께 ‘세 마리 죽은 낙지에 명복을 빈다'는 농담은 칸 영화제 내내 화제가 됐다. 최민식은 그해 칸의 남우주연상 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아쉽게도 수상하지 못했다. 남우주연상은 ‘아무도 모른다'라는 일본 영화의 아역 배우 아기라 유야에게 돌아갔다. ‘올드보이'는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배우로서나 인간으로서나 최민식은 너무나 뜨겁고 순진했다. 송강호가 자기 통제력을 발휘하며, 하드보일드한 영화에서 낄낄대거나 황망한 표정을 짓는 동안, 최민식은 통분에 차서 울부짖거나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갈지자로 휘적거리며 앞장서 갔다. 송강호가 끝없이 자기를 의심하는 카프카적 인물이라면, 최민식은 운명을 향해 걸어가는 셰익스피어적인 인물이었다. 그릇된 믿음이건, 올곧은 신념이건 최민식은 격정에 사로잡혀 끝을 보고야 말았다. 그리하여 영화에서 그는 늘 휘둘리는 삼류 인생이었고, 꼴리는 대로 사는 일류 인간이었다.

    2006년, 예술가로서의 객기와 예술가로서의 결기가 정치적인 세상과 만나 한 차례 거대한 파도에 휩쓸렸다. 그는 광화문 광장에서 칸 영화제 현장에서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1인 시위를 했다. 대중들은 ‘영화인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등을 돌렸다. “그때 저는 양부모에게 쫓겨난 고아 같았습니다.”라고 최민식은 회상했다. 당시 한 신문에서는 ‘최민식은 좀 더 정치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칼럼을 실었다. “폭풍이 지나고 나서 깨달았죠. 아, 세상은 정치적인 사고가 필요하구나. 그런데 나는 정치적인 사람은 못되겠다. 아! 씨발, 나 생긴 대로 그냥 살자. 으하하.”

    최민식이 영화 ‘특별 시민'의 닳고 닳은 시장 변종구 역할로 우리 시대 정치인과 선거판을 풍자한다.
    최민식이 영화 ‘특별 시민'의 닳고 닳은 시장 변종구 역할로 우리 시대 정치인과 선거판을 풍자한다.
    그 뒤로 여러 번 최민식을 만났다. ‘나 생긴 대로 그냥 살자'던 최민식은 ‘악마를 보았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를 거치며, 세상의 ‘부도덕한 이치’를 깨닫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불가마 속으로 몸을 던진 ‘취화선'의 장승업이 그랬듯, 최민식은 왕에게 버림받고도 사명을 다 한 이순신(‘명량')이나, 묵묵히 지리산 호랑이를 쫓던 포수 천만덕(‘대호')처럼 시대와 불화한 가장 비정치적인 인물로 소멸해갈 때, 더욱 빛을 발했다. ‘염세주의자인가?’라는 나의 질문에 최민식은 초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조금씩 사라질 뿐이구나.”

    칸 영화제 시상대 위에서 ‘세 마리 죽은 낙지에게 명복을 빈다’고 한, 그 영광의 칸 영화제에서 다시 혼자 일인 시위를 벌였던 자유주의자, 영화계에서 가장 정치적인 행동을 한 가장 비정치적인 인간, 최민식이 돌아왔다. ‘똥물에서 진주를 캔다'는 선거판으로!

    최민식을 만났다. 머리털 하나에도 감정이 실려 ‘무당론’이라 지칭되는 그 몰입의 증거물 위에 이젠 눈발이 가득 내려앉았다. 하지만 여전히 멋지게 굽이친다. 영롱한 눈빛과 순진한 미소도 그대로다.

    그는 영화 ‘특별시민'에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정치 9단' 변종구 역할을 맡아 우리 시대 ‘권력의 괴물’을 연기했다.

    -직업 정치인의 본성을 탐구해보니 어떻던가요?

    “영화 캐릭터로서는 훌륭하지만, 현실에서 국민의 눈으로 보기엔 씁쓸하지요. 우리 대신 뽑은 대표가 왜 우리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가. 선거판은 원색적인 욕망이 꿈틀대고 부딪히는 그 자체로 동물의 왕국이에요. 스트레스를 받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하나씩 테이블 위에 펼쳐보니 더욱 실감이 나더군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연기 9단' 최민식, '정치 9단' 괴물이 되다
    -막장에 가까운 현실의 선거전이 영화보다 더 극적이라는 얘기도 많습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적인 현실이 당황스러우시겠어요.

    “(껄껄 웃으며)실제 이 영화의 촬영은 작년 여름에 끝났습니다. 비선 실세와 조기 대선 등 지금 같은 현실이 펼쳐질지 전혀 예상을 못했지요. 한 편에서는 기가 막힌 타이밍이라고도 하지만, 동시에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특별시민’이라는 제목은 마음에 들었습니까?

    “시작할 때부터 머리에 강렬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유권자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특별한 계층을 상징하기도 하지요. 영어 제목은 ‘더 메이어(The mayor)’로 심플합니다.”

    -‘싱크홀' 재난 현장에서 몰래 고급 초밥 도시락을 시켜먹는 장면에선 쓴웃음이 나더군요.

    “세월호 현장에서 누군가 사발면 먹었다는 일화를 참조했습니다. 시장 변종구는 겉으로는 생존자를 구출하라고 명령하고, 안에서는 구급약 통에 배달시켜온 ‘스시 벤또’를 허겁지겁 먹어대죠. 웃으면서도 가시를 씹는 기분이 들 거예요.”

    -결말의 충격이 꽤 큽니다.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는 ‘부하’에게 소고기 쌈을 우격다짐으로 구겨 넣는 장면 말입니다.

    “입 다물라는 메시지지요. 제 취향은 아니지만, 식욕이 당기지 않던가요?(웃음)”

    -전혀. 체할 것 같았습니다(웃음). 덕분에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모습, 선거에 미친 괴물의 게걸스러운 식욕을 보았습니다. 고기는 맛있던가요?

    “맛있었습니다(웃음). 다소 작위적으로 보일 순 있지만, 고깃집 엔딩은 영화적으로 좋았습니다. 그 허름한 고깃집은 변종구가 정치가로 성공하기 전, 노동의 추억이 어린 장소예요. 권력욕으로 훼손되기 전 진실한 노동자의 삶을 간직한 곳… 그곳에서 반성과 회한에 젖기는커녕 더한 탐욕을 드러내는 모습에서 굴절된 인간의 끝을 볼 수 있지요. ‘내 혓바닥이 변했는지 옛날 맛이 아니구만'하는 대사까지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육식동물의 허기란… 그나저나 정치인의 품위가 땅에 떨어진 요즘, 이런 캐릭터를 지켜보는 국민의 심사도 참 복잡합니다.

    “그동안 ‘하우스 오브 카드' ‘킹메이커' ‘굿나잇 앤 굿럭' 등 뛰어난 해외 정치 드라마를 많이 봤습니다. 지금에야말로 한국적인 ‘정치 영화'가 나올 적기지요. 대한민국 정치 현장이 얼마나 다이나믹하고 드라마틱합니까? 2시간 러닝타임에 맞추기 버거울 정도로 에피소드가 넘쳐나더군요.”

    -특정 인물을 참조했습니까?

    “아니요. 그건 시야가 협소해질 뿐 아니라 위험한 일입니다. 기자들과의 간담회 장면이나 언론에 비친 정치인의 설전에서 기억을 더듬고 속성을 참고했습니다.”

    -배역을 위해 누군가를 모방해본 기억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제 안에서 만들어왔습니다.”

    -이제까지 배우 최민식은 ‘파이란'이나 ‘올드보이' ‘꽃피는 봄이 오면' 등의 영화에서 그랬듯이 시대착오적일 정도로 바보스럽고 어리석은 보통 시민이나 반대로 신념에 가득 찬 ‘초인’을(‘취화선' ‘대호' ‘명량') 연기했습니다. 동시대 최전선의 부도덕한 인물은 다소 의외입니다. ‘연기 9단 최민식’이 ‘정치 9단 서울시장’을 연기한 건, ‘내부자들'과 ‘더 킹'이 이룬 풍자 영화의 흐름 속에서 필연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글쎄요. ‘올드보이’의 오대수나 ‘파이란'의 강재나 대표적인 루저에다 엉성하고 빈틈이 많았어요. 그때까지 감독들은 저한테서 그런 모습을 봤던 모양입니다(웃음). 그다음에 ‘명량'이나 ‘대호' 같은 사극의 인물들이 제게 왔고요. 건방져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특별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 솔깃했습니다. 해보고 싶더군요. 한마디로 새로운 인물에 배가 고프던 와중이었지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연기 9단' 최민식, '정치 9단' 괴물이 되다
    -그동안 격렬한 캐릭터를 많이 ‘드셨는데도', 여전히 배가 고프십니까?

    “너무 고픕니다. ‘과연 이런 걸 소화할 수 있을까’ 염려는 사라지고 어마어마한 식욕이 생겼어요. 만화를 실사로 만든 ‘미녀와 야수'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까지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팀 버튼의 판타지 영화 속 인물들이 부럽습니다. 자신감을 넘어서 무모함에 가까울 지경입니다(웃음).”

    -언제부터 그런 증상이 시작됐나요?

    “‘범죄와의 전쟁' 때부터였습니다. 나이 들기 전에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어요.”

    -뤽 베송 감독, 스칼렛 요한슨과 함께한 해외 영화 ‘루시'를 경험한 일은 어땠습니까?

    “뤽 베송의 제안을 받다니, 살다가 이런 일도 다 있나 싶었습니다(웃음). 영어를 못한다고 거절했더니 직접 찾아왔더군요. ‘그랑블루' ‘레옹'을 만든 전설의 감독 뤽 베송이 아닙니까. 그런 분의 현장은 어떨까, 호기심에 응했어요. 결론은 영 어색했어요(웃음). 부자연스러운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건 제 방식이 아니에요.”

    -지난 3월엔 할리우드 괴수 영화 ‘콩;스컬 아일랜드'의 감독이 ‘올드보이'의 산 낙지 삼키는 장면을 오마주했다고 SNS에 공개적으로 올렸더군요.

    “아 그분도 ‘그레이트 액터' 운운하며 출연 제안을 했어요. 제 결론은 변함없이 ‘아 임 소리, 바쁩니다’였지요(웃음).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아시아계 배우들이 할리우드 영화에서 소모되는 사례도 경계하고 있어요.”

    최민식은 과거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대부’ 시리즈를 좋아한다고 했다. 너무 일찍 스스로도 넘어설 수 없는 걸작을 내놓은 코폴라 감독과 평생을 걸쳐 달성해야 할 시네마스코프의 걸작 연기를 초기에 완성해버린 최민식의 예술적 피로는 닮아 보였다. 하지만 배우가 아니면 천상 군밤 장수밖에 못 할 것 같은 최민식은 오십 대 중반을 넘긴 지금, 다시 아사 직전의 허기를 느끼며 어마어마한 식욕으로 캐릭터를 먹어대고 있다. 머리카락 휘날리며, 꼴리는 대로.

    -50대에 다시 전성기를 맞은 기분이 어떻습니까?

    “복에 겹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나 동료들이 날 찾아주고, 머리를 맞대 작품을 의논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요. 한편으로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고향, 연극이 곁에 있어 안도감도 듭니다.”

    -현장에서는 주로 어떤 상념에 사로잡히나요?

    “내가 참 괜찮은 곳에 살고 있구나!! 놀랍고도 짠한 기분이 듭니다. 조명부터 소품, 제작부 막내까지 각 분야의 전문인력들이 한가지 목적을 향해 헌신적으로 달려가는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워요.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면 세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의학 다큐멘터리 속의 한 장면 같습니다. 신비롭고 숭고하지요.”

    -그래도 포만감이 들 때는 역시나 흥행으로 그 노고를 보상받을 때겠지요? 1,700만 관객으로 깨어지지 않은 흥행 기록을 세운 ‘명량' 같은 경우 말입니다.

    “저는 관객이 적어 ‘폭망’했던 영화 ‘파이란'이 떠오르네요. 당시 곽경택 감독의 ‘친구'가 단성사, 서울극장에서 개봉해서 문전성시를 이룰 때, ‘파이란'은 종로 예술영화관 시네코아에서 연일 파리를 날렸어요. 그때 일이 잊히지 않아요. 명보극장에서 무대인사를 했는데, 한 아저씨가 화장실에서 친한 척 발길로 걷어차며 “영화 잘 봤다." 인사를 하더군요. 평생 극장 한번 오지 않을 것 같은 분이요. 아, 저런 분이 보셨구나, 뿌듯했어요. 제겐 그런 작업에 대한 고픔이 있어요. 너무 추워서 구경꾼도 없던 영화 현장에서, 서로 똘똘 뭉쳐 독립군처럼 찍었는데도, 포만감은 놀랄 만큼 크거든요.”

    중국 배우 장백지와 함께 출연해서 사랑의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던 2001년 개봉 영화 ‘파이란'. 부둣가에서 온 몸으로 오열하던 늙은 건달 강재의 모습은 한국 영화의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중국 배우 장백지와 함께 출연해서 사랑의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던 2001년 개봉 영화 ‘파이란'. 부둣가에서 온 몸으로 오열하던 늙은 건달 강재의 모습은 한국 영화의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관객에게 아부하고 싶지 않다고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고전적인 영화 예술가로서의 결기는 변함없군요.

    “매번 어떻게 흥행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웃음). ‘특별 시민'도 대선도 끝나고, 우리 사회가 새롭게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어요. 사람 냄새 나고 문학적 향기가 느껴지는 작지만 옹골찬 영화를 할 수 있는 때를요.”

    -사랑을 깨닫고 온몸으로 울던 ‘파이란'의 늙은 깡패 강재처럼 영화 인생에서 특별히 당신 가슴에 자국을 남긴 ‘짠한' 캐릭터는 누굽니까?

    “‘범죄와의 전쟁'의 최익현이 생각나네요.”

    -그는 ‘보통 시민’이었죠.

    “맞아요. 그 영화는 80년대 조악한 시절을 살아온 우리 아버지 세대를 위한 헌사였어요. 가족의 생존을 위해 똥물에 발 담그는 걸 마다하지 않았어요. 그 행동이 다 합리화될 순 없지만, 그래도 저는 눈감아주고 싶었달까요.”

    2011년 개봉작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80년대를 다룬 윤종빈 감독의 터프한 시대극. 그는 부패 세관 공무원 최익현 역할로 생명력 넘치는 활극을 소화한다.
    2011년 개봉작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80년대를 다룬 윤종빈 감독의 터프한 시대극. 그는 부패 세관 공무원 최익현 역할로 생명력 넘치는 활극을 소화한다.
    ‘범죄와의 전쟁'은 특별히 모나지 않은 평범한 가장이자 부패 관리 최익현의 무용담이다. 비리 세관 공무원이었던 사내가 건달과 결탁하고 돈도 벌고 봉변도 당하고 ‘가오’도 잡으며 전성기를 보낸다. ‘범죄와의 전쟁’ 선포로 위기가 닥치자, 혼자 살겠다고 배신도 불사하는 등 생명력 하나는 끝내주는 사내 이야기.

    -그다음엔 누가 생각납니까?

    “‘대호’의 포수 캐릭터도 기억에 남습니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 사나이였어요. 흥행은 저조했지만, 저는 ‘대호'를 찍으면서 영화 ‘미션'을 떠올렸어요. 이과수 폭포 아래 원주민과 더불어 살던 가브리엘 신부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달까요. 결국은 죽을 운명이어도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불행을 받아들이는 자존심과 결기가 참으로 숭고했지요.”

    -‘명량'의 이순신은 어땠습니까? 백성과 군주에게 충성했던, 가장 비정치적인 군인 캐릭터였는데요.

    “그분은 제가 감히 입에 담기 송구합니다.”

    -‘특별시민'의 정치 9단 변종구가 아니라 ‘명량'의 이순신을 연기한 배우로서 이 시대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잠시 망설이다가)...정치인은 공인입니다. 사익은 잊고 사명감을 갖고 부디 맑은 정신으로 감당해주길 바랍니다.”

    -언제 행복하십니까?

    “전쟁을 치른 후의 나른함이 느껴지는 요즘이지요. 홀가분한 마음으로 소주 한잔 마시면 온몸이 촉촉하게 젖어 듭니다(웃음).”

    항상 어색한 듯 보이는 최민식 특유의 진실한 미소.
    항상 어색한 듯 보이는 최민식 특유의 진실한 미소.
    오래 마신 소주 냄새, 오래 참은 눈물 냄새, 오래 고개 숙인 자의 머리 냄새… 외로운 관능의 몸 내를 풍기며 행복에 젖은 그가 큰 소리로 웃었다.

    PS 최민식은 여전히 아줌마 아저씨들이 볼 수 있는 중년의 불륜 이야기 ‘격정 멜로'에 대한 꿈이 있다. 앞뒤 보지 않고 달려가는 사랑, 장선우 감독의 ‘우묵배미의 사랑'을 리메이크해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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