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 수혈했더니… 뇌기능·운동신경까지 개선

입력 2017.04.27 03:00

[국내외 '회춘 연구' 잇따라]

늙은 쥐에 사람 탯줄 혈액 주입, 기억·학습 담당 신경세포 회복
노화세포 없애는 방식으로 신체기능 되돌리는 실험도 성공

실리콘밸리 인터넷 기업들의 새로운 화두는 노화(老化)다. 구글·아마존·페이팔·오라클의 창업자들이 잇따라 노화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 연구소를 설립하고 조 단위의 돈을 투자하고 있다. 질병 치료를 넘어 젊음을 되찾겠다는 거대한 목표를 내건 것이다. 과연 생명의 시계를 되돌릴 수 있을까. 최근 국내외에서 젊은 피를 받고 나이 든 세포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노화를 차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르면서 인터넷 거물들의 꿈이 실현 가능한 일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젊은 피가 뇌 기능·운동 능력 되살려

드라큘라는 사람의 피를 먹고 영원한 젊음을 누린다. 최근 영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토니 와이스-코리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사람의 탯줄 혈액을 늙은 쥐에게 주입해 뇌기능을 향상시켰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탯줄 혈액의 액체 성분인 혈장을 늙은 쥐에게 4일에 한 번씩 2주간 주입했다. 그 결과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뇌 해마 영역에서 신경세포들의 연결이 늘어나면서 미로(迷路)를 전보다 더 빨리 빠져 나오고, 학습 능력도 높아졌다.

과학계에서는 이미 150년 전부터 젊은 피를 수혈(輸血)해 회춘(回春)을 유도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늙은 쥐와 어린 쥐의 피부를 연결해 피가 통하게 하는 이른바 '개체연결법(parabiosis)'은 186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돼 1970년대에 봇물을 이뤘다. 처음엔 혈액의 기능을 밝히는 것이 주요 목표였지만, 최근에는 노화를 막는 방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개체연결법 설명 그래픽

와이스-코리 교수 연구진은 이에 앞서 지난 2014년 '네이처'에 젊은 쥐의 혈장을 늙은 쥐에게 주입해 뇌기능을 향상시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동물실험은 한계가 있었다. 일단 쥐의 혈장은 워낙 양이 적어 혈장 속 어느 성분이 뇌기능 향상의 원인인지 밝혀내지 못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에는 양이 많은 사람 탯줄 혈액을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사람 혈액 속에 있는 'TIMP2'라는 단백질이 늙은 쥐의 뇌 기능을 향상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반대로 이 단백질을 제거한 탯줄 혈액은 늙은 쥐의 뇌 기능을 높이지 못했다.

미국 하버드대 리 루빈 교수도 2014년 '사이언스'에 젊은 쥐의 혈액 단백질을 늙은 쥐에게 주입했더니 운동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발표했다. 루빈 교수는 "우리가 밝혔던 회춘 단백질과 스탠퍼드대가 찾은 단백질을 결합하면 더 큰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미 임상시험이 시작됐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세운 스타트업(신생 기업)은 지난 1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18명에게 탯줄 혈액 성분을 주입했다. 결과는 11월에 나올 예정이다.

노화세포 제거해도 회춘 효과 보여

국내외에서 노화세포를 없애는 방식으로 노화를 억제하는 방안도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셀'에 늙은 쥐에서 노화세포의 자살을 유도해 신체 기능을 젊은 쥐와 비슷한 상태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나이가 들면 세포의 DNA에 손상이 일어난다. 연구진은 특정 단백질을 주입해 수선 유전자들이 나이가 들어 손상된 DNA를 고치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늙은 세포는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노화세포가 사라지자 쥐가 회춘했다. 등에서 털이 다시 자라고 쳇바퀴를 2배나 더 오래 탔다. 신장 기능도 회복됐다. 연구진은 곧 암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할 계획이다. 암세포가 노화세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의 김채규 연구교수는 지난 24일 '네이처 메디신'에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의 전옥희 박사, 제니퍼 엘리세프 교수 등과 함께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물질을 새로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관절염 환자의 세포로 진행한 실험에서 'UBX0101'이라는 물질이 노화세포 제거 능력이 있음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러지가 이 물질을 이전받아 올해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와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등으로부터 1300억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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