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핫이슈분석] 순고용증가 94%, 10인 미만 소기업 창업서 나와…고용없는 성장, 경제 노쇠화 때문?

  • 조귀동 기자

  • 입력 : 2017.04.26 05:51

    中企 고용 창출, 신생 기업에 집중…지속 기업은 대기업과 차이없어
    3~4년차에 폐업 집중…이후에도 생존률 낮아
    삼성전자 매출 1% 늘 때 3차 협력업체는 0.005%만 증가


    전현배 서강대 교수 등 연구팀에 따르면 2006~2011년 한국에서 일자리 증가는 10인 미만 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 창업 덕분이었다. 대기업의 신규 일자리 증가는 3000개에 못미쳤다. /자료: 전현배 서강대 교수 등(2017)
    전현배 서강대 교수 등 연구팀에 따르면 2006~2011년 한국에서 일자리 증가는 10인 미만 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 창업 덕분이었다. 대기업의 신규 일자리 증가는 3000개에 못미쳤다. /자료: 전현배 서강대 교수 등(2017)

    최근 한국 경제에서 고용 증가를 이끌어 온 것은 10인 미만 소기업 창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기존 사업체가 신규 채용을 통해 고용을 늘리는 경우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500인 이상을 고용하는 대기업군(群)의 순고용 증가는 제로(0)에 가까웠다. 일자리 문제의 근본 원인은 경제 역동성이 떨어져 새로운 기업들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전현배, 이윤수 서강대 교수, 조장희 제주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6월 일본경제학회가 발간하는 저패니즈이코노믹리뷰(Japanese Economic Review)에 ‘일자리 창출과 파괴- 한국에서 소기업 및 젊은 기업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증거 자료(Job Creation and Destruction: New Evidence on the Role of Small versus Young Firms in Korea)’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전현배 교수 등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통계청이 발간하는 전국사업체조사 자료를 활용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기업 규모별, 연령별로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 지를 분석했다.

    이 논문은 미국에서 존 홀티웨인저(John Haliwanger) 메릴랜드대 교수 등이 2013년 발표한 ‘누가 일자리를 만드는가? 소기업 대 대기업 대 젊은 기업(Who Creates Jobs? Small versus Large versus Young)’ 논문과 궤를 같이 한다. 홀티웨인저 교수는 당시 논문에서 미국 통계국의 사업체패널(LBD) 자료를 활용해 기업 규모와 연령과 고용 창출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홀티웨인저 교수는 “고용 창출 능력에서 기업 규모에 따른 차이는 없었고 오히려 연령이 중요한 변수였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이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좀 더 깊게 분석하면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기업들이 많아서라는 것이다.

    ◆ 연평균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창업 84만 vs 대기업은 3000




    전현배 서강대 교수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 신규 고용 창출은 주로 중소기업의 창업에서 비롯됐다. 연령 효과를 통제했을 경우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고용을 더 많이 창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원인은 높은 중소기업 폐업률에 있었다. /자료: 전현배 서강대 교수 등(2017)
    전현배 서강대 교수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 신규 고용 창출은 주로 중소기업의 창업에서 비롯됐다. 연령 효과를 통제했을 경우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고용을 더 많이 창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원인은 높은 중소기업 폐업률에 있었다. /자료: 전현배 서강대 교수 등(2017)

    전 교수 등의 분석 결과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논문에서 전 교수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기업별, 사업장별 연도별 고용 인원 변화를 모두 조사해 집계했다.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 것과 사라진 것을 차감한 순고용창출을 집계한 결과 연 평균 68만9800개 였는 데, 이 가운데 10인 미만 소기업이 창업하면서 창출한 고용인원이 64만6000개였다. 10인 이상 250인 미만의 중(中)기업 창업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이 19만1700개였다. 중소기업 창업이 84만개에 가까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10인 미만 소기업이 전체 고용 창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3.5%에 달했다.

    반면 대기업은 일자리 증가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250인 이상 회사에서 늘어나는 일자리는 연 평균 2900개에 불과했다. 신생 기업이 만들어진 것이 8200이었고, 업력 10년 이하 젊은 기업에선 86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업력 10년 이상 성숙기업의 일자리 증가는 3300개였다.

    전 교수는 “중소기업이 문을 닫으면서 줄어드는 고용이 많긴 하지만, 그만큼 많은 일자리가 창업을 통해 새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업력 10년 미만 기업은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가 순감소했다. 소기업은 19만3100개, 중기업은 3만15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특히 3~4년차(-7만8500개) 기업에서 일자리가 많이 순감소 했다. 업력 10년 이상 중소기업의 고용 창출은 총 7만3700개였다. 10년 이상 운영되면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닦은 중소기업의 고용창출 능력은 상당히 낮았다.

    ◆ 지속기업은 중소기업-대기업 차이 없어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낮추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폐업률이었다. 퇴출 등에 따른 일자리 파괴만 집계해 분석했을 경우 100인미만 중소기업에서 일자리가 많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표한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등(2016)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낮추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폐업률이었다. 퇴출 등에 따른 일자리 파괴만 집계해 분석했을 경우 100인미만 중소기업에서 일자리가 많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표한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등(2016)

    창업을 제외한 지속기업만 놓고 분석하면 중소기업의 고용 창출 능력이 대기업과 비교해 높다고 볼 수 없었다. 전 교수 등은 연령이 같다고 가정한 뒤 기업 규모별 고용창출 능력을 분석했다. 그 결과 5인 이상 250인 미만 기업들의 고용 인원 증가율은 연 평균 0.05%에 미치지 못했다. 5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0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들 대기업의 경우 중소 규모 사업장을 새로 만들어 고용을 늘리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지속 기업의 경우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고용을 많이 창출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표한형, 홍성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6월 한국경제학회가 발간하는 ‘코리언이코노믹리뷰’에 게재한 ‘한국의 기업 규모와 고용 창출- 소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가?(Firm Size and Job Creation in Korea: Do Small Business Create More Jobs?)’ 논문과 대동소이하다. 이 논문에서 표 연구위원 등은 2003~2012년 전국사업체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기업 규모 및 연령과 고용 창출 능력의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창업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을 제외하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고용 증가는 거의 같았다. 핵심 원인은 중소기업에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표 연구위원은 “업력에 상관없이 고용 인원 1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기업이 퇴출되면서 일자리가 사라지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겉보기엔 중소기업에서 새 일자리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없어지는 일자리가 많아 순고용증가 효과는 많이 내려간다”고 그는 덧붙였다.

    ◆ 대기업→중소기업 낙수효과 없어


    [핫이슈분석] 순고용증가 94%, 10인 미만 소기업 창업서 나와…고용없는 성장, 경제 노쇠화 때문?
    한편 중소기업의 퇴출이 많은 데에는 대기업의 성장이 협력사인 중소기업의 성장을 연쇄적으로 이끄는 ‘낙수효과’가 사라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월 중소기업연구원이 발간한 ‘낙수효과에 관한 통계분석이 주는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의 3차 협력업체 간 매출액 격차는 2000년 5850대 1에서 2014년 1만3100대 1로 두 배 이상 벌어졌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3240대 1에서 3490대 1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주로 1차 협력업체 규모만 늘어났다. 1차 협력업체와 3차 협력업체의 매출액 격차는 9.0에서 15.3으로 크게 벌어졌다.

    대기업 매출이 2, 3차 협력업체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파급 효과도 미미했다. 삼성전자 매출이 1% 늘어날 경우 1차 협력업체는 0.56%, 2차 협력업체는 0.07%, 3차 협력업체는 0.005% 매출이 늘었다. 현대차도 매출액 상승폭이 각각 1차 협력업체 0.43%, 2차 협력업체 0.05%, 3차 협력업체 0.04%에 불과했다. 홍운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 해외 생산이 늘어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 여기에 발맞춰 해외 생산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거래의 연관성이나 상호 동조화 현상이 크게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에 대해 전현배 교수는 “기존에 있던 기업들이 신규 투자 등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 능력은 새로운 산업이나 시장에 진입하는 신생 기업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결국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창업이 활성화되고 산업 구조가 역동적으로 변화해야한다는 의미"라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홍성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효율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단순히 기업 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업력과 산업 특성을 고려한 정책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고부가 서비스업의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해 생존률을 높이는 정책이 더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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