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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무역 전쟁, 철강부터 시작

  • 이성훈 기자

  • 입력 : 2017.04.22 03:00

    대통령 직권 '특정 수입품' 조사, 국가안보와 연계시켜 강력 규제
    '對美수출 3조원' 한국에 직격탄

    지난해 미국의 철강 제품 주요 수입국 순위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철강산업을 통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통상 문제를 국가 안보와 연계시켜 앞으로 더 강력하고 직접적인 무역 규제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수입 철강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령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대통령 직권으로 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침해하는지 조사한 뒤 즉각 수입을 전면 금지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초강력 무역 제재 조치다. 규정에는 조사 기간이 최장 270일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조사가 50일 만에 완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반덤핑 관세'를 앞세워 수입을 규제해 왔다. 반덤핑 관세는 세금으로 수입품의 가격을 높여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될 위험도 있다. 무역확장법은 반덤핑 관세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강력하다. 특히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는 그동안 2011년 철광석과 철강 반제품에 대해 조사한 것이 유일할 정도로 사문화돼 있던 규정이다. 2011년 당시엔 '미국 안보에 위협이 안 된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 직후 "오늘은 미국산 철강을 위한 역사적인 날"이라며 "미국 근로자와 미국산 철강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토머스 깁슨 미국 철강협회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조치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꺼내 든 명분은 수입 철강의 비중이 급격히 올라 최악의 경우 미국이 군함이나 군사용 통신 장비까지 모두 외국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안보 이슈를 무역과 연계한 것이다. 외신들은 이번 조사가 환율조작국 지정 계획을 철회하면서 잠시 주춤해진 중국과 무역 마찰을 재점화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둘째 철강 수출 시장이다. 지난해 대미(對美) 철강 수출액은 23억달러(약 2조6400억원)로 국내 총 철강 생산량의 5%에 이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대미 수출이 완전히 막힐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의 통상 전쟁이 철강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백악관은 이날 "알루미늄과 자동차·항공기·반도체 등 핵심적인 산업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실제 미국 행정부가 수입 철강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하지만 이런 강력한 조치를 꺼내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중국·일본 등 대미 무역 흑자국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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