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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행장, 어쩌다 주가 조작… 경남銀 인수가 '화근'

  • 곽창렬 기자
  • 입력 : 2017.04.22 03:00

    [성세환 회장, 지역 건설사들에 주식 매입 압력 혐의로 구속]

    경남은행 인수 과정에서 자기자본비율 급격히 떨어져
    유상증자로 만회하려 했지만 주가 급락하면서 차질 빚자 압력
    지주 회장·은행장·이사회 의장, 성세환 회장 한 사람에 집중돼
    내부 견제 시스템 작동 안 해

    부산·경남 지역 최대 금융 그룹인 BNK금융의 성세환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됐다. BNK금융의 모태인 부산은행은 1967년 설립된 부산 지역 대표 은행이다. IMF 외환 위기 당시, 지방은행이 대거 쓰러질 때도 부산은행은 살아남았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지점 194곳·해외 2곳에 360만여 고객, 자산 106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방의 명문 금융 그룹이 어쩌다 주가조작 범죄의 장본인이 됐을까.

    BIS 기준 맞추느라 주가조작

    BNK금융 주가조작에 이르기까지 일지표
    부산지검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성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작년까지 부산은행 등 BNK금융 계열 은행을 통해 부산 지역 건설업체에 거액을 대출해 주고, 그 가운데 일부는 BNK금융지주 주식을 매입하도록 해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구속됐다. 성 회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건설업체 관계자들에게서 "은행 지점장들의 권유로 주식을 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회장이 주가 띄우기에 나선 것은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본금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였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은행은 2018년까지 기본 자본 비율 11.0%, 보통주 자본 비율을 9.5%로 맞춰야 한다. 그런데 BNK금융지주는 2014년 경남은행을 자회사로 인수하는 과정 등에서 너무 많은 자본을 소진했고, 두 비율 모두 급격하게 떨어졌다.

    BNK금융은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유상증자하기로 하고, 지난 2015년 11월 17일 주당 1만600원씩 총 7420억원 규모의 7000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BNK금융의 시가총액 3조2200억원의 23%, 발행 주식 2억5590만주의 27%에 해당하는 초대형 증자였다.

    그러자 하루 만에 BNK금융지주 주가는 1만2600원에서 22.86% 급락한 9720원까지 떨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개 유상증자를 하면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주당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주가는 증자한 비율만큼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계속 떨어지자,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도 애초 목표했던 7400억원대에서 4700억원대로 줄었다. 계획에 차질을 빚자 성 회장 등 BNK금융 경영진이 주가를 올리기로 하고, 부산·경남 지역 건설업체에 대출을 해줘 주식을 사들이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후 BNK금융 경영진 의도대로 주가는 8290원까지 올랐고, 작년 말 기준 BNK금융의 기본 자본 비율이 9.98%까지 올랐다.

    경남은행 무리한 인수가 화근

    BNK금융이 유상증자가 불가피했던 원인은 무리한 M&A(인수합병)에 있다. 성 회장은 2013년 그룹 회장에 취임한 후 각종 M&A를 진두지휘하며 성사시켰다. 경남은행은 그 신호탄이었다. 당시 총자산(연결기준) 46조원인 부산은행은 총자산 32조원인 경남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성 회장은 2014년 1조2000억원에 경남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경남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본금이 소진됐고, 그 결과 2015년 말 BNK금융의 기본 자본 비율과 보통주 자본 비율이 BIS 권고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각각 8.15%와 7.30%로 떨어지게 됐다.

    성 회장이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고 주가조작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979년 부산은행에 입사한 그는 2012년 3월 부산은행장에 오른 후, 2013년 8월 BNK금융지주의 회장과 이사회 의장직도 겸하게 됐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 의사회 의장의 모든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서 내부 견제 기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십억원으로 시가총액 2조8400억원대 주가를 조작하기는 어렵다며 성 회장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식의 청약 단가가 정해지는 단 사흘간 주식 매입이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주식 매입 직전에 건설업체에 대출이 이뤄진 점, ▲전형적 주가조작 방식이 쓰인 점 등을 고려하면 조직적으로 주가조작이 이뤄진 게 맞는다는 것이 검찰과 금융 당국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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