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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준 사람은 처벌 없다?...논란 속 ‘증권금융’

  • 김유정 기자

  • 입력 : 2017.04.21 17:45

    국내 대형 증권사 4곳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고객의 일임 자산을 예치해준 대가로 100억원 가량의 리베이트를 받아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리베이트를 준 증권금융은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이번 사건의 핵심 당사자이면서 적극적으로 리베이트 수수 환경을 만든 장본인이 증권금융이지만 규제의 무풍지대에 있어 논란을 사고 있다.

    ◆ “증권사 시장 점유율에 영향 미칠라”...증권금융, 고객에 우대금리 금지

    시작은 증권금융과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였다. 증권금융은 한국증권금융의 예수금으로 운용되는 머니마켓랩(MMW)에 많은 고객 자금을 예치하면 이에 대한 특별이자를 제공했다.

    그러다보니 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많은 고객의 돈을 확보한 대형사일수록 더 많은 금액을 MMW에 예치할 수 있었고, 증권금융이 제공하는 우대금리 덕분에 또 다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순환고리가 형성됐다.

    증권금융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우대금리가 증권사 시장점유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우려해 증권사 측에 자신들이 제공하는 특별이자를 고객에게 제공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 같은 부탁은 곧 계약서 상의 한 항목으로까지 반영이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별이자로 증권사 간 시장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니까 이 이자를 고객에게 주지 말라고 당부를 해오며 계약서 상에 명시까지 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증권금융의 요청을 증권사가 거부할 명분도, 특별한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의도는 순수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돌아갈 수익을 편취한 ‘리베이트’가 돼 버렸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임재산을 운영해서 나온 수익을 고객에게 귀속하게 돼있다”며 “하지만 이 같은 수익을 고객 재산으로 귀속을 못하게 되니 회사의 수수료 수익으로 잡아 넣은 것이 결과적으로는 고객으로 돌아갈 돈을 증권사가 편취한 모양이 됐다”고 말했다.

    조선비즈DB
    조선비즈DB
    ◆ 받은 사람은 처벌받지만 준 사람은 처벌 안하는 규정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증권사 4곳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여간 증권금융으로부터 100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 사실상 고객에게 돌아가야 할 100억원의 돈을 증권사가 자신들의 이익으로 가져간 것이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가장 많은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미래에셋대우에는 기관경고, NH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은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들 3곳과 한국투자증권에 모두 과태료를 부과할 것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할 계획이다.

    현재는 이 특별이자의 명목으로 제공된 리베이트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금감원 조치가 있기 전 증권사와 증권금융 간 리베이트 문제가 업계에서 불거지자 지난해쯤 증권금융은 특별이자 제공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특별이자를 리베이트로 바꾼 증권금융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분이 없었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68조에 따라 부당한 재산상 이익의 수령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증권금융이 이 같은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증권금융의 경우 영업을 하고는 있지만 우리가 금융투자업에서 생각하는 일반적인 투자자 대상 리테일 영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행령 68조의 적용 범주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증권금융이 직접 나서 리베이트 수수 환경을 조성한 만큼 같은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측은 “증권금융의 부당이익 수수 행위를 규제할 법적 근거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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