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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톡톡] '75만톤' 롯데월드타워를 지탱하는 국산 철강재

  • 윤민혁 기자
  • 입력 : 2017.04.21 13:37 | 수정 : 2017.04.21 18:32

    지난 3일 그랜드 오픈한 123층 롯데월드타워의 높이는 555m이며 연면적은 80만m2로 축구장 115개 규모다. 무게는 총 75만톤으로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 ‘부르즈할리파(828m)’의 56만톤보다도 무겁다. 초대형 건축물엔 바람이나 지진을 견뎌낼 수 있는 견고한 뼈대가 필요하다. 롯데는 월드타워에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가 생산한 최고급 품질의 내진철강재를 사용해 진도 9(수정 메르칼리 진도 기준)의 강진과 초속 80m의 태풍에 버틸 수 있는 내진·내풍 체제를 구축했다.

    롯데 관계자는 “진도 9의 지진은 국내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기록된 2016년 경주지진(규모 5.8)보다 300배 강력한 지진이며, 초속 80m의 강풍 역시 기상관측 이래 한반도에서 가장 강력한 태풍이었던 2003년 ‘매미’의 초속 55m보다 1.5배 강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내진·내풍 설계가 가능한 것은 튼튼한 철재 골조 덕분이다. 75만톤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쓰인 철골과 철근은 약 9만5000톤으로 에펠탑 13개를 지을 수 있는 규모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독일의 고품질 철강재를 도입하려는 생각도 있었으나 국산 철강재의 품질이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라고 판단했다”며 “품질이 뛰어난 것은 물론 공급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고 국산 철강재 도입 이유를 밝혔다. 일반적으로 유럽에서 철강재를 수입해오려면 3개월가량이 소요된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물산 제공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물산 제공
    롯데월드타워는 토대부터 다르다. 75만톤의 모든 무게가 하층부에 쏠리기에 아래로 갈수록 높은 강도의 두꺼운 강재가 쓰일 수밖에 없다.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의 저층부에 들어가는 철구조물에는 두께 100mm 이상의 ‘극후판(두께 10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 필요하다. 강재를 얇게 만드는데도 기술력이 필요하지만 두껍게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두께가 두꺼워질수록 최종 제품을 생산할 때 들어가는 압하량(강재를 펴 누르는 힘)이 줄어들어, 강재 중심부에 미세공극이나 편석(불순물이 편중돼 분포된 것)이 남기 때문이다.

    기존 국내 건물들에 쓰이던 극후판의 최대 두께는 80mm였다. 그러나 롯데월드타워의 저층부엔 이보다 50%나 두꺼운 120mm 극후판 강재가 사용됐다. 시공사 롯데건설은 당초 120mm 극후판을 구할 수 없어 80mm와 40mm 두께의 후판을 용접해 사용할 계획이었다. 이 경우 용접비 등이 발생해 원가경쟁력이 떨어지고, 강도 또한 낮아진다. 이에 포스코가 롯데월드타워를 위해 특별히 120mm 극후판을 생산하기로 결정하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건축용 후판은 그동안 두께 80mm까지 생산해왔지만 롯데월드타워를 위해 국내 최초로 120mm 제품을 생산하게 됐다”며 “기존에 흔히 사용되지 않던 고성능 극후판강재를 제조하기 위해 특수한 연주기술과 압하기술을 적용한 제조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인장강도(재료가 파괴될 때까지 견디는 힘) 800㎫급 고강도 강재인 ‘HSA800’을 롯데월드타워에 공급하기도 했다. 1㎫는 ㎠당 1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단위로, HSA800은 1㎟ 면적의 강재만으로 체중이 80㎏인 성인 한명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 HSA800은 포스코가 세계 최고 품질로 자신하는 ‘WP(월드 프리미어)’ 제품 중 하나다. 포스코 관계자는 “HSA800의 인장강도는 기존 건축구조용 일반 강재보다 40%이상 강하다”고 했다. 포스코는 롯데월드타워 건설에 후판, HSA800을 포함해 총 4만1000톤의 강재를 공급했다.

    현대제철이 롯데월드타워 그랜드오픈을 기념해 낸 H형강 ‘SHN’재 광고. /이노션 제공
    현대제철이 롯데월드타워 그랜드오픈을 기념해 낸 H형강 ‘SHN’재 광고. /이노션 제공
    현대제철은 2005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내진용 H형강 ‘SHN재’를 롯데월드타워에 공급했다. SHN강은 지진 등 충격 에너지를 흡수하는 ‘소성변형능력’이 뛰어나 남극대륙 내륙에 건립된 제2남극기지(장보고과학기지)에도 쓰였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강한 충격을 받았으면 일반강재는 부러지며 건물이 붕괴된다”며 “SHN강은 부러지는 대신 휘어지며 최소한의 구조를 유지해 붕괴를 지연시킨다”고 설명했다.

    또 “SHN강 도입으로 건물 설계 시 정확한 붕괴 메커니즘 예측이 가능해져 안정성을 확보하기 수월하다”고 했다. SHN재는 현대제철의 주력 제품 중 하나로, 지난해 SHN재 판매량은 2011년의 7배가량인 59만톤을 기록했다.

    현대제철은 이외에도 특수 나사형 철근, 초고강도 철근, 강관 등을 롯데월드타워에 공급했다. 특수 나사형 철근은 마디가 나사와 같이 나선형으로 만들어져 별도의 가공 없이 현장에서 간단하게 연결할 수 있으며 철근 투입량과 공기를 각각 25%씩 단축한다. 나사형 철근을 사용한 시공법은 현대제철과 현대건설, 롯데건설 등이 공동으로 개발한 신기술이다.

    현대제철은 롯데월드타워 완공을 기념해 이번 공사에 쓰인 내진용 철강재를 홍보하는 광고를 신문에 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국내 최대 규모 건축물인 롯데월드타워 완공을 축하하는 동시에 자사 철강 기술력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광고를 제작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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