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기전자

“CPU 패권도 미국서 중국으로?”…중국·대만 손잡고 하반기 CPU 양산

  • 황민규 기자
  • 입력 : 2017.04.21 07:07

    중국이 대만과 함께 인텔과 AMD가 양분하고 있는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최근 인텔이 잇달아 PC용 CPU 사업 비중을 축소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세계 CPU 핵심 생산국 중 하나로 도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1일 중국 현지 매체와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정부와 대만의 반도체기업 VIA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상하이 자오신 반도체(Shanghai Zhaoxin Semiconductor)가 올해 하반기부터 x86 기반의 PC용 CPU를 생산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소비자 PC용 CPU가 개발돼 양산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978년 인텔이 처음으로 개발한 x86 아키텍처는 현재 전 세계 서버, 소비자용 PC의 CPU의 기본 구조를 이룬다. CPU 분야에서 인텔의 경쟁자인 AMD도 인텔로부터 설계 라이선스를 받아 제품을 설계한다. 1990년대에 삼성전자 역시 x86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확보해 CPU 시장 진입을 노렸지만 실패한 바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생산이 시작되는 중국 상하이 자오신 반도체의 PC용 CPU ‘ZX-D’./ 상하이 자오신 반도체 홈페이지
    올해 하반기부터 생산이 시작되는 중국 상하이 자오신 반도체의 PC용 CPU ‘ZX-D’./ 상하이 자오신 반도체 홈페이지
    ◆레노버·TSMC 우군으로 보유한 자오신…“시작점 자체가 다르다”

    현재 상하이 자오신이 개발 중인 CPU 'ZX-D'는 쿼드코어(4개 코어), 옥타코어(8개 코어)제품으로, 중국 내에서 개발된 CPU로는 처음으로 DDR4를 지원한다. 메모리 컨트롤러와 내장 그래픽 기능을 지원하며 세계 최대의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생산 라인을 통해 생산될 예정이다. 특히 과거 인텔의 x86 기반의 CPU를 생산한 경험이 있는 VIA가 함께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상하이 자오신이 생산하는 CPU는 중국 PC 업체인 레노버의 차세대 올인원(All-in-One) PC에 탑재될 전망이다. 지난 2005년 IBM의 PC 사업부문을 인수한 레노버는 '씽크패드(ThinkPad)' 노트북PC 시리즈 등을 무기로 세계 PC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 생산되는 전자제품 내 핵심 부품을 모두 중국산으로 채우자는 '홍색공급망' 기조가 강해지는 만큼 향후 레노버에서 생산되는 PC에 중국 현지 반도체 기업의 제품이 확대 채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상하이 자오신은 시작하자 마자 ‘큰 손’을 고객사를 확보한 만큼 그동안 CPU 사업에 도전한 다른 어느 기업보다 유리한 입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TSMC를 위탁생산 업체로 보유한 것도 이 회사의 강점이다. TSMC는 AMD, 엔비디아 등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와 함께 30여년 간 각종 CPU를 생산한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 경쟁사인 글로벌파운드리(GF),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이 칩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 라인을 갖춘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인텔의 CPU 사업 축소로 ‘꽃길’ 열릴까

    중국이 PC용 CPU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가운데 인텔은 CPU 사업 비중을 축소하는 모양새다. 전 세계 CPU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인텔은 이미 수년전부터 소비자용 CPU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서버, 사물인터넷(IoT),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인텔의 매출에서 PC 부문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 영업이익에 기여하는 건 절반 이하다.


    지난해 행사를 끝으로 막을 내린 인텔의 대표적인 개발자 컨퍼런스 ‘IDF 2015’ 행사장 모습./ 조선비즈DB
    지난해 행사를 끝으로 막을 내린 인텔의 대표적인 개발자 컨퍼런스 ‘IDF 2015’ 행사장 모습./ 조선비즈DB
    최근에는 PC업계의 간판 행사인 인텔개발자포럼(Intel Developer Forum·IDF)를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 1997년 시작된 IDF는 펜티엄에서 지난해 스카이레이크까지 다양한 인텔의 CPU를 공개하는 PC업계 축제나 다름 없었다. 이 행사에서 발표된 인텔의 CPU 기술 전략에 따라 전 세계 PC업계가 들썩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텔은 IDF를 중단한 이유에 대해 “앞으로 회사의 중심은 PC사업이 아니”라며 “IDF를 그만하기로 한 건 회사의 중심이 PC가 아닌 데이터로 넘어갔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인텔은 이미 2년전 IDF 행사부터 차세대 코어 아키텍처에 대한 설명보다는 3D 크로스포인트 등을 포함한 뉴메모리 기술, 5G, 자동차용 반도체, IoT 등의 분야에 역점을 두기 시작했다.

    인텔이 PC용 CPU 사업에 힘을 빼기 시작했다는 건 새롭게 이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큰 호재다. 전통적으로 인텔은 CPU 분야 경쟁업체를 강력하게 견제해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인텔은 경쟁사인 AMD가 CPU 분야에서 20% 이상의 점유율 차지하는 등 자사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자 최대 PC 업체 중 하나인 델(Dell)에 AMD의 칩을 쓰지 않는 조건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PC, PC용 마더보드 시장은 이미 대부분의 제조사가 중화권에 포진하고 있다”며 “과거 CPU 시장 진입을 노렸던 기업들은 확보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레노버, 에이수스, 에이서 등 대형 PC업체와 마더보드 업체의 상당수도 중국계인만큼 순식간에 CPU 시장도 중국판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