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금호타이어 중국에 팔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점점 커지는 매각 반대 목소리

  • 변지희 기자

  • 입력 : 2017.04.20 16:58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가 세계 14위 타이어 업체인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 업체의 금호타이어 인수가 결국 한국의 타이어산업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산업 발전을 무시하고 금융적인 잣대로만 금호타이어 매각에 나서고 있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뒤 대량 해고와 핵심 기술 유출로 ‘먹튀 논란'을 일으킨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말 기준 874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전 세계 시장에 통용되는 국제 특허만 50여건에 달한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중국 타이어 업체의 기술 수준은 한국의 타이어 업체에 비해 3~4년 뒤처져 있다"며 “하지만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게 되면 이러한 기술 격차를 절반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은 대만 홍하이그룹이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30조원을 베팅하겠다고 했음에도 기술 유출을 이유로 범중국 업체에 매각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데, 우리는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는 금호타이어를 중국에 매각하면 어떤 후폭풍이 불어닥칠지 산업적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호타이어 재매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광주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9일 성명서를 내고 “지역경제 파탄과 타이어산업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며 “채권단은 불공정 매각을 중단하고 재입찰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선DB
    조선DB

    ◆ “채권단만 배불리는 매각” 비난 목소리...더블스타 자금력 의문 제기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9일 산업은행을 상대로 "불공정한 매각 절차를 중단하고 재입찰할 것을 요구한다“며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와 매각 절차를 재개한다.

    이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채권단의 배만 불리는 매각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매입가로 9550억원을 써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평가차액은 6200억원 가량이다. 산업은행 등이 2013년과 2014년 금호타이어 출자전환을 위해 받은 전환사채(EB) 1580억원 어치를 매각해 남긴 금액 1800억원을 합치면 8000억원 가량을 버는 셈이다.

    더블스타의 자금력과 운영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더블스타 등 다섯 개 기업이 공동 출자한 더블스타 컨소시엄은 인수 대금 9550억원 중 7200억여원에 대해 중국 금융권의 대출을 약속받고 금융지원확약서를 채권단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7000억원대의 대출을 연 5%대 금리로만 잡아도 연 350억원을 이자를 내야 한다. 더블스타의 2015년 순이익은 96억원에 불과했다. 인수자금 대출 이자비용이 순이익의 3배를 넘어서는 것이다.

    중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더블스타의 시가총액은 약 9000억원(50억위안)대로 약 1조4000억원인 금호타이어의 70%에 그친다. 자신의 시가 총액보다 더 큰 규모의 M&A에 참여하는 것이다.


    더블스타 로고
    더블스타 로고


    ◆ 더블스타 금호타이어 인수 난제 많아...방산, 상표권, 대선후보 반대 등

    업계에서는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위해선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우선 금호타이어는 타이어 업체로서는 유일하게 국내 방산업체로 등록돼 있다. 금호타이어에서 생산한 타이어는 F-16 전투기, T-50 고등훈련기 등에 장착된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면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 세계 타이어업체 중 비행기와 군용 타이어를 만드는 업체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허용 여부도 매각의 향방을 가를 변수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가 상표권자인 금호산업으로부터 향후 5년간 상표 사용 승인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금호산업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상표권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 금호타이어 매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매각 과정에서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법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채권단과 더블스타가 6개월 안에 매각 절차를 끝내지 못하면 더블스타의 우선협상권은 소멸되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부활하게 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이번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매각이 무산됐을 경우 ’다음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대선 후보들도 중국 기업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페이스북을 통해 "금호타이어는 광주, 곡성, 평택에 공장이 있고 38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일터"라며 "금호타이어 매각은 단순히 금액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다. 채권단은 국익과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매각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입장도 다르지 않다. 안철수 캠프 김경록 대변인은 "정부는 이미 쌍용자동차의 해외 매각으로 기술 유출과 국부 유출 사례를 경험한 바 있지만 아무런 교훈도, 반성도 없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또다시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