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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의 스마트경영]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진짜 적폐 청산

  • 김홍진 전KT사장

  • 입력 : 2017.04.21 04:00

    [김홍진의 스마트경영]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진짜 적폐 청산
    대선주자들이 너도나도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누구는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고 하고, 누구는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회에서는 ICT분야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로서 독립적인 ICT 부처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다. 과거 정보통신부 시절로의 회귀를 희망하는 듯하다.

    민간의 인력과 자본이 취약했던 1990년대에 정부는 업체로부터 출연 받은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연구기관과 기업들을 지원하면서 말 그대로 정보통신산업을 컨트롤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그 엄청난 규모의 돈으로 이뤄놓은게 뭐가 있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체신부에서 통신 기능이 강화되면서 정보통신부가 탄생했다. 정통부의 양대 축 가운데 우정분야는 사업본부 체제로 바뀌어 금융과 우정을 담당하는 준독립조직이 됐다. 통신 분야는 공사를 거쳐 오늘의 KT로 완전 민영화됐다. 그러니 부처의 정체성이 애매해진 것이다.

    그 이후 과학 기술 등 다른 기능들과 합쳤다 떨어졌다 하며 조직이 표류하고 있다. 뚜렷한 역할 없이 기금에 의해 조직이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가 기술개발을 주도하기 위해 기금을 모으고 컨트롤해왔다면 이제 그 규모와 용처를 재검토할 때가 되었다.

    국가 R&D나 국책 연구는 연구 자체보다 보고서에 매달리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민간과 중복된 일을 할 게 아니라 민간에서 할 수 없는 연구를 해야 한다. 미국처럼 국가의 큰 방향을 설정하는 국가 기술책임자(CTO) 정도만 유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술개발과 사업은 민간에 맡기는 것이다.

    컨트롤이라는 단어 자체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창의, 역발상, 자율, 다양, 융합 같은 시대정신이 뒷받침돼야 달성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민간에 맡기겠다고 하고 넘어갈 일도 아니다. 적어도 민간 주도의 혁신을 방해하고 위협하는 지뢰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지뢰를 어떻게 제거할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외치면서 기득권과 태산 같은 규제는 손도 못대는 모습이 답답해 보인다.

    적폐를 청산한다는 것도 그렇다. 적폐는 오랫동안 쌓인 폐단을 말한다. 적폐를 일으킨 세력을 적폐세력이라 한다. 지난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크든 작든 부적절한 처신과 불법적인 행위로 부터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이 다른 한 집단을 적폐세력으로 규정해 청산하겠다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4차 산업혁명을 이루는데 적절치 못한 시스템을 청산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미래로 가는 기차에 올라타기 위한 사고 방식의 전환이다. 민간 기업의 인사에 개입하고 출연금을 내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비판하면서 민간기업의 통신서비스 요금을 해당 기업들과 상의도 없이 낮추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알 수 없다.

    해당 기업들은 수조원의 손해를 예상하며 미래의 투자 여력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니라 발목을 잡아 비트는 꼴이다. 정권을 잡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게 바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걷어 내야 할 적폐다.

    ‘삼D’니 ‘오G’니 하는 단어에 대한 실랑이가 아니라 그게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생산체제의 혁신, 컨텐츠 유통의 혁신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걸 다 알아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건 차이가 크다.

    미래에 대해 스스로 예상할 수 있는 것과 상상도 못하며 나라를 이끄는 건 차이가 크다. 아프리카의 연로한 대통령한테 3D 프린터로 개인도 총을 만들 수 있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며 당황하던 모습이 선하다.

    국가를 미래로 이끌어 가고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크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도 본인 스스로 이해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양지차이다. 이런 핵심을 놔두고 말꼬리 싸움이나 하고 있는 지도자들을 보고 있자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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