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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공정위 뜨면, 투자·고용 움츠러들 것"

  • 손진석 기자

  • 최종석 기자

  • 입력 : 2017.04.20 03:00

    [재계 '공정위 권한 강화' 우려]

    - 조사국 부활
    경제력 집중 완화 취지지만 특정그룹 공격 별동대 될 우려
    업계 "검찰도 중수부 없앴는데"

    - 기업분할 명령권
    횡포 독점기업 쪼갠다 하지만 공룡 공기업 외엔 해당사항 없어

    - 전문가들의 제언
    "표 의식한 무리한 공약보다는 민원 처리 기간부터 줄여야"

    "기업들의 부당한 거래 행위를 제재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규제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의 힘을 키워놓는 게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가 될까요? 기업에 채찍을 가해 표를 얻겠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공정위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 투자와 고용이 위축될 수도 있을 겁니다."(공정위 간부 출신 로펌 고문)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가 모두 '경제 검찰'인 공정위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두 후보 측은 "경제 정의를 실현하고 과도하게 대기업에 쏠린 경제력 집중 문제를 완화하겠다"며 취지를 설명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기업 활동을 옥죌 수 있다"는 입장이다.

    ◇文 "조사국 부활" …安 "독점 기업 쪼갠다"

    문재인 후보의 공약은 '공정위의 중수부'로 불렸던 조사국을 다시 만든다는 게 핵심이다. 문 후보 측은 "4대 재벌그룹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실시해 감시 수위를 높이면 총수 일가의 부당 이득을 막고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요 대선 후보의 공정거래위원회 권한 강화 공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하지만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사국은 김대중 정부 시절 설치됐다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해체됐기 때문이다. 조사국은 특정 그룹을 집중 공격하는 별동대 역할을 하면서 논란을 불렀고,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자 간판을 내렸다.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검찰도 중수부를 해체했는데 노무현 정부에서 없앤 공정위 조사국을 다시 만든다는 건 시대 흐름에 안 맞는 느낌"이라고 했다.

    안 후보 공약은 공권력이 독점 기업을 강제로 나눌 수 있게 하는 '기업 분할 명령권'을 공정위에 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횡포를 부리는 독점 기업을 과감하게 쪼개버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분할 명령권은 세계적으로도 활용 사례가 적다. 일본은 제도를 만들어 두긴 했지만 실제 적용한 적이 없다. 미국은 1911년(스탠더드오일), 1983년(AT&T)에 실행한 적이 있지만 이후엔 없다. 안 후보는 공정위 상임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며 임기를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공약도 내놨지만, 공정위 출신 고위 인사들의 밥그릇만 키워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좌불안석

    기업들은 새 정부에선 공정위의 조사 강도가 훨씬 세질 것으로 예상하며 좌불안석이다. 특히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두 후보가 공통적으로 공약한 지주회사 요건 강화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회사 체제를 만들 때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두 후보가 주장하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무리한 공약을 앞다퉈 내놓다 보니 막판에 공약을 슬그머니 감추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 13일 언론에 미리 배포한 10대 공약에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넣었다가, 막판에 선거관리위원회에 10대 공약을 등록할 때는 뺐다. 오래전 만들어진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서 지분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투자, 고용이 악화될 수 있다는 내부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이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6조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주요 공약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와 공정위 안팎에서는 두 후보가 내건 공정위 권한 강화 공약들이 모두 실천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약들이 죄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법안으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의 동의를 이끌어낼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게다가 차기 정부가 경제 민주화를 언제까지 추진할 수 있을지도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권의 가장 대표적인 성적표인 경제성장률이 정체되면 공정위를 동원한 기업 옥죄기를 계속 추진할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도 첫해인 2013년에는 경제 민주화를 강도 높게 추진했지만 경기 침체 여파로 갈수록 공정위 조사 강도가 약해졌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 중에는 내부에서도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 분할 명령권에 대해 "국내에 쪼개야 할 정도로 독점 지위를 남용하는 기업이 공기업 말고는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정위 간부를 지낸 원로 인사는 "표를 의식해 무리한 공약을 내세우는 것보다는 소비자 민원 처리 기간을 줄이는 등 생활 밀착형 대책을 만드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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