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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논란' 서남의대 1000억원대 인수전 왜?...서울시립대·삼육대·온종합병원

  • 허지윤 기자

  • 입력 : 2017.04.19 06:16 | 수정 : 2017.04.19 07:36

    존폐 위기에 놓인 전북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인수하기 위한 경쟁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까지 지지부진한 과정을 겪다 최근 서울시립대학교와 삼육대학교, 온종합병원이 1000억원대의 재정 투입 계획을 밝히며 잇따라 인수 의사를 피력했다.

    전북 남원에 위치한 서남대 의과대학은 설립자의 사학 비리와 부실 교육으로 위기에 빠졌다.
    오는 20일 서남대는 이사회를 열고 대학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서남대학교 /조선일보 DB
    서남대학교 /조선일보 DB
    ◆ 1990년대 우후죽순 의대 허가...1000억원대 횡령 사건까지

    1990년대 들어 우후죽순으로 의대가 신설되면서 교수 부족, 부실 교육 등 부작용이 잇따랐다. 신설 의대의 경우 실습 재료 및 시설이 부족해 실습을 생략하고 강의로 때우는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그중 1995년 설립된 서남의대 운영은 최악이었다.

    서남의대는 지난 2013년 설립자인 이홍하씨가 1000억원대의 교비회계를 횡령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학의 재정상황은 급속히 악화됐고 학교 이름에는 ‘부실 교육’ 꼬리표가 따라 붙기 시작했다.

    서남의대는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서남대에 최하위 등급을 받았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과대학 인증평가에서도 전국 41개 의과대학 및 의전원 중에서 유일하게 통과하지 못했다.

    인증을 못받은 의대 졸업생은 의사 국가 시험 지원 자격을 얻지 못한다. 교육부는 2018학년도 의예과 신입생 모집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학교 측을 압박했다. 서남대 의과대학 소속 학생과 학부모, 교수들의 우려와 비판이 커졌다.

    해법은 의대를 정상화하고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인수자를 찾는 것이었다. 인수자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 2015년 명지병원(명지의료재단)이 서남대 재정기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재정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후 명지병원, 예수병원, 서남대 구(舊)재단 등이 대학 정상화계획서를 제출해 의대 인수를 노렸으나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컨설팅 과정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서울시립대·삼육대·온종합병원 3파전...학생회는 서울시 손들어줘

    상황은 올초부터 달라졌다. 의과대학 신설과 정원 등을 결정, 분배하고 있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의대 신설 및 정원 확대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의대 유치 및 신설을 구상해온 지자체와 기관들이 기존 의대 인수에 나선 것이다.

    서남대 구 재단과 함께 그동안 의대 신설 의사를 내비쳐온 서울시립대학교, 삼육서울병원을 보유한 삼육대학교, 부산 소재 온종합병원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우선 서울시립대는 의대가 있는 서남대 남원캠퍼스를 중심으로 인수하는 대신 서남대 아산 캠퍼스 구성원을 편입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의대 정상화 비용으로 약 300억원, 인수과정에서 500억원을 추가해 투입할 예정이다.

    삼육대는 의대가 있는 캠퍼스만 인수한다는 안으로, '기초의학교실 운영 강화', '의대 평가인증을 위한 지원', '삼육서울병원의 부속병원 확장 및 교육환경 구축'을 중점 전략 과제로 삼고 총 1050억원을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종합병원은 교직원 임금체불액을 포함해 의대 정상화에 약 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설립자의 횡령 비리로 인해 발생한 보전요구액 330억원을 해결하고 1200억원을 투자해 서남대를 완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 서울시민들은 서울시립대의 부실의대 인수 찬성할까

    서남의대 학생회가 지난 14일 서남대에서 열린 '학교법인 서남학원 정상화 추진 계획안'에 대한 설명회 전후로 286명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1, 2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시립대 인수를 희망하는 학생이 1차 90%, 2차 86%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뒤로 삼육대와 온종합병원이 2순위와 3순위로 나왔고 서남대 구재단을 뽑은 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 학생들은 서울시가 서울시립대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재정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시립대가 서울이 아닌 타 지역 의대를 인수해 지역 캠퍼스를 설립하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데 대한 시민과의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대학설치·운영비, 학비지원금, 인건비, 실험실습장비 등에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돼야 하고, 교육병원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500병상, 약 2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삼육대도 의대만을 인수한다는 안이라는 점에서 기존 서남대 구성원들의 반대 가능성이 있고, 온종합병원의 경우 과거 브니엘학원을 운영하면서 사학분규에 휩싸인 오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서남의대생들은 “더 이상 혼란스러운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며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육성되는 중대한 문제에 지역이기주의, 정치적 이익, 각종 이해관계가 얽히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서남대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부실 의대 오명을 씻고 의대생들의 교육을 위해 힘쓸 새로운 주인은 누가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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