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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르포] 자동스캔 무인계산대 놓은 롯데슈퍼 가보니

  • 안재만 기자
  • 입력 : 2017.04.19 06:05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포스코와 동부금융센터 사잇길로 걷다 보면 편의점이 있을 법한 위치에 자리한 롯데슈퍼 대치2점이 보인다. 실제로 롯데슈퍼 대치2점 100m 근방에만 CU 대치동부점, 세븐일레븐 대치6호점, 포스코센터점, 미니스톱 대치동아점 등 편의점이 다수 있다. 롯데슈퍼 대치2점은 다른 기업형 슈퍼마켓(SSM)보다는 이들 편의점과 경쟁하고 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대치2점은 다른 슈퍼와 달리 주택가 고객보다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점포”라고 설명했다.

    롯데슈퍼는 이곳에 360도 자동스캔 무인계산대를 설치했다. 360도 자동스캔 무인계산대는 기존 무인 계산대와 달리 구매자가 제품 바코드를 일일이 찍지 않아도 물건만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계산되는 시스템이다. 아마존이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미국 시애틀에서 시험 중인 무인형 매장 ‘아마존 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물건의 값을 계산하고 결제하는 과정에서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했다. 미국 아마존 고는 앱을 켜고 쇼핑하면 앱 내에서 자동으로 결제되는 구조로 계산이라는 과정을 아예 없앴다.

    롯데슈퍼 대치2점 /안재만 기자
    롯데슈퍼 대치2점 /안재만 기자
    롯데슈퍼 대치2점에서 무인계산대를 이용해 본 결과,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껴졌다. 기술적으로도 다소 미흡했고, 현행법상 무인계산대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 바코드 여러 개 있는 과일 등 인식 못 해…주류 무인 계산은 현행법상 불가능

    지난 16일 일요일. 롯데슈퍼 대치2점에 설치된 360도 자동스캔 무인계산대를 이용해봤다.

    과일, 음료수 등 물건을 계산대에 올려놓으려 하자 계산대 직원이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이쪽으로 오시라”고 했다. 직원에게 “신기해서 써보고 싶다”고 했더니 계산대 밑에 있는 초록색 버튼을 누르라고 알려줬다.

    롯데슈퍼 대치2점의 계산대는 두 곳이다. 한 곳은 직원이 물건값을 계산하는 일반적인 계산대이다. 다른 한켠엔 무인계산대가 놓여 있다.

    초록색 버튼을 누르자 아래 컨베이어 벨트가 자동으로 움직이며 올려놓은 물건들이 검색대 밑을 통과했다. ‘삐삐’ 소리와 함께 화면에 가격이 떴다. 그런데 과일 제품 한 종류가 인식되지 않았다. 화면에는 ‘미등록 1종’이라는 표기가 떴다.

    직원은 “바코드가 여러 개 붙어 있는 제품은 인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산품과 달리 신선식품의 경우 제조사 뿐 아니라 유통회사도 바코드를 붙이는 경우 많다.

    잘못 인식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이 직원은 “인식 못 하는 제품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의 없다고 말하기는 애매한 정도”라며 “일부 수입 제품은 바코드가 하나여도 인식이 안 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주류는 아예 인식되지 않는 구조였다. 직원에게 이유를 묻자 “잘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술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롯데슈퍼 본사 측은 “주류는 청소년보호법상 본인 확인이 원칙이기 때문에 무인 계산대에서는 계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롯데슈퍼 대치2점 내 360도 자동스캔 무인계산대 모습 /안재만 기자
    롯데슈퍼 대치2점 내 360도 자동스캔 무인계산대 모습 /안재만 기자
    주택가 SSM이나 편의점에서 주류 매출 비중은 20% 안팎에 이른다. 상당수 고객이 술을 사기 위해 마트를 찾곤 한다. 이 때문에 주류를 무인계산대에서 살 수 없다는 점은 향후 무인형 매장이 늘어나는 데 방해 요소가 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

    과거 한 대형마트는 무인계산대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류 판매 등과 관련해 신분증 스캔 등의 방식을 정부에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부모 신분증으로 술을 사는 미성년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술 매출 비중 자체보다 대부분 고객이 쇼핑할 때 술을 같이 산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무인계산대에서 주류를 살 수 없다면 한국에서는 무인형 매장이 생겨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아마존이 시험 중인 아마존고는 아마존 앱을 켜고 QR코드를 찍은 뒤 쇼핑하면 앱에서 알아서 계산되는 방식이다. 물건을 들고 나오면 앱을 통해 자동으로 결제된다. 만약 아마존고가 한국에 진출한다면 아마존 앱으로 QR코드를 찍는 것이 본인 확인 수단으로 인정되느냐 여부가 성패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고 소개 영상 중 한 장면. 아마존 직원이 출입구에서 스마트폰으로 본인 인증을 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아마존고 소개 영상 중 한 장면. 아마존 직원이 출입구에서 스마트폰으로 본인 인증을 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 빠른 결제는 장점이지만 번거로운 점도 있어…롯데슈퍼 “시스템 고도화 추진”

    무인계산대의 장점은 일반계산대보다 계산과 결제 과정이 빠르다는 것이다. 일단 물건을 대량으로 계산할 때는 검색대에서 일괄로 바코드를 읽기 때문에 결제 과정이 짧았다. 붐비는 점포에 설치할 경우 대기 줄을 대폭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또 구입한 물품을 계산원에 노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장점이다.

    그러나 무인계산대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손이 제법 많이 갔다. 따로 장바구니를 챙겨가지 않는 이상 재활용 봉지나 쇼핑백을 구매해야 하는데 직원이 있는 계산대로 가서 봉투를 사와야했다. 물건을 담은 뒤 결제 버튼을 누르고 포인트 적립을 위해 롯데 엘포인트 번호나 휴대폰 번호를 일일이 누르는 과정이 다소 번거로웠다.

    롯데슈퍼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360도 자동스캔 무인 계산대를 들여놓은 당일엔 무인 계산대 결제 비중이 60%를 넘었다. 방문객 500여명 중 300여명이 무인 계산대에서 물품을 결제했다. 하지만 현재는 무인 계산대 이용 고객 비율이 이보다 조금 떨어졌다.

    롯데슈퍼 대치2점 직원은 “바코드 인식 실패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객들은 뭔가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롯데슈퍼는 소비자 반응을 보고 다른 점포들에도 자동스캔 무인계산대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아직 초기이다 보니 개선해야 할 점이 분명히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해 미래형 슈퍼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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