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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르포] NO.1 커피연구소 '이디야커피랩'.. "우리는 가맹점을 위해 존재한다"

  • 윤희훈 기자
  • 입력 : 2017.04.18 14:00

    서울 7호선 학동역과 9호선 언주역 사이의 논현동고개. 이곳엔 조금 특별한 ‘이디야커피’ 매장이 있다. 이 매장의 간판엔 ‘EDIYA COFFEE’ 뒤에 LAB(연구실)이라는 단어가 하나 더 있다. 간판에 써진 대로 이곳은 ‘이디야 커피 연구소’다.

    이디야커피랩이 자리한 건물은 이디야커피 사옥이다. 이디야커피는 지하 3층~지상 8층 규모인 이 빌딩의 1~2층을 커피 매장을 겸한 연구개발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선 커피 생두가 커피 한 잔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 로스팅 과정에서부터 블렌딩, 분쇄, 추출까지 ‘커피 커핑(coffee cupping)’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바리스타도 국가대표 출신이거나 국가대표 선발전·전국대회 출전 등을 준비하고 있는 수준급 선수들이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동안 원두의 특징과 추출 방식에 따른 맛의 차이 등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서울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이디야 커피랩 매장 정문.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커피 볶는 향이 코를 자극한다./윤희훈 기자
    서울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이디야 커피랩 매장 정문.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커피 볶는 향이 코를 자극한다./윤희훈 기자
    여기까지만 들으면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과 같은 스페셜티 전문 매장이 떠오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커피랩의 역할은 ‘R&D’다. 최근 이디야커피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니트로커피’를 비롯해 다양한 제품군이 여기서 개발됐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커피랩은 최고의 커피를 이디야커피 매장을 통해 고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어떻게 해야 쉽고 간편하면서도 커피 맛은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디야커피랩, ‘커피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내다

    13일 오후 2시, 서울 논현동 이디야커피랩을 방문했다. 커피랩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커피 볶는 향이 코를 자극했다. 커피랩 입구 왼쪽에 위치한 로스팅실이 커피 향의 근원지였다.

    이곳 로스팅실은 이디야 커피랩의 핵심 시설로 공장형 대형 로스터기부터 최신식 스마트 로스터리까지 설치돼 있다. 투명창으로 된 로스팅실 벽면엔 로스터기의 재원과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로스팅실에서 볶은 원두는 일부는 커피랩에서 사용하고, 일부는 이디야커피의 스틱 커피인 ‘비니스트’ 제품에 들어간다. 이디야커피 매장에서 사용하는 원두는 동서식품 공장에서 로스팅한다.

    로스팅실 바로 옆에는 ‘생두 저장실’이 자리하고 있다. 이디야커피랩에서 사용하는 모든 커피 생두는 이곳에 보관한다. 생두 저장실은 늘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항온항습 장치를 설치해 생두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한다. 아울러 생두별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도입해 원두 연구 환경에 최적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이디야 커피랩 원두 퍼포먼스바. 바리스타와 대화하며 본인 기호에 따라 원두를 블렌딩해 구입할 수 있다./윤희훈 기자
    이디야 커피랩 원두 퍼포먼스바. 바리스타와 대화하며 본인 기호에 따라 원두를 블렌딩해 구입할 수 있다./윤희훈 기자
    로스팅실 맞은 편엔 로스팅한 원두를 전시해둔 바(Bar)가 있다. 이 바는 ‘원두 퍼포먼스 바’로 불린다. 이 바에선 커피랩이 엄선한 6종의 프리미엄 원두를 시음할 수 있다. 또 바리스타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 취향에 맞춰 원두 블렌딩이 가능하다.

    매장 한가운데엔 직사각형 형태의 ‘메인바가’ 자리하고 있다. 메인바에선 6~7명 정도의 직원이 일하고 있었다. 메인바 정면엔 다양한 베이커리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일반 이디야 매장에선 볼 수 없는 케이크 제품도 많이 보였다.

    이디야 관계자는 “커피랩 내 최고의 파티시에가 고객들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맛을 선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레시피를 개발하는 공간인 베이커리룸이 있다”며 “이곳에서 개발한 제품을 표준화 과정을 통해 일반 매장에서도 맛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이디야 매장에서 리뉴얼 제품으로 선보인 스틱케이크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디야는 이곳에서 개발한 캐롯 스틱케이크와 오렌지쇼콜라 스틱케이크 등 2종을 일반 매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디야 커피랩에서 판매하는 베이커리 메뉴. 일반 매장에서 보기 힘든 케이크 제품이 상당수 진열됐다./윤희훈 기자
    이디야 커피랩에서 판매하는 베이커리 메뉴. 일반 매장에서 보기 힘든 케이크 제품이 상당수 진열됐다./윤희훈 기자
    국가대표 바리스타가 내려준 ‘사이펀 커피’

    매장을 둘러본 후, 커피를 맛보기 위해 주문대에 섰다. 커피 메뉴는 일반 카페에서 즐길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한 제품과 스페셜티 제품을 핸드드립한 제품으로 나뉘었다.

    특히 이곳에선 이디야커피랩의 수석 바리스타가 개발한 스페셜 메뉴 ‘바리스타 시그니쳐’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프렌치 디저트 ‘크렘브륄레’를 모티브로 삼은 ‘크렘브륄레 라떼’나 ‘애플시나몬 마키아토’가 있다.

    평소 핸드드립 커피를 즐겨 마시는 기자는 직원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신의 커피’라고 불리는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Panama Esmeralda Geisha) 커피를 주문했다.

    메인바에 마련된 좌석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 바리스타가 나와 원두를 설명했다. 내가 마실 커피를 내릴 바리스타의 이름은 신창호(35), 바리스타 경력 8년인 그는 국가대표로 월드바리스타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커피 추출방식은 지금껏 봐왔던 핸드드립 방식과 달랐다. 증기의 압력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사이폰 커피’라고 신창호 바리스타는 소개했다.

    사이펀 방식은 하단 플라스크에 물을 넣고, 상단 로드에 커피 가루를 넣은 뒤, 물을 끓이기 시작한다. 하단 플라스크에 압력이 차면 물은 위로 빨려 올라가 커피 가루를 적신다. 커피 가루가 물에 완전히 잠기기 때문에 ‘침지식 추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리스타 신창호씨가 사이폰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바리스타 신창호씨가 사이폰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사이펀으로 커피를 내리는 장면은 과학실에서 실험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재미가 있었다. 신창호 바리스타는 “사이펀 커피는 추출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일반 매장에서 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커피랩에선 스페셜티 커피의 로스팅을 약하게 하는데, 원두의 특징을 잘 표현하기 위해 사이펀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똑같은 커피라도 설명을 곁들이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커피를 조금 더 자세히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다. 사이펀 방식으로 추출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다며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다.

    게이샤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형태의 매장을 늘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의문이 생겼다. 스타벅스도 최근 늘어난 고급 커피 수요층을 잡기 위해 ‘리저브 매장’을 대폭 늘리고 있다. 국내 브랜드인 테라로사도 ‘스페셜티 핸드드립 커피’로 커피족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이디야커피 측은 프리미엄 카페 출점 계획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커피랩은 커피의 맛을 연구하고 개발하기 위한 곳”이라며 “모든 연구 개발의 목표는 가맹점주에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디야커피랩 2층에서 바라본 메인바 전경./윤희훈 기자
    이디야커피랩 2층에서 바라본 메인바 전경./윤희훈 기자
    ‘마음껏 흔들고 즐겨라’ 니트로커피를 배우다

    커피랩이 강조하는 ‘가맹점주를 위한 메뉴 개발’이 완연하게 드러난 메뉴가 바로 ‘니트로커피’다. 니트로커피는 잘게 분쇄한 원두에 냉수를 떨어뜨려 장시간 추출하는 콜드브루 커피에 고압의 질소와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커피를 말한다.

    니트로커피는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이 “앞으로 세계 커피 시장은 니트로 커피가 이끌어 갈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차세대 커피의 대표 주자로 눈도장을 찍었다.

    니트로커피의 장점은 부드러운 목 넘김과 함께 커피 본연의 맛을 오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거품이 가라앉으면서 발생하는 폭포수(캐스케이딩) 현상은 눈으로 마시는 효과를 준다. 거품이 모두 가라앉은 후에도 흔들거나 잘 저어주면 거품이 다시 일어난다.

    이디야커피도 니트로커피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하지만 니트로커피를 만들기 위한 질소가스 주입 장비를 일반 매장에 설치할 때 드는 비용과 지속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가 니트로커피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어떻게 해야 할까’, 이디야커피는 휘핑크림을 만드는 휘핑기에 주목했다. 휘핑기는 아산화질소(N2O)를 이용해 휘핑크림을 만드는데, N2O대신 질소가스를 넣은 것이다. 이를 위해 대만의 질소가스 업체에 소형사이즈 질소캡슐 제작을 의뢰했다. 질소를 넣었을 때 최고의 맛을 내는 커피 원액을 만드는 것도 커피랩의 과제였다.

    오랜 기간 R&D를 거쳐 만들어진 니트로커피 원액. 휘핑기에 질소가스 캡슐을 넣고 원액과 물을 1:1 비율로 넣은 다음 마음껏 흔들어주면 니트로커피 제조 준비는 모두 끝난다. 이제 컵에 담기만 하면 된다.

    물론 적절한 힘 조절이 필요하다. 가스가 함께 나오기 때문에 너무 세게 누르거나 컵 벽면을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휘핑기를 이용해 니트로커피를 직접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첫 샷을 추출할 때 컵 속의 얼음을 때려서 옷에 튄 것을 빼면.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매장마다 커피 맛이 다르다면 누가 믿고 주문하겠느냐”라며 “모든 매장에서 같은 방식으로 같은 맛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가맹점주와 아르바이트생들이 쉽게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디야커피랩 매장 내부 전경./이디야커피 제공
    이디야커피랩 매장 내부 전경./이디야커피 제공
    연구소에서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하는 커피랩

    지난해 여름 신메뉴로 출시 한 달 만에 10만 잔이 팔렸던 청포도 모히토도 커피랩의 작품이다. 지난해 4월 이디야커피랩에서 일찍 선을 보인 청포도 모히토는 고객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고객 의견을 반영해 연구개발을 거듭했으며, 청포도와 라임 모히토 2종으로 라인업을 강화해 전 연령대에서 즐길 수 있는 무알코올 모히토로 이디야커피 전국 가맹점에서 출시했다.

    이디야커피 소속 바리스타들은 커피랩의 최대 장점으로 아낌없는 투자를 꼽는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이디야커피가 다른 커피 브랜드와 차별되는 부분은 회사 차원에서 R&D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여타 브랜드에서는 사기 부담되는 고가의 장비도 이디야커피는 커피 연구에 필요하다면 기꺼이 구입한다”고 했다.

    이디야커피는 커피랩의 역할을 연구소에서 한층 더 확대하려고 한다. 바로 커피와 함께하는 문화를 창조하는 공간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이런 목적을 위해 커피랩 한쪽엔 ‘이디야 시네마’가 자리하고 있다. 독립영화를 엄선해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커피랩에서 진행하는 ‘커핑 강좌’도 커피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커핑 클래스’(Cupping Class)라고 불리는 커핑 강좌는 비즈니스 클래스와 퍼블릭 클래스로 나뉘어 진행된다.

    비즈니스 클래스는 커피를 전문적으로 다루기 위한 과정으로 생두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한다. 퍼블릭 클래스는 다양한 산지의 커피 맛을 보고 각 원두의 특징을 살펴보는 과정으로 일반인에게 인기가 많다.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신청을 받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디야의 브랜드 파워는 가맹점주들에게 오롯이 돌아간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커피랩은 단순히 맛있는 커피를 지향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좋으면서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가맹점주의 생계를 책임질 메뉴를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의 생계를 짊어지고 있다는 책임감으로 연구개발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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